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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Nov 05. 2023

내면의 공허함

에드워드 호퍼

내가 자주 즐겨 듣는 유투버의 첫 북토크가 있어 금요일 일이 끝난 후 달려 광화문으로 갔다.

학원에서 나오면서 마지막 타임의 학생과 같이 나와 걸어가며, 선생님은 지금 북토크 갈거라고 했더니 "선생님 오늘은 칼퇴 하는 날이네요? 칼퇴해서 좋으시겠어요" 하는데 그 모습이 마냥 귀여웠다. 아이가 길을 안전하게 건너는 것까지 확인하려고 서 있는데, 아이가 길을 건너고 나선 당연히 내가 보고 있다는 걸 아는 듯 뒤돌아 꾸벅 하고 인사를 하고 집엘 간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건 항상 진이 빠지고 힘들다 하면서 또 이런 아이들의 모습에 보람도 느껴지고 나를 의지 하는 모습에 책임감도 느껴진다. 부모님들이 자식을 키우는 재미를 말하실 때 이런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유투버가 하는 이야기는 인생 이야기다. 저녁 7시부터 시작한 북토크에 친구랑 피곤한 눈을 부릅 떠 가며 재미있게 들었다. 북토크가 끝나고 광화문 길을 걸어서 종로3가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커다란 리트리버가 주인과 걸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리트리버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나이기에 어머! 리트리버다 이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 그 큰 개가 나를 향해 걸어오더니 몸을 나에게 딱 붙인다. 그러더니 바닥에 배를 내밀고 누워서 몸을 흔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배를 만져 줬고, 가랑비에 털이 축축하게 젖은 리트리버는 더 신이 나서 발로 내 다리를 펑! 펑! 차는데 그 강도가 꽤 세다. 나는 언젠가 여건이 되면 리트리버를 꼭 키우고 싶다. 


인생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것을 감사하고, 나의 약한 부분은 다스려 가면서 내가 할 수 없는건 포기도 하면서, 행복을 만들며 사는 것이다. 좋아하는 유투버의 강의를 들으며 친구와 깔깔 대며 웃는 것도 힐링 시간이었고, 길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나게 된 리트리버와의 교감도 행복했다. 

유난히 남앞에서 말하길 두려워 하는 나와 친구. 나는 친구에게 저 유투버가 어떻게 말을 하는지 잘 보라고 얘기 했고 친구는 동의 한다는 듯이 "에티튜드" 를 잘 관찰 하겠다고 한다. 


걸어 오는 광화문 길은 늦가을 비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고 겨울을 맞이 하려는 거리는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나의 내면 가운데 행복을 찾으려 애 쓰는 것은, 그렇지 못한 공허함과 텅빈 듯한 한켠이 있기 때문이 아닐 까 싶다. 부족한것이 있기에 채울것도 있는 것이고, 사소한것에 행복을 느끼려 애써 본다. 완벽한 인생은 단 하나도 없다. 모든걸 다 가진 사람은 나의 주변에서 행복을 찾고 매 순간 즐겁게 살려 하는 사람들이다. 그럼 그 사람은 행복한것이고 남이 보기에도 행복해 보인다. 어떤 큰것이 나에게 주어진다고 행복이 아닌것이다. 

행복이라는 존재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인데 이 감정을 무언가 큰걸 얻었을 때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오랜시간 나를 고문해야 얻을 수 있을까. 큰걸 못 얻었을 때는 얼마나 좌절을 할까.

행복은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 이 순간에 그 감정을 찾고 느끼려고 해야 한다. 잠시 쉬는 시간의 여유에서 행복을 느끼고, 오늘 하루 눈을 뜰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끼며, 위기의 상황에도 이만하니 다행이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을 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오늘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생각나는 밤이다. 

밤을 새우는 사람들 / 에드워드 호퍼 / 1942


'에드워드 호퍼는 도시의 일상적 공간을 그렸다. 스냅 사진 같은 구도 속에서 조용하고 비개성적인 인물들과 엄격한 기하학적 형태들을 통해 벗어날 길 없는 고독감을 보여주는 작품을 많이 그렸다. 이렇게 도시 공간 속 몰개성화된 개개인의 일상과 고독감을 잘 표현했기에 지금의 감상자들에게도 감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밤을 새우는 사람들>(Nighthawks 1942). 호퍼의 대표작이며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밤새 여는 다이너(Diner)의 으스스한 빛을 그린 작품. 이 작품을 통해 사람과 물건들을 공간 속에 고립시키는 빛을 독특하게 사용함으로써 고독함을 묘사했다. _네이버 나무위키_"



11월 초겨울을 알리는 촉촉한 광화문의 밤길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과 닮아 있었다. 그림에 있는 밤을 새우는 사람들의 대화가 궁금하다.

우리는 고독한 인간이지만, 다들 저마다 공허함을 갖고 살지만, 그것을 그들만의 공간에서 불을 켜고 밤새 이야기 나눌 또 다른 고독한 인간이 있기에 그것을 채워 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한자의 사람인(人)은 사람과 사람이 기대어 서 있는 형상을 하고 있나보다. 또한 이렇게 함께 하는것이 우리네의 삶이다. 앞으로의 인공지능 시대에는 더욱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소중해 지고 필요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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