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by 라라


페르소나(Persona)는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쓰는 가면을 뜻한다. 심리학에서도 이 용어를 쓰는데, 스위스 출신의 정신과 의사 카를 융이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내놓은 개념이다. 인간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도덕과 질서, 의무 등을 따르게 된다. 이로써 자신의 본성을 감추거나 억누르고, 사회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 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페르소나는 어릴 때, 가정교육, 사회에서의 요구등에 의해 형성되고 강화된다. 페르소나는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유지시켜 주기도 하지만, 과할 경우 나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된다.


우리는 얼마만큼 자주 페르소나를 지닌 모습으로 사는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진짜 나, 참된 나를 만난 적이 있는가.

사회에 의해, 부모의 요구에 의해, 남의 시선에 맞춰 살려 애쓰며 살진 않았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통 다른 사람의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어 살려 노력하는 삶은 행복을 느낄 수가 없다. 이건 "참된 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리치료에서도 현재 내가 느끼는 욕구가 무엇인지, 내가 불안해하는 이유가 어떤 것에 의해 기인했는 지를 알아차리면, 전반적으로 호소하는 문제들 즉, 신체 문제나 정신적인 어려움들이 해소된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 <조커>에서는 주인공이 어릴 때 트라우마로 인한 뇌손상으로 인해 감정 표현이 왜곡되어 나타난다. 시도때도 없이 웃음을 참지 못하는 괴이한 반응을 나타낸다. 하지만 사회는 주인공의 아픔에 대해 무관심하다. 결국 가짜 웃음을 웃을 수 밖에 없는 조커는 사회의 시선과 냉담으로 인하여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 노력하다 더 깊은 늪으로 빠지게 된다.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알아차리고, 건강하게 반응하고 표출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환기통이 달린 통에 물을 넣고 계속 열을 가하면 물이 수증기가 되어 환기통으로 나가게 된다. 하지만, 이 환기통이 없다면, 통은 팽창하고 결국 뻥 하고 터지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우리의 내면의 감정도 마찬가지인데, 그때그때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표출과 해소를 해야 건강한 내면을 지킬 수가 있다. 페르소나는 우리가 사회안에 속해 살면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이 고착되어 페르소나가 진짜 나인 것처럼 살아간다면 내가 나를 모르고, 타인도 나를 모르는 왜곡된 현상들이 나타나게 되어 나는 없어지고, 정말 가면을 쓴채로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가면 수업을 하면서 우리네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는 저마다 페르소나를 지니고 산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잠시 쓰는 가면일 뿐이다. 일이 다 끝난 후 집에 와서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맥주 한 캔을 사서 무장해제 된 모습이 진정 나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아침이 되면 다시 페르소나를 지닌다. 이것이 우리가 사회에, 시대에 적응하고 사는 방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저녁이 되어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만큼은 그 페르소나를 벗어야 나를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




가면에 둘러싸인 앙소르 Ensor with Masks / 캔버스에 유채 /120 x 80 cm /18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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