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에서 만난 천사

by 라라

할머니가 2년 동안 식사를 못하시고 매일 바나나 우유로 연명하셨었는데, 납골당에 놔드리고 싶어서 바나나우유 모형을 구한다고 당근에 올린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바나나 우유 모형을 가진 분이 연락을 주셨고, 얼마냐고 물었더니 그냥 주시겠다고 하셔서 이걸 받아도 되는지 참 죄송하면서도 감사했다. 현재 지방에 있으니 다음 주에 서울 올라가면 연락하겠다고 하셨다. 연락이 안 오면 안 오는 거겠지 하고 큰 기대를 갖지 않았는데 잊지 않고 연락을 주셨다. 그런데 바나나우유뿐만 아니라 양파와 감자까지 비닐봉지에 넣어 챙겨주시는 것이 아닌가. 정말 너무 감사하고 이렇게 마음이 따뜻한 분이 있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내가 너무 세상의 나쁜 면만을 봐서 그런 건지, 너무 감사해서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이 감정에 익숙하지가 않았다.


오늘 아이들한테 이 스토리를 얘기해 주며 선생님은 굉장히 비판적이 사람이고 불만이 많은 사람이지만, 세상엔 좋은 사람도 많은 것 같다고, 너희도 나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얘기해 주었다. 떠들기만 하고 정신없던 아이들이 내 말에 왠일인지 귀를 기울이면서 잘 들었다.

미술치료 자격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다 알게 된 어떤 선생님. 중증장애인에게 특별한 마음을 갖고 계셨고, 젊은 분이셨는데 중증장애인을 위한 일을 하겠다고 특수교사를 준비한다고 하신다. 참 특별한 분이심이 느껴졌다. 연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하루였다.


학원아이들이 많이 빠져 진짜 망하는 거 아닌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던 요즘, 그래도 대학원 다니니깐 학교 안 가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위안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미술학원 건물 주인아저씨가 전화를 하셔서 요새 애들이 많냐고 물으셨다. 애들이 많이 빠졌다고 말씀드렸더니, 월세를 15만 원이나 깎아 주겠다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괜찮다고 그래야 저도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될 것 같다고. 학교도 다니고 있고 그래서 더 아이들이 줄어든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아저씨는 다음 달부터 깎인 가격으로 달라고 말씀해 주셨다. 언제든 올리실 때 편하게 알려 달라고 인사를 드리곤 전화를 끊었다. 고마운 마음, 죄송한 마음 뒤섞였다. 월세가 오르면 올랐지 깍인 월세를 내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거다.


이번 여름은 유독 더 더웠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땀을 줄줄 흘리고 계신 택배 아저씨를 만났다. 아이스커피 2개를 사 갖고 출근하면서(너무 더워서 아아를 2개 챙겨가야 하루를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 드릴까 말까 찰나의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나는 고민 끝에 결국 드리지 않았고 후회가 밀려왔다.


나도 더 베푸는 자가 되자. 움켜쥐면 추하고 베풀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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