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douins in the desert" / Eugène Alexis Girardet
나의 어릴 적 별명은 '말 못 하는 아이'였다.
나는 말을 하고 싶지만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표현하는 것이 서툴렀고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려웠다. 유일하게 좋아하는 미술시간만이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런 성격 탓인지 나의 내면은 더욱 생각이 많아지고 혼자 고민하는 시간들도 많았었던 것 같다. 나는 뒤늦은 미술치료를 공부하면서 이것이 소아사회불안장애의 하나인 "선택적 함구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문턱이 높았던 심리치료 분야가 현대에 와서 대중화되었고, 미술치료, 음악치료등 여러 예술분야를 활용한 심리치료가 활발해지고, 근처에 심리상담센터를 쉽게 찾을 수가 있다. 또한 이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다. 그렇지만 80년대 당시 이런 심리상담센터가 거의 없었던 시절, 말을 하도 안 해서 선생님이 엄마를 불러 검사를 받아 보라고 했다고 한다.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 검사 결과는 정상으로 나왔지만 그 당시 나는 남들과는 다른 아이인가 라는 생각에 내 마음 안에는 상처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 미술을 가르치면서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아이들을 본다. 답답해 속이 터질 것 같은 때도 있다. 하지만 나와 완전히 같은 상황은 아닐지라도, 난 그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런 성향을 가진 아이의 어머님들이 많은 걱정과 함께 물어오실 때가 있다. 긴 시간 속이야기를 풀어놓는 어머님도 계신다.
옆에 아이가 듣고 있는데 "얘 오늘 말했어요?"라고 물어오시면 나는 무어라 말해야 아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재빨리 고민하면서 "네~눈으로 말했어요"라고 대답한다. 아이 입장에서는 말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이때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되고 최대한 아이가 상처받지 않는 상황을 만들려고 한다. 네가 이상한 아이, 문제 있는 아이가 아니라고. 말 안 하는 게 이상한 게 아니고 그럴 수도 있는 상황처럼 대처하려 노력한다. 표현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말로 하는 표현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내가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정확히 표현을 해본 적이 없다. 이런 성격이 계속되면 나중에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 손해를 보거나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내 욕구, 감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성장함에 따라, 발달과정 가운데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문제에서도 부모님의 욕심이나 압박에 대한, 사회에서 요구하는 결정이 아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가 있고, 직장을 정할때, 배우자 선택에 대해서도, 갖가지 크고 작은 다양한 인생에서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미술은 표현하는 분야다. 특히 내성적인 아이들, 서툰 표현을 가진 아이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분야다. 나의 경우, 어릴 때 몸으로 하는 무용이나 수영, 태권도 학원 같은 곳은 한번 딱 가고 학을 뗐던 기억이 난다. 몸을 움직이며 표현하는 것 자체가 나에겐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내성적인 아이들은 운동장이나 활동하는 곳, 학교 집단에서 더욱 위축되고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니 신체 또한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규율 속에서 더욱더 압박을 받는다. 내향성의 기질을 갖고 있는 아이들은 내면에 에너지를 모아야 하기 때문에 그 에너지를 아이의 특성에 맞게 표현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미술은 자기 혼자만의 시간에 혼자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미술재료들은 표현의 도구가 된다. 이때 교사나 치료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표현이 서툴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재료나 매체를 통해 자기표현을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하고,
그 아이가 자신감이 사라지지 않도록 계속 격려해 주고 아이를 잘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 있는 교사나 치료사가 필요하다.
이것은 비단, 어린아이들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성인들도 자신의 성향을 잘 알고, 거기에 맞는 자신의 표현을 해 나가는 작업들을 하길 권해본다. 나의 경우 오랜 시간 미술을 하다 보니 웅크리고 앉아서 있거나 컴퓨터를 보는 일들이 매일의 연속이다. 그렇다 보니 나는 요새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됨을 경험한다. 쪼그라들었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는 동작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각자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의 특성에 따라 반대되는 활동을 해 본다면 그것 또한 치료 효과가 있다. 이로써 삶의 균형을 스스로 찾아 나가는 방법을 터득해 보는것이다. 사람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너무 한쪽으로 기울면 나중에는 마음이나 몸이 아프게 된다.
La pequena pintora / Ramon Pichot So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