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선 나는 지금 멀뚱히 입국 심사장에 서 있다. 첫 관문인 입국심사에 앞에서 나는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처럼 초등학교 입학식에 서 있던 꼬마처럼 무엇을 어찌 해야 할지 모르고 허둥지둥 눈치만 보고 있다. 나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왔기에 여행객과는 다른 곳에서 심사하는데 입국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머릿속에서는 온통 혼란만이 가득했던 것 같다. 처음 심사에 섰을 때의 기억은 몇 해가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속 한구석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아니, 간직하는 것이 아니다. 박혀있다는 표현이 어느 정도 더 맞는다는 생각이다. 무작정 여권만 들이밀었던 나를 바라보던 심사관의 표정이 아직 잊히지 않는다.
나는 돌아서서 입국서류 앞에 서 있다. 영어 한마디를 제대로 못 하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던 때 눈앞에 떡하니 안내 책자가 있었다. 긴장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앞에 있는 것도 분간 못할 정도로 내 생각보다 나는 훨씬 더 정신이 없었나 보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안내 책자를 한 장씩 넘겨본다. 각국의 언어로 착하게 번역된 책자를 넘기며 제발 한국어도 있기를 간절히 바라봤다. 종교도 없는 내가 누구한테인지는 모르지만, 무의식적으로 간절히 빌었던 것 같다. 시골 청년의 순수함은 생각보다 더욱 바보 같아 보였다. 조심스레 한 장씩 넘기다가 그토록 원하던 한글로 번역된 페이지를 발견했다.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타들어 가는 나의 마음을 어찌 읽었는지 꿀 같은 물이 눈 앞에 펼쳐지는 모습이었다. 나는 안내 책자에 나와 있는 대로 차근차근 써 내려갔고 입국 서류작성을 마칠 수 있었다. 이제 다음 관문인 입국심사였다. 앞서 한번 실패했기에 심사관 앞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떨림과 두려움으로 채워졌다. 처음 심사했던 분은 어디를 갔는지 다른 분이 계셨는데 먼저 따뜻한 인사를 내게 건넸다. 그리고 서류를 훑어보더니 퍼팩트! 라면 웃어 보였다. 나는 이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는 그분은 간단한 질문을 건넸는데 나는 눈치껏 돈도 벌고 여행을 할 거라며 단어 단어를 조합해서 말했다. 그렇게 숨 막히게 짧고 인상 깊었던 첫 외국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고 이게 내 여행의 시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