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윰 Sep 27. 2021

푸른시절 기억을 기록하는 곳
Età blu(에타블루)

푸른시절의 기록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꾸준히 글을 쓰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네요.


다름이 아니라 그간 준비하던 작업이 드디어 마무리를 짓고 출발하는 시점에 오게 되어 이렇게 글로써 전하게 됩니다.


약 두 달 동안 손수 만들고 꾸며,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 조그마한 셀프스튜디오 및 아트숍을 열게 되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제안이 들어와서 옆집의 제주사진집 사장님과 함께 의기투합하여, 하나서부터 열까지 우리의 손으로 만든 소중한 공간이 탄생하였습니다.


Età blu, 우리말로 직역하면 '푸른 시절'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입니다.

에타블루는 단순히 셀프스튜디오라고 칭하기보단 한 단계 더 나아가 나 자신의 가장 푸르게 빛나는 시절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아카이브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간도 넓게 전문 스튜디오처럼 꾸몄습니다.

그 안에서 나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와 포즈 그리고 느낌을 기록하고 감성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지금, 이 시간이 우리의 인생에 있어 가장 푸른 시절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해 전 TV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문구가 문득 머릿속을 스쳐 간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고,

그래서 하루하루 순간을 더 찬란하고 아름답게 보내야지 의미가 있다고..'

이 문구가 맞는지 아니면 왜곡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에 다시 한번 그간 나의 삶과 앞으로 남은 내 삶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네요.


Età blu(에타블루)는 셀프스튜디오뿐 아니라, 저희가 직접 만든 제품과 협업 아티스트분들의 아이템들도 함께 판매하는 아트숍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찍어내는 기념품이 아닌 우리의 색과 감성을 담아서 제작하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연재했던 여행 글에 있는 사진들을 엽서와 포스터로 판매하고 있으며, 그밖에 하나둘씩 소품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티스트와 협업을 진행해 더 많은 아트숍 제품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짤막한 서문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아래 셀프스튜디오를 만들었던 과정부터 완성된 지금의 모습까지

사진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Età blu(에타블루)

푸른 시절을 기억하고 간직하는 아카이브의 공간.



공간의 시작


우리의 공간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67 더리트리브라는 카페에 2층에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처음이 아닌 이미 벽 구조물을 새운 사진부터인데, 맨 처음에는 그냥 맨 벽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같이하는 분과 함께, 공간을 구분하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각 공간의 크기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부터 정한 후에 스튜디오가 되는 벽 구조물부터 세워나갔습니다.

손재주가 많으신 제주사진집 사장님께서 전체적인 구조물과 제작을 맡았으며, 저는 보조로 나머지 일을 진행하였습니다.


골조 세우고 석고로 벽을 만들기 전에는 골조만 세우고 석고 작업만 하면 다른 작업은 힘든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작업은 그때부터였습니다.




노동의 집약체. 1


벽 상을 다 만들고 난 후에 상에 석고보드를 붙이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벽을 하고 천장을 진행하는 동안 곡소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우마에 올라가 양팔로 석고를 손으로 받고 다른 사람은 일일이 하나씩 피스 작업을 진행하는 작업은 그야말로 목 디스크에 걸리기 딱 십상이었습니다.


우리가 전문업자가 아니기에 작업은 생각보다 더뎠고, 무더위에 2층 옥상이었던 우리 공간은 열기로 후끈거렸습니다. 물론 에어컨 없이 작업했기에 중간중간 땀으로 반복된 몸을 식히려 바깥으로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래도 하나둘 완성되어간다는 것에 힘을 내어 작업했습니다.




노동의 집약체. 2


마의 고비가 온건 석고보드 부착작업 후의 핸디코트 작업이었습니다.

제일 쉬울 것 같았던 작업 같았지만 생각보다 면적이 아주 넓었던 탓에 작업은 굉장히 더디게 흘러갔네요.. 그리고 바르는 것만 끝내는 것이 아니라 페인트칠하기 전 면을 고르게 해야 하기에 샌딩 작업도 이어서 진행했는데.. 군대 시절 화생방 훈련보다 더한 느낌이었습니다. 핸디코트 먼지는 공간 안을 꽉 채우고 숨쉬기도 힘들고 날씨는 점점 더 더워지고(참고로 작업은 7~8월에 하였습니다.) 진짜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네요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고 했었나요..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샌딩 작업까지 마무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날 칼칼해진 목에 돼지고기로 기름칠을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두 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을 순간이지만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그날도 추억이 되었네요….




색을 입히다.


모든 기초공사가 끝이 났습니다... 기초공사.. 그러니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우리의 공간에 색을 입히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죠. 그 첫 번째 바로 페인트칠 입니다.

무엇보다도 쉽게 끝날 것 같던 이 일도.. 생각처럼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네요.


스튜디오가 되는 공간은 흰색이기에 빠르게 작업이 완료되었지만, 아트숍이 되는 공간에는 우리의 이름과 어울리는 블루로 작업하였는데, 천장은 예전 텍스로 되어있어 힘을 주어 작업을 해도 구멍구멍 하나까지 메꿔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롤러로 크게 크게 작업하고 다른 분께서 작은 롤러와 붓으로 그 틈을 메꾸는 작업으로 진행했네요.


하루 만에 끝날 줄 알았던 이 작업이 이틀 반 정도의 시간을 잡아먹었습니다.

하루 정도 충분히 환기를 시킨 후 페인트까지 완성된 공간을 보고 있자니 감개무량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이 공간에 이렇게까지 멋진 공간으로 탄생하였다니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기초부터 구상 색상까지 메인으로 제일 많이 고생해주신 제주사진집 사장님에게는 항상 매번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공간 그리고 채우다_1_아트숍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우리의 색을 입히고 그 안에 우리만의 감성을 더해서 공간을 완성하였습니다.

공간은 반으로 구분하여 입구부터 절반은 아트숍, 그리고 커튼으로 구분한 그 안쪽은 스튜디오입니다.

아트숍은 사진집 작가님과 제가 직접 촬영했던 사진들과 소품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도 함께 입점하여 판매할 예정입니다. 색 톤과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펍 느낌과 힙한 느낌과 나무를 사용하여 따뜻한 느낌이 함께 느껴지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책상 테이블 조명 하나하나 우리가 만들고 배치한 공간입니다. 일반 셀프스튜디오와 차별을 두고 싶었던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곳은 이야기를 만들고 나누고 공유하는 곳입니다. 언제든 찾아오세요. 공간에서 함께 소통하며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저와 사진집 사장님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공간 그리고 채우다_2_스튜디오


공간은 일반적인 셀프스튜디오랑 조금은 다른 전문 스튜디오처럼 넓게 만들었습니다.

앉아서만 찍는 것이 아닌 플레이그라운드처럼 서서찍고, 바닥에 앉아 찍고, 점프해서 찍고 그밖에 생각나는 모든 포즈를 찍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가족은 아이와 뛰어놀면서, 연인들은 마치 화보를 찍는 듯이, 혼자서는 프로필 사진을 찍듯이 넓은 공간에서 다양하게 나를 담고, 기록할 수 있도록...

그리고,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함께도 촬영할 수 있는 이 공간은 몸집이 작은 아이부터 몸집이 산만 한 아이까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애견전문 스튜디오나 큰 스튜디오 아니면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아이들과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서로만을 느끼며 촬영할 수 있습니다.


이 공간은 이용하는 분들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오른쪽 끝에 모자를 푹 눌러쓴 제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에타블루 오픈까지 쉼 없이 달려왔고, 이제는 다시 시작과 함께 쉼 없이 달려갈 예정입니다.


만약,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오시게 된다면 꼭 한번 들러주세요.

저는 항상 에타블루를 지키고 있습니다.


아래 Età blu(에타블루) 쉽게 찾아 오실 수 있도록, 위치도 함께 남겨 놓겠습니다.



인스타그램 @eta_blu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쓰자니 쑥스럽네요.

이제 큰 산을 넘었으니 다시 브런치도 하나씩 이야기들로 채워가겠습니다.

제주도에 내려온 지 벌써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처음 내려와서 일기형식으로 몇 번의 글을 남겨드렸는데.. 그 이후로 너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를 구독해주시고 기다려주신 분들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제주 생활, 기록하다 그리고 기억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