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샀다. 언젠가 시집을 산 적이 있나 기억을 훑는다. 까마득해 기억이 나질 않는지, 그런 일이 없은지조차 알지 못한다. 누군가 시를 읽고, 읊고, 외울 텐데.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를 손에 들고 카페에 간다. 사람이 많다. 적당히 조용한 공간을 바랐는데 적잖이 당황스럽다. 이어폰을 끼고 소리를 막아본다. 깔끔한 산미의 커피를 주문했는데 번잡스럽게 타고 내려간다. 두 세편의 시를 넘기고 책을 덮는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떠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린다. 목소리를 날카롭게 해 자신의 삶의 일부를 토로하는 중으로 보인다.
대화 (對話)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또는 그 이야기.
그 사람들은 정말 무언가를 주고받았을까? 아니 나는 무언갈 진실하게 주고, 가감 없이 듣는 사람일까? 한 잔의 커피를 앞에 두고 읽다 덮은 책을 보며 반추한다. 무언갈 주고받은 느낌이라도 남기는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