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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쭝이쭝이 Mar 29. 2024

삼성의 '갤럭시노트7' 폭발 이슈 대처

7조원 손실을 단 1분기에 극복한 저력

"현재 나오고 있는 7인치 태블릿들은 ‘DOA’(Dead On Arrival·도착시 사망) 운명이 될 것이다. 제조사들은 자신들의 태블릿이 너무 작다는 아픈 교훈을 얻고 내년엔 크기를 키울 것이다."

애플의 창업주인 고(故) 스티브 잡스는 지난 2010년 10월, 컨퍼런스콜(다자 간 전화회의)에 직접 나서 당시 삼성전자의 7인치 태블릿 ‘갤럭시탭’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삼성전자는 그해 6월 전략스마트폰 ‘갤럭시S’를 처음 선보였고, 9월엔 태블릿인 갤럭시탭을 연이어 공개하며 애플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7인치 태블릿은 스마트폰과 경쟁하기엔 너무 크고, 아이패드와 경쟁하기엔 너무 작다"라고 지적하며 실패를 단언했다.

스티브 잡스의 이 같은 악평 속에서 탄생한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폰에 대항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매년 하반기 전략스마트폰으로 출시했던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2011년 9월 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1’에서 첫 갤럭시노트를 공개했다. 갤럭시노트는 5.3인치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로 아이폰보다 크기를 키우고 ‘S펜’까지 추가한 형태였다. 2007년 아이폰 출시 당시 스티브 잡스가 “스타일러(펜)는 필요 없다”며 손가락 터치 방식을 도입한 것에 대한 역발상인 셈이다.

아이폰이 휴대전화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면 갤럭시노트는 ‘폰’(Phone)과 ‘태블릿’(Tablet) 결합한 ‘패블릿(Phablet)’의 개념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첫 갤럭시노트의 크기였던 5.3인치는 이후 스마트폰의 일반적인 크기로 정착됐다. 또 갤럭시노트가 개척한 6인치대는 아이폰까지 합류해 대화면이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아이폰 출시 후 4년이 흘러 갤럭시노트가 처음 공개된 다음 달인 2011년 10월, 삼성전자는 그해 3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전망치)를 1조 원가량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선 덕분이었다.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렸던 스티브 잡스는 같은 달 5일 세상을 떠났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최첨단 기술을 처음 접목하는 플래그십으로 적극 활용했다. 특히 2016년 8월 출시했던 ‘갤럭시노트7’은 갤럭시S시리즈와 숫자를 맞추기 위해 6을 건너뛰고 출시한 제품으로 홍채 인식 등 혁신 기능을 탑재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특히 당시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고 있던 고동진 사장에겐 갤럭시노트7이 2015년 연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가장 공을 들여 세상에 내놓은 제품이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갤럭시노트7을 소개하고 있다.

갤럭시노트7이 첫선을 보인 이후 언론과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금은 스마트폰 생체 인식이 보편화됐지만 당시엔 갤럭시노트7에 최초 탑재된 홍채 인식 센서가 SF영화의 한 장면처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2016년 8월 6~18일 사전 예약 물량은 역대 최고 수준인 40만 대에 달했고, 물량 수급 차질로 삼성전자가 사과 공지문을 게시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해외에서부터 배터리 결함으로 인한 화재 사고가 SNS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기대는 우려로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삼성전자는 출시 직후인 9월 19일부터 리콜 조치를 시작했고, 새로운 배터리를 장착한 안전한 기기를 유통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삼성SDI가 공급하던 배터리를 중국 ATL 제품을 교체하는 등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썼다.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도 출근길에 기자들 앞에서 갤럭시노트7을 직접 들고 나타나, 사태 수습에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삼성의 기대와는 달리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 문제는 리콜로도 해결되지 않았다. 배터리를 교체한 제품에서도 계속 같은 문제들이 발생했고, 결국 삼성은 출시 54일 만에 갤럭시노트7을 단종시키고 말았다.

배터리 공급사였던 삼성SDI 주가(종가 기준)는 갤럭시노트7 출시 기대감으로 2016년 8월 22일 12만 4000원까지 치솟았지만, 배터리 결함 문제가 터져 나오며 같은 해 10월 26일 8만 9300원으로 불과 2달여 만에 28%나 급락하기도 했다.

당시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는 삼성전자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특히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은 엄청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삼성은 정공법을 택했고 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손실을 2016년 3분기에 모두 반영했다. 이로 인해 2016년 상반기 8조 원이 넘던 IM(스마트폰) 부문 영업이익은 3분기엔 1000억 원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기존 '갤럭시S7' 제품을 새로운 칼러 등으로 출시하며 다음 4분 영업이익은 2조 5000억 원으로 빠르게 회복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웬만한 대기업이라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는 7조 원 규모의 손실을 냈지만, 이를 단 분기 만에 극복해 내는 놀라운 회복탄력성을 보여준 것이다.

빨간 사각형 안이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가 벌어진 2016년 3분기 IM(스마트폰 및 무선) 부문 영업이익.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는 신속한 단종 결정과 제품 회수로 시장의 신뢰를 얻고, 제품의 안정성을 높이는 계기도 됐다. 많은 전문가들이 버릴 것으로 예상했던 갤럭시노트 브랜드도 이후 노트20까지 4년 더 유지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10년 넘게 지켜온 세계 스마트폰 1위 자리를 애플에게 넘겨준 상태다.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들의 추격도 거세다. 그러나 갤럭시S24에서 온디바이스 AI를 선보이며 인터넷 연결 없이도 실시간 통역이 가능한 기술력을 보여주며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리고 있다.

위기 속에서 빛나온 삼성의 놀라운 회복탄력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한번 세계 1위를 탈환하는 저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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