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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쭝이쭝이 Mar 25. 2024

삼성은 얼마나 큰 기업인가

국내 최대,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을 만나다

'삼성(三星)'.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집단으로 매년 발표하는 재계 순위 1위를 30년 넘게 지키고 있다. 특히 삼성의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국내 주식 시장에서 압도적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최근엔 많이 얘기하지 않지만 삼성에선 '전자'와 '후자'가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삼성전자의 위상은 그룹 내부에서도 독보적이다.

삼성이란 기업명은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직접 지었다. 이병철 회장의 자서전인 '호암자전'에는 삼성의 뜻도 나와있다.

'삼(三)'은 큰 것, 많은 것, 강한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다. '성(星)'은 밝고 높고 영원히 깨끗이 빛나는 것을 뜻한다. 크고 강력하고 영원하라.(호암자전 66p)

이병철 회장이 염원했던 크고 강력하고 영원한 삼성은 현재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를 통해 현실화됐다. 세계 1위 스마트폰에 붙인 '갤럭시'란 이름도 크고 강력하고 영원하라는 의미에서 파생됐다.

이 글을 작성하는 2024년 3월 23일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시가 총액은 471조 158억 원(3월 22일 종가 기준)에 달한다. 여기에 삼성전자 우선주(시총 5위) 54조 8865억 원을 더하면 525조 9023억 원으로 시총 2위 SK하이닉스(123조 6148억 원), 3위 LG에너지솔루션(96조 7590억 원) 등 10위 내 나머지 8개 기업 시총을 다 더한 것보다도 크다.

전 세계 기업 시총에서도 삼성전자는 30위 안에 드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내가 기자로서 삼성 출입을 희망했던 이유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기업을 직접 취재하고 경험해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운 좋게도 4년이란 시간을 삼성을 취재하고 삼성 사람들을 만나고 삼성의 기업 현장을 보고 경험할 수 있었다.

삼성 서초사옥 1층 로비

삼성을 처음 출입할 때 우연히 읽게 된 이병철 회장의 호암자전은 기업 총수의 자서전이지만 마치 소설책을 읽어 내려가듯 흥미롭다.

일반적인 기업인 자서전은 자회자찬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호암자전은 이병철이라는 한 인물이 겪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의 생생한 대한민국의 역사와 삼성의 기업사를 담고 있다. 또 삼성의 계열사들을 설립한 배경과 당시 상황 등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이병철 회장이 1969년 설립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과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세트 사업을 이뤄져 있다. 삼성전자의 각 사업부는 매출 측면에서 보면 거대한 5개 기업이다. 10만 명에 달하는 임직원이 전 세계에서 근무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만나본 수많은 임직원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능력과 역량을 지닌 인재들이었다. 이들은 모든 사업 영역에서 저마다 세계 1위를 달성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기업을 만들었다.

이런 성장과 성공 덕분에 1975년 6월 11일 상 당시 56원(액면분할 반영 수정주가)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49년 만에 7만 8900원(3월 22일 종가 기준)으로 1400배 상승했다.

55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혁신과 성공을 거둬온 삼성전자는 최근엔 '잃어버린 10년(2014~2023년)'이란 평가가 나오며 반도체를 포함한 주력 사업의 향후 성장세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

과연 삼성은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것일까. 그 10년의 시간 중 절반 가량을 직접 취재하고 경험한 내 입장에서 보기엔 이 같은 평가는 지나치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큰 전환기 속에서 겪는 시련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결국 핵심은 삼성이 그 시련을 극복할 것이냐, 아니면 극복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걷느냐 하는 것이다. 삼성의 투자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의 관심도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래의 결과를 아는 상황에서 과거의 실수를 지적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 과거 속에서 미래를 개척할 교훈을 찾는 것은 어렵지만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삼성전자 수원 본사.

호암자전에서 삼성의 태동을 설명하는 부분엔 이런 글이 있다.

실패에 대하여 비스마르크(프로이센의 재상) 시대의 프로이센 군 원수, 몰트케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기고 있다.

"나는 항상 청년의 실패를 흥미롭게 지켜본다. 청년의 실패야말로 그 자신의 성공 척도다. 그는 실패를 어떻게 생각했는가, 그리고 어떻게 거기에 대처했는가, 낙담했는가, 물러섰는가, 아니면 더욱 용기를 북돋아 전진했는가, 이것으로 그의 생애는 결정되는 것이다."(호암자전 63p)

올 들어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삼성의 위기론이 부각되고 있다.

1992년 이후 30년 넘게 지켜온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도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SK하이닉스에 뒤쳐지며 위태롭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3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사업에서도 대만의 TSMC에 밀려 글로벌 시장 점유율 10%대에 그치며 2위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자로서 오랜 기간 지켜본 삼성은 사람에 비유하면 놀라운 '회복탄력성(실패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가진 기업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로 이뤄진 집단이다.

이 책이 기자로서 취재하고 경험했던 삼성의 회복탄력성과 위기 극복 능력을 공유하고, 앞으로 삼성의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실마리가 될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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