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을 찾아서] 서울 영등포구 곰집칼국수, 오복
혼자 사는 상황에서 집 근처에 갈 만한 식당이 있으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을 약 3년 정도 자취를 하면서 깨달았다. 그 식당이 크게 맛있는 식당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확실한 장점이 있고 기본 이상은 한다는 확신을 주게 되면 밥을 하기 귀찮거나 뭔가 입맛을 찾고 싶을 때 확실히 갈 만한 곳이 생기게 되는 거니까. 배달비도 비싸고 하니 배달음식을 매번 시키기는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매번 집에 있을 때마다 밥을 해 먹으려니 수고도 많이 들고 결과적으로 버리는 재료들도 생기게 되니 결국 괜찮은 식당을 찾게 된다.
올 겨울이 유달리 추웠어서 그런지 최근 몇 개월 동안 국물이 꾸준히 당겼다. 김치찌개 같은 매콤한 국물이 당기는 날도 있었지만 가끔은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속을 따스하게 해 주는 맵지 않은 국물이 끌리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에 가끔 방문하는 식당 두 군데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국물에 면이나 밥을 말고 김치를 얹어 후루룩 먹다 보면 이만한 음식이 어디 있나 싶을 정도다.
'곰집칼국수'는 대로변이 아닌 2차선 도로 쪽에 있어 오다가다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신길 인근에선 꽤 이름이 알려진 칼국수집이다. 굵은 면의 칼국수에 숭덩숭덩 썰어 넣은 감자와 애호박이 매력적이다. 특히 감자 덩어리 크기가 생각보다 꽤 커서 감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매력 포인트다. 면도 상당히 잘 삶았다. 너무 퍼지지도 않았고 적당히 쫄깃쫄깃하면서 국물이 잘 배어들어 안정적인 맛을 자랑한다.
개인적으로 이 집 칼국수는 국물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진한 사골이나 멸치 기반의 특색있는 국물은 아니지만 밀가루에 감자, 호박, 계란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무난하게 잘 넘어가는 맛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상당히 선호하는 맛일듯. 일단 양 자체가 많은 만큼 국물 양도 많아서 면을 흡입하며 계속 국물을 떠먹게 된다.
무난하지만 맛있는 백지 같은 국물이다보니 김치와도 상당히 잘 어울린다. 여기 겉절이는 명동칼국수처럼 마늘 맛이 엄청 진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적당한 마늘 풍미가 나서 국물과 비교하면 그래도 꽤 자극적인 편이다. 개인적으로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칼국수랑 같이 먹으면 시너지가 두 배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 같다.
여기가 막 엄청나게 유명한 전국구 맛집이나 그런 건 아니지만 점심시간에 방문할 때마다 늘 방문객들이 꾸준히 있는 걸 보면 동네 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 유명한 집인 것으로 보인다. 가게도 넓고 자리도 넉넉해서 혼밥하기에도 적절. 맘 편히 가서 후루룩 한 그릇 비우다 오면 만족스러운 식사를 보장한다. 한번은 만두가 들어간 칼국수를 시켜보기도 했는데 수제 만두가 칼국수와 퍽 잘 어울렸다. 다음에 사람들과 같이 온다면 전이나 보쌈도 먹어보고 싶다는 느낌.
상호명: 곰집칼국수
주요 메뉴: 칼국수, 만두칼국수, 찐만두, 만두국, 녹두빈대떡
집 근처에 기사식당 스타일의 집이 좀 있는데, '오복'도 그 중 하나다. 일반적인 기사식당처럼 넓지는 않지만 빠르게 먹고 갈 수 있는 메뉴를 취급하는 데다가 실제로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택시기사, 배달기사들이 혼밥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기사식당스러운 분위기가 난다. 그리고 술도 팔지 않아서 정말로 기사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는 것이 실감이 된다.
이곳의 주 메뉴는 '닭백반'인데 찢어져 나온 닭 살코기에 밥과 닭국물 등이 곁들어져 나오는 요리다. 닭요리를 하는 집은 많지만 생각보다 이런 식으로 닭이 나오는 집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가 그런 집 중 하나다.
보기에는 좀 퍽퍽해 보일 수도 있는데 실제로 먹어 보면 퍽퍽하기보다는 쫄깃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육질이 부드럽거나 야들야들하지는 않지만 닭 살코기를 먹을 때 흔히 느껴지는 퍽퍽함이나 질림이 여기서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쫄깃한 닭살을 씹다 보면 나름대로의 감칠맛도 느껴진다.
닭살을 먹다 보면 국물로도 손이 간다. 국물은 닭곰탕 스타일로 끓인 맑은 국물인데 꽤나 담백하고 시원하다. 황기 등을 넣었다고는 하는데 인삼류의 냄새가 그다지 강하지는 않아서 부담 없이 밥을 말아 훌훌 먹기 딱 좋다. 여기에 남은 닭살을 좀 넣어주면 닭곰탕이 된다. 후루룩 잘 넘어가니 빨리 먹고 싶다면 후딱 먹고 가기도 좋다. 김치를 얹어 먹으면 더 맛있다. 여기 김치는 자극적이라기보다는 집에서 먹는 김치처럼 무난하게 새콤한데 닭곰탕 국물과 상당히 잘 어울린다.
원한다면 닭껍질을 따로 주문해서 먹을 수도 있다. 지난번에 갔을 때는 닭껍질정식을 주문했는데 닭 살코기가 나올 자리에 닭껍질과 약간의 살코기가 같이 나왔다. 닭껍질 역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백숙처럼 부드럽고 기름지다기보다는 쫄깃하게 씹히는 느낌이 강하다. 닭껍질이 흐물흐물해서 싫어한다는 사람들이라도 여기 닭껍질은 한 번 먹어볼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이쪽 닭껍질을 더 선호하는 편.
가게도 좁고 오토바이나 택시 등을 몰고 오고 가는 기사들도 많아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그런 만큼 혼자 와서 먹고 가도 부담없는 분위기다. 술을 팔지 않아서 회전도 매우 빠른 편이고, 가격도 닭곰탕 7000원, 닭백반 8000원으로 요즘 물가 생각하면 저렴한 편이다. 가볍게 부담스럽지 않은 닭요리를 먹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집이다.
상호명: 오복
주요 메뉴: 닭백반, 닭껍질백반, 닭곰탕, 닭껍질무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