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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피 Aug 26. 2020

꾸준함에 대하여

DAY 1

"무언가를 최소 세 달은 매일 해야 '꾸준하다'고 말할 수 있지"


몇 달 전. 친구들과의 단체카톡방은 여느 때처럼 이 얘기, 저 얘기로 시끌시끌했다. 입사 6개월차 직장인인 나의 하루 이야기부터 나와 마찬가지로 인턴 생활을 시작한지 6개월 정도 지난 채채의 분통과 교육대학원에서 낮에는 조교로 밤에는 학생으로 뛰다니는 셉의 고난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러 고향에 잠시 내려간 혬이 요즘 관심 갖는 유튜브 채널들까지, 주제는 일정한 방향성 없이 흐르는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네 사람의 마음을 건든 단어가 나왔다. '꾸준함'이었다. 서로 하는 말은 비슷했다. '무언가를 정말 꾸준히 해보고 싶어.' '아, 그때 그거 꾸준히 했으면 지금쯤 뭐라도 됐을텐데.'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해보면 나중에 조금 달라져 있지 않을까?' 후회되면서도 기대되고 그럼에도 실천은 정말 어려울 거라는 말들, 내 마음이 딱 그랬다.


꾸준함이라는 단어가 건든 건 지금에 대한 불만족일 수도, 지금과 다른 미래를 향한 정체모를 기대감일수도, 혹은 대학시절 꿈꿨던 뭔가 다른 일상에 대한 갈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 속 무엇이 흔들렸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 날 이후로 꾸준함에 대한 단상들은 몇 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야말로 '꾸준히' 이어져왔다.


그리고 그 결과로, 오늘을 시작하려 한다. 최소 세 달, 다시 말해 90일 간 매일 무언가를 이어가면 꾸준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하니 오늘부터 매일 글을 써볼 작정이다.


시작하기 전, 지금껏 가장 꾸준히 했던 것이 무엇이었나 되짚어봤다. 순수하게 나의 의지로만 행했던 것은 "멋문클", "사색노트", "스페인어"가 전부였다. 각각 2년 4개월, 1년, 2개월씩 이어졌고, 그중 독서모임인 멋문클만이 주기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아주 뿌듯하다)


나름대로 꾸준히 했던 것들을 돌이켜보니, 한 가지 확실해졌다. 내게 있어 꾸준함의 필요충분조건은 '더하기와 빼기'다. 재미는 더하고 부담은 없어야 한다. 특히, 나는 쉽게 무언가를 즐거워하는 편이기에 전자보다는 후자가 중요하다. 부담을 빼야 한다.


첫 날부터 힘 빠지는 소리를 하나 싶지만, 이번 꾸준함의 모토는 '얇고 길게'니까. 괜찮다. 부디, 90일의 여정이 끝까지 이어지길. 그래서 홍보회사 8개월 차의 사회 초년생이자 책과 글과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자 보편적인 인간들 사이에서 우정과 사랑을 이어온 내가 나를 더 잘 알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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