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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20. 2020

가래떡이 주범

나의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우리 아파트 단지 앞에는 떡집이 있다. 옛날부터 있던 떡집이다. 우리가 입주하고 십 년 정도 되어가니 떡집은 그 이상 되었다. 떡집 주인아저씨 아줌마도 그래서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 이 집은 떡을 참 맛있게 한다. 난 가래떡에 대한 향수가 있다. 아주 어릴 때 멀고도 먼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나를 반기던 어느 집에선가 가져다준 말랑말랑 가래떡. 명절이면 커다란 양푼을 이고 가 떡방앗간에서  줄에 줄 아주 길게 서서 기다려 한가득 가래떡을 뽑것 하며 엄마를 따라다니던 그 모든 것이 추억되어 향수되어 가래떡 하면 언제나 나를 아주 어린 시절로 몰고 간다. 떡국 떡으로 써는 것도 큰 행사였고 그렇게 창고방에 커다란 양푼 한가득 담겨 있던 떡국 떡을 친구랑 야금야금 얼마나 가져다 먹었던가. 굳어지면 동그란 난로 위에 구워 먹던 추억 하며.


설도 다가왔겠다. 그때 추억을 되돌리고 싶어 떡국떡 아닌 가래떡을 뽑았다. 떡국떡 용으로 썰어서 파는 것도 있지만 나는 가래떡을 주문했다. 떡국 떡 아니고요? 설을 앞두고 대부분 썰어서 파는 떡국 떡을 주문하는 가 보다.  아니요. 우리가 나중에 집에서 썰을 거예요. 그렇게 하고 가래떡으로 받았다. 아, 커다란 양푼 속 가래떡은 아니지만 따끈따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박스 속 가래떡은 아아아아 나를 이미 흘러가는 세월 속에 그때 떡국떡을 썰던 울 엄마 아빠 보다도 훨씬 나이가 들었지만 그때 그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말랑말랑 방앗간에서 우리 집 떡이 쇳덩이 기계 두 개의 동그란 구멍에서 쭉쭉 내려올 때 아저씨가 툭 잘라 주먹어보던 그 맛. 그걸 느끼려 손으로 긴 가래떡을 톡 집어 길게 목을 뒤로 빼고 입에 넣는다. 아, 맛있어. 이 쫄깃함.


문제는 그거다. 시작은 이렇게 하지만 나중에 떡국 떡 썰 떡이 없을 지경으로 난 수시로 그 가래떡 박스를 탐다는 것이다. 아, 그 쫄깃함을 그 말랑함을 그리고 서서히 굳어가면서 그 옛날을 회상시키는 그 떡을 난 포기할 수가 없다. 그것은 밤 12시에도 수시로 드나들게 하며 16시간의 공이라는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를 아주 손쉽게 무너뜨린다. 나그래서 지금 아주 더부룩한 배로 아침을 맞이한다. 배가 고팠지만 아주 상쾌하던 그때, 간헐적 단식을 하던 때랑 너무 다르다. 더부룩함이 심해 불쾌까지 느껴질 정도.


미국에 는 여고시절 단짝 친구 순기랑 나는 종종 통화한다. 내가 한밤중 잠자리에 들 때면 그 애는 아침을 맞이다.


뭐해?

응 커피 마시고 있어.

아, 커피 타임?

아침식사.

아, 빵이랑? 

아니, 커피만.

아, 방탄 커피?

응.


그녀는 아직도 최강의 식사 거기 나온 식단대로 실행하고 있다.


난 효과를 많이 봤어. 참 좋아. 대신 모든 걸 유기농으로 해. 질 좋은 음식으로 저탄고 식사를 하는 거지. 당뇨인 남편도 너무 효과를 보고 있.  


아, 안 먹고 싶어? 16시간 공복. 그걸 아직도 지킨다고?


넌 아직도 그렇게 뭐가 먹고 싶냐?       


응. 난 아직도 주전부리가 심해.


분위기가 그래서 커피 한 잔. 커피만 심심해서 커피 안주라는 빵이나 쿠키를 곁들이고  그 참에 옛날 애들과 함께를 추억한다며 치맥까지. 먹을 일은 얼마나 많고 주변에 먹거리는 얼마나 많은가. 아. 나의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는 그렇게 무너져버렸다. 


그러나 간헐적 단식하던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극기 훈련하듯 먹고픈 것을 참아내던 그건 사실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저녁 7시가 넘었다고 미처 저녁식사를 하지 않았어도 시간이 지났으니까 하면서 꾹꾹 참고 먹지 않았다. 글을 쓰면서 글로 배고픔을 막았던 나. 그것이 한번 무너지니 자꾸 그런 배고픔으로는 가고 싶지가 않다. 그래. 난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로 일단 3킬로 감량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니까 그러면 이젠 그만해도 는 것 아닐까?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시키며 밤에도 끊임없이 먹거리를 입에 처넣고 있지만 , 아, 바로바로 이 지저분함이 싫어서 난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시작했던 건데. 음 어떡하지?


다시 맘을 굳게 먹고 여기 써가면서 나의 마음 다스리기를 해볼까? 아니면 그냥 이제 소기의 목표 달성했으니 서방님 먹는 대로 이것저것 다 따라먹을까? 참고로 뚱뚱하지 않은 남편은 한밤중에도 무엇이고 잘 드신다. 그러나 먹다가 어느 정도 괜다 싶으면 딱 끊을 수 있다. 문제는 나. 나는 절제가 안 된다. 난 일단 무언가 뱃속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그러니까 남편 먹 대로 밤에 따라먹다가는 큰일 날 것이다. 도 없이 마냥 먹어댈 것이므로 3킬로 감량이 라지는 건 순식간일 것이다. 아, 어떻게 할까?


어떡하긴 무얼 어떡해? 3킬로 감량과 음식 절제할 때의 그 멋진 기분을 알잖아. 그 책을 다시 보자고. 내가 고통스러워하며 실행했던 그 걸 보자고. 그러면서 다시 시작해보자. 그래.  무언가 몸 관리를 하는 것은  그냥 헬렐레 퍼져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는 거야. 밤에 무얼 먹지 않으면 정말이지 꽤 생산적인 일을 많이 할 수 다. 그래!!! 다시 해보자. 파이팅!!!


그때 처음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하던 때의 글을 다시 읽어보자. 오예.


https://brunch.co.kr/brunchbook/skysk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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