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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28. 2019

미국여행 워싱턴 D.C.
국군참전용사비




사이트 앤 싸운드 극장 주차장의 멀리멀리서 온 대형 차량들 속에서 겨우 우리 버스를 찾아내 타고 밤 새 달려 포근한 남영이가 기다리고 있는 우리들 스위트홈이 아닌 낯선 호텔에 도착한다. 워싱턴 D.C. 에 있는 호텔. 한적한 시골 느낌이다. 낑낑 낑낑 버스에서 짐을 내려 호텔 안으로 들어간다. 우리들의 스위트홈 뉴저지의 남영이 집에서는 이런 절차가 전혀 필요 없었는데 방을 배정받고 열쇠를 받기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지치고 지친 우리 친구들 기진맥진이다. 관광도 힘드네. ㅎㅎ



2인 1실인 오늘 호텔 방은 뽑기로 정한다. 누가 되었건 친하건 안 친하건 함께 자기. 번호를 두 개씩
적어 넣어 같은 번호 뽑은 사람과 함께 자기. 누가 코를 고는가 누가 잠들기 까다로운가 그런저런 거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이유불문 무조건 번호 뽑은 대로 자기. 오예!!! 젤 큰 모자~ 미숙이. "미숙아~ 어서 벗어~" 벗겨진 모자 속으로 번호 적힌 종이를 모두 넣고 뽑기 시작~ 두구두구 둥둥 와우~ 두근두근 누구랑 짝이 될까? "떨지 말고 뽑아. 빨리." "아, 떨려~" 쿵쿵 두구 둥둥 긴장의 뽑기 순간. 모두에게 모자가 돌아가고 완료. 같은 번호 붙어랏. 함께 자 본 적이 거의 없는 현미랑 짝이다. 또 하나 우리의 스위트홈 남영이 네 서는 절대 필요 없던 절차가 있었으니 와이파이 번호 받기! 돼? 안돼?? 이렇게 해. 돼? 된다. 은경이 꺼 된다. 자, 다시 잘해보자고. 요렇게 그렇지. 가이드가 일일이 가르쳐주고 환갑 지난 할매들이 식구들 연락하겠다고 열심히 열심히 와이파이 장착한다.



가격 대비 호텔방은 그런대로 괜찮다. 침대도 큼지막하고 방도 제법 크다. 한 방에 15만 원이니까 일인당 하룻밤 7만 원에 이 정도면 괜찮다. 그래도 이런 돈을 생각하면 우리는 도대체 남영이네서 얼마를
세이브 한 걸까. 매번 이렇게 호텔을 이용해야 했다면 비용이 너무 세져 못 왔을 게다. 남영아~ 그리운 남영아~ 고마워~ 커다란 침대가 두 개. 다행히 현미랑 나는 밤에 강하고 새벽에 강하고 가 서로 달라
편안하게 자기 강한 시간에 샤워실을 쓴다.


누구 방이었더라? 여하튼 방 하나에 모두 모인다. 침대에 벌렁 서로서로 껴안고 하하. 뒹굴뒹굴
궁둥이 좀 줘. 내 머리 좀 대게. 하하. 나 떨어질 것 같아~ 이리 와. 이쪽으로. 꽉 잡아주고 눕히고 히히

뒹굴뒹굴 딩굴댕굴 세월아~ 네월아~ 언~ 제 우리가 헤어졌던가 언~ 제 우리가 떨어졌던가. 하하.
그동안 각자 살아온 세월이 무상할 뿐이다. 우리들 쏘프트웨어는 여고시절 고대로인데 하드웨어가 좀 변했을 뿐. 하하 우린 그대로다. 외모가 좀 변했다고 뭐!!!!



드디어 호텔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한 무더기의 어린 학생들. 중학생? 고등학생? 꼭 중국애들만
부러워할 것도 아니었다. 우리나라 어린 학생들도 아이비리그 대학 관람차 지금 미국 여행 중이란다.

젊음이 팡팡 느껴지는 현대판 세련된 선생님들 저 감수성 많은 나이에 신세대 선생님들과 뉴욕이라니
얼마나 많은 걸 담아가게 될까. 많이 많이 보고 가득가득 느끼고 훌륭하게 크거라 들. 괜히 내가 다 흐뭇하다.


미국의 50개 주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 행정구역 미국의 수도 워싱턴 컬럼비아 특별구 Washington District of Columbia 워싱턴 D.C.로 이동한다. 오홋 해군사관생도들이 단체로 관광에 나섰는가? 새카만 버스가 아주 멋지다.


한국전 참전 용사비 Korean War Memorial 6.25 전쟁 때 우리나라에 와서 싸워 준 미군 병사들을 기념하는 공원이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1995년 7월 27일 김영삼 대통령 방미 때 제막되었다. 19명의 병사가 성조기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데 육군, 공군, 해군, 해병대가 다 있고 백인, 흑인, 히스패닉계도 다 있다. 동쪽엔 워싱턴 대통령의 기념비 오벨리스크, 서쪽에는 링컨 대통령 기념관, 탁 트인 공간 삼각형과 원형이 맞물린 구도. 그 삼각 꼭짓점에 미국 국기가 요케 펄펄 휘날리고 있다.


프랭크 게이로드가 디자인한 19명의 병사들. 2미터 훨씬 넘는 키에 500킬로의 몸무게. 그야말로 쭉쭉빵빵 하하. 매력적이다. 그런데 이 군인 아저씨들 마치 살아있는 듯 섬세한 표정 흐르는 옷자락. 와우~

확실히 차별되는 뛰어난 생동감. 돌이 아닌 강철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란다. 워싱턴 D.C. 의 모든 기념물 중 오직 여기만 이렇게 돌이 아닌 강철이란다. 관광객들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이라는 이름은 기억 못 해도 미군 병사 동상이 어디 있냐고 물어본다는 유명한 조형물이다.



삼각 대열 꼭짓점에 있는 명판. 무언가 숙연함에 절로 차분해진다. 그 앞에서 우리 모두는 잠시 묵념을 한다. 명판에 새겨진 글을 찬찬히 읽어 본다.


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전혀 알지도 못했던 나라, 결코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부름에 응한 우리의 아들과 딸들을 존경합니다.  



이 병사들 주변엔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 꽃이 심어져 있다. 무궁화 꽃이 영어로는? the Rose of Sharon 오홋. 요렇게 예쁜 이름이? ㅎㅎ




그리고 시커먼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유엔 벽. the United Nations Wall 시커먼 벽인데 요 거이 38선을 뜻한다는데 어떻게? 본래 이 벽에는 19명의 병사가 조각되어 있다. 거기에 반질반질한 이 벽면으로

그 앞에 있는 19명의 군인 동상이 반사되어 합쳐진다. 그래서 본래 있는 19명의 병사와 함께 38명의 병사가 된다. 즉, 38선을 의미하는 숫자 38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유엔의 벽을 기념하며 다 같이~


모든 게 있는 그대로 반사되는 유엔의 벽. 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유명한 문구가 씌어 있는 곳 유엔 벽 the United Nations Wall 주미 한국 대사관은 매주 월요일 이 곳에 화환을 보내 감사를 표한단다. 세 번째 사진에 바로 그 화환이 보인다.



사망, 실종, 부상자들의 숫자가 새겨진 기억의 늪 the Pool of Remembrance 흑백의 차가움으로 묵묵히 묵념하듯 둘러본다. 매력적 군인들이 점차 멀어진다. 다시 활기 찬 우리들 모습으로 돌아가잣. 자~하나 둘 셋 여기를 보세요~ 차르르르르르 셀카 타이머 돌아가는 소리. 미국의 하늘은 이렇게도 파랗단 말인가. 포스트 맥 공원에 있는 한국 참전용사 기념공원을 뒤로하고 앞으로 전진~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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