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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15. 2019

오스트리아 빈 쇤브룬궁전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데 글로리테!


쇤브룬 궁전 

내부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앗! 주룩주룩 

쏴아 쏴아 비가 온다. 

그것도 아주 많이. 


"에잇. 우산 

아무 소용없더라. 

바람 때문에 도통 

쓸 수가 있어야지?"


괜히 짐만 될 뿐이라며 

과감히 빼놓고 왔더니

바람 한 점 없이 

빗방울만 거세다. 


바람 없는 이런 비 

거뜬히 막아주었을 텐데. 

왜 두고 왔을꼬. 에구.


쏟아지는 비 때문에 

도저히 나갈 수가 없다. 


기념품 판매장을 

기웃거려본다. 

혹시... 그 우비가 

있으려나? 


어제 한국 아가씨들이 

입고 있던 바로 그 우비. 


슬쩍 둘러보니 없다. 

우산은 있는데 

우비는 없다. 


그렇다고 가져온 우산이 있는데 

또 우산을 살 수는 없고.

우비를 찾아보지만 안 보인다.


그런 게 있을 리 없다며 

점잖은 우리 서방님

그냥 나가려 한다. 그러나... 


씩씩한 내가 그럴 리 없다.

없을 땐 없더라도!


우비... 레인코트? 

아니,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입고 있는

그런 멋진 코트를 레인 코트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찾는 건 그냥

일회용 비닐우비일 뿐인데

음... 그렇다면


일회용, 버릴 수 있는... 해서

디스포저블 레인코트?

아니 비닐 짜가 들어가야지.

비닐은 바이늘이라 발음한댔지?

바이늘 레인코트? 

ㅋㅋ 몰라 몰라 

그냥 해보 잣.


일단 환한 미소로 단단히 무장

입꼬리를 있는 대로 추켜올리고 

활짝 웃으며 다가가니 


잘 생긴 남자 직원 

역시 매우 호의적으로 

나를 맞는다.


자. 용기를 내서!

복잡한 거 다 떼어버리고!

Do you have rain coats?


설마 하면서 물어봤는데 

예쓰! 하며 바로 옆 선반을 

뒤적뒤적하더니


조그맣게 접힌 

사각 비닐을 척!!! 

내놓는 게 아닌가.


가격도 무척 싸다.

오예!!! 바로 그 비닐우비.


역시 입은 뒀다 

국 끓여 먹는 게 아닙니다요 

남편님아~ 헤헤.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그대로 갈 것인가?


그래. 가자. 이 빗속에 

정원 관람은 무리야. 가자.


정원은 포기하자고요. 


나랑 아들은 

쉽게 결론을 내린다. 

가잣. 


그러나 꿈쩍 않는 

울 서방님.


"안돼. 아무리 비가 쏟아져도 

글로리테는 꼭 봐야 한다!"


하이고~ 그래도 

이 빗속에 어떻게.


울 서방님 이리 후다닥 

저리 후다닥 이 잡듯 궁전을 

뒤지더니 


"저기 기차가 있다. 

저걸 타고 돌자!"


노란 기차를 발견하고 

신이 나서 소리친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그래. 뛰잣. 

우리 모두 기차를 향해 돌진~


달려가 물어보니 

그냥 차장에게 돈 내고 

타면 된단다. 


 차비를 내니 

손 등에 도장을 

꽝!!! 찍어준다.


우비를 입은 채 

노란 기차에 탄다.


드넓게 펼쳐진 정원을 

이제부터 돌아볼 거다.


아~무도 없었는데 

서양 청년 한 명이 탄다.

서로 눈으로 인사한다.


텅 빈 기차.

한참을 더 기다리니 

이번엔 좀 나이가 든 

서양인 부부가 탄다.


아까 탄 청년도, 

진작부터 있던 우리도,

새로 타는 그 부부도 

함께 따뜻한 미소를 나눈다.


'이 쏟아지는 빗속에 

정원 관람을 포기 않으셨군요~ 


라고 말하는 듯. ㅋㅋ


비는 계속 쏟아지고, 

말도 마차도 마부도

모두 비에 젖는다.


빗속 풍경은 아름답다.


동그란 요 표지가 

정류장이며 


이 표지가 있는 곳에 

설 때마다 사람들이 내리고 탄다.  


손 등에 꽝!!! 

찍힌 도장 만으로 

어느 정류장에서나

타고 내릴 수 있다. 


두두두두 출발~ 

칙칙폭폭 호홋.


노란 꼬마기차 안에서 

구경하는 빗속 풍경.


오홋. 멋지다. 

어린아이들이 

단체관람 왔는가.


쏟아지는 빗속에 

와와 소리들 지르며

정신없이 뛴다. 


선생님은 

혼이 빠진 듯. ㅋㅋ


"앗, 여기가 거기야. 내리 잣!"


작은 영광이라는 뜻의 

글로리테 Gloriette!!!


 차가 서자마자 

총알같이 튀어 내린다.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그러나 이 곳 그 유명한 곳

그냥 갔음 어쩔 뻔했어!


1747년 프러시아 

물리친 것을 기념해 


그리스 신전 양식으로 

세워진 건물


11개 도리스식 기둥 

높이 20 미터


빗속에 떠느라 

춥고 배가 고파 

일단 카페로~


최근 오픈했다는 

글로리테 카페에서 

맛난 것을 듬뿍 시킨다.

남았다.


우리 옆 테이블 커플. 

꽤 조금 시킨다 싶더니 싹싹 

접시라도 핥을 듯 

깨끗이 다 먹는다.


문득 우리 테이블의 

남겨진 음식이  부끄럽다.


다음엔 정말 꼭! 딱!

먹을 만큼만 시키 잣!


비바람이 여전히 

거세게 몰아치고 있지만


카페에서 나온 우리는 

옥상에 올라가기로 한다.


계단 입구 기둥 속 

작은 방에서 티켓 파는

잘생긴 청년. 


이런 빗속에 올라가는 

사람이 없어서일까

부모와 함께 온 

울 아들이 기특해서일까


부모님이라 하니 

티켓 두 장을 씰버요금으로 

깎아주더란다. 

나이도 묻지 않고. 호홋. 


우아 옥상에 올라서니 

펼쳐지는 풍경이~


와우 너무너무 멋있다. 

으아아 아 그야말로 장관이다.


벨베데레 궁에서 본 

이 그림이 꼭 여길

그린 것 같다. ㅎㅎ 


빈 시내가 저~ 끝까지

모두 보인다.

우아 정말 멋진 풍경이다. 


사방에 쫙쫙 뻗어있는 도로

그 사이사이 펼쳐진 파란 나무숲


그리고 하염없이 내리는 비

까짓 비쯤이야! 

산책하는 사람들 


오홋 좋아요~ 

비 온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비바람이 휘잉휭~ 

얼마나 거세게 몰아치는지

우리의 비닐우비는 

위태위태 하고.


빗속에 가까이서 바라보는 

글로리테 메인 동상

아. 멋지다.


보고 또 보고

멀리 더 멀리 보고


아주 가깝게도 보고

바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파란  잔디와 호수


촉촉하니 젖은 

파란 물결 나무


그리고 찰랑찰랑 

빗줄기에 이는 작은 

물결 호수



이십미터나 되는 

저 꼭대기에서 우리가

빈 시내를 구경한 거다. 


이 거센 빗줄기 속에서.

와우~ ㅋㅋ


마침 우리가 타야 할 

노란 꼬마기차가 대기하고 있다.


후다다닥 

잽싸게 달려 가 탄다.


손등에 꽝! 찍혀 있는 파란 

직인을 보여주며.


쏟아지는 비의 표현은 

참 어렵다.


살짝 창문을 내려 

비에 흠뻑 젖은 유리창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전혀 비 안 오는 것 같은 

글로리테에 


실감 나게 비를 표현해본다. 헤헤


우리가 저 위로 올라가 

아주 가까이에서  


거대한 저 동상을 

감상하고 촬영한 거구나아~


티켓 파는 청년은 

바로 저 기둥 안쪽에 문을 낸

조그만 방에 있었다.


다시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너무도 아름다운 숲길.



비는 하염없이 쏟아지고

창밖 풍경은 속절없이 아름답다.


낙엽은 바닥을 붉게 물들이고


졸졸 흘러가는 시냇물 위에선

신들의 향연이 하하


이 쏟아지는 비만 아니라면 

정류장마다 내려서 구경하고 

산책하고 다시 타고 했을 텐데

그러기엔 비 쏟아지는 게 

너무 무시무시하다. 



무심코 처음 탄 곳까지 가려다 

전철 타려면 여기가 좋다는 

안내 멘트에 


잠깐!!! 

튕기듯 내린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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