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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19. 2019

프라하 페트르진전망대
스트라호프수도원

자꾸자꾸 가라앉는 마음은 꼭 가방도난때문만은 아니었다 

밤 12시 넘어 도착한 에어비앤비 집

침대도 쏘파도 식탁도 부엌도

모두 보이는 원룸형 널찍한 방.


잘 됐다. 침대가 마주 보고 있어

밤새 우리는 아들이랑 이야기할 수 있겠다. 


아들은 왼쪽 침대에,

나랑 남편은 오른쪽 침대에.


꼬르륵~ 

아, 배고파. 그리고 보니 우리

아무것도 안 먹었네.


도대체 몇 시부터야.

점심 먹거리를 사들고

먹으려다 그게 없어져 

알게 된 가방 도난. 


그때부터 우린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하이고~


점심, 저녁 두 끼니였지만

단 한 번도 배가 고프다던가

무얼 먹어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으니 그만큼 우린

놀랬던 것이다. 


모든 게 끝나고 나니

배가 배가 얼마나 고픈지.


밤 12시도 넘은 아주 깊은 밤에

우린 라면을 한 솥 끓여

배가 터지도록 먹는다. 

정말 힘든 하루였다.


모지? 다음 날 집을 나서니

한 건물 앞에 영화에서나 보던 

멋진 리무진!!!


와우!

무척 크고 무척 길고 예쁜 아가씨들

다알링이라~ 

야리꾸리한 업소인가?



"집에서 가져온 

미역국이니 햇반이니
요런 거 말고 오늘은 우리 

유명한 카페에 가자."


해서 찾아간 곳. 

자리가 없다고 기다리란다. 

이미 몇 명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기다린다.  

드디어 들어 오란다.

오예! 안으로 들어가니 자그마한 데

테이블마다 사람이 꽉꽉.


난 똥배 상관 않고 

따뜻한 코코아를 듬뿍 마신다.


달달함으로 허기진 무언가를

가득 채우고 싶다.


깔끔하고 예쁘고 참 맛있다. 

자. 새 날이야.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고


파이팅!!!

자꾸 가라앉으려는 마음에 

파팍!!! 힘을 불어넣는다.


성 니콜라스 성당에 들어간다.

그러나 집중하지 못한다. 


매번 보는 성당

그 성당이 그 성당.


안 그러려 해도 마음은 

자꾸자꾸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가방을 도둑맞다니. 에고...


밖에 나오니 마침 

시계 종이 댕댕 울리며 

인자한 사도들이 촤르륵 

지나간다. 


'별 것 아니니라~' 


곧 헤어질 해골바가지와도

인사를 한다. 안녕~


비둘기도 안녕~


조각들도 안녕~


광장에 사람들은 몰려드는데

가라앉은 기분은

영~ 올라갈 줄 모른다.


금박 아저씨도 안녕~

모두 모두 안녕~


1891년 프라하 박람회 때

에펠탑을 본떠 만들었다는 

페트르진 전망대


에펠탑의 5분의 1 크기지만, 

높이는 63.5m로 에펠탑과 같다.


그러나 페트린 언덕 위에 있어 

에펠탑보다 더 높다니 

299 계단을 올라가보잣!!! 


재밌게 빙글빙글 계단을 올라간다.

와우~ 너무도 멋진 경치


그런데 헉!

어느 순간부터 다리가 후 달달달

숨이 턱턱 막히고 

끝이 어딘가~


갑자기

너무 무섭다.


꼼짝도 못 하겠다. 

헉헉. 


계단 참에 마침 조그만 벤치.

일단 앉고 보자. 

털썩.


그래도 떨린다.

너무 높다.


난간 잡은 손에

힘이 꽉!


"더 이상 못 가겠어~"


저 멀리 카를교가 보인다. 

그런데 너무 무섭다.


내 나이 또래의 서양 여자 둘이

헉헉 거리며 올라온다.

매우 힘들어한다.



난 궁둥이를 비켜 

벤치 한편에 그들을 

앉게 한다. 


셋이 앉으니 궁둥이가

 낀다.


셋이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는다.


그 둘의 대화를 들어보니

영어 아니다. 

불어? 스페인어?


언어는 통하지 않으나

서로 주고받는 미소만으로


살아온 세월의 깊이랄까

삶의 연륜이랄까


같은 나이 또래라는 것

그 때문일까


아, 그냥 막 동료 같은 

이 묘하게 무언가 통하는 느낌. ㅎㅎ


앗, 그런데 어떻게 된 걸까.

궁둥이를 꽉 끼고 앉아있던 

우리 셋 중 누군가 일어났고 

덩달아 모두 벌떡! 


위로 올라간다.

그 무시무시한 철제 계단을 

씩씩하게 쾅쾅 세게 밟으며


신나게 올라간다. 

정상까지 단숨에 쭈욱~


하하 푸하하하.



어쩌면 멈춤이 

무서웠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우리 셋은 그렇게 

얼떨결에 정상에 왔다.


아~ 뻥 뚫린 시야.


프라하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 너무도 아름다운 경치.

중간에 포기했으면 어쩔 뻔했어?


모든 것 훌훌 털어 버리자.

얼마나 좋아? 우리 가족이 함께!

그거면 됐지. 


아들과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무언가 자꾸 기분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 것은


꼭 소매치기당한 가방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아들과 헤어지기 싫은 거다. 


파리 에펠탑 근처에 살고 있는 

아들과 짝퉁 에펠탑에서. 하하


이제 우린 기진맥진한 몸에

맥주를 들어 붓기 위해 

그 유명한 스트라호프 수도원으로 간다. 


정말 격렬하게 키스를 나누고 있는

조각상을 지나~


드디어 양조장 도착.

기진맥진


이 곳에서 맥주를 맛있게

마시기 위해 우린 

페테르 진 전망대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날씨가 쌀쌀해 

안으로 들어간다. 


이것저것 맥주를 

종류대로 시켜보기로 한다. 


그리고 점심을 겸하여

바비큐 립.


맥주 넣은 소스를 립에 

발라 구워냈다는데

아주 맛있다. 양도 푸짐~


그리고 배달된

구수한 빵과 맥주.

아~ 너무 시원하고 맛있다. 


유럽 중세시대에 

수도사들이 


금식 기간 동안 

기분 좋은 맛을 내는 

음료를 마시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는 맥주. 


오홋. 그래서 수도원에

맥주 양조장이? 

한쪽 구퉁이에 

커다란 누런 통이 있다. 


저 안에서 맥주가 

숙성되고 있나 보다. 


발 가는 대로 이 곳 저곳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마냥 걷다 보니


어느새 프라하에 

어둠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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