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를 먼저 찼잖아. 폭우의 밤을 지낸 아침. 여전히 내리는 비로 빗물 뚝뚝 우산이 많은 지하철 안에서 어린 그녀는 굉장히 나이 많은 할머니에게 대들고 있었다. 그 할머니에게서 먼저 시작되었다. 무언가 피곤해 보였던 할머니가 그녀 옆에 자리가 나자 재빨리 앉으려고 했는데 우산을 들고 있었다. 상황은 못 봤지만 아마도 그 우산으로 그녀 발을 툭 쳤는가 보다. 짧은 핫팬츠를 입은 그녀의 다리가 너무 벌어져 있어 우산에 닿을까 봐 다리를 좀 오므리라고 툭 쳤다는 것이다. 그 아가씨가 그렇게 함에도 다리를 오므리지 않으니까 이 할머니가 소리를 꽥 지른 것이다. 여자가 다리를 그렇게 벌리고 앉으면 되나. 옆에 사람이 왔는데 다리를 오므려야지. 이 어린 아가씨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대들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이 뭔데! 이러면서 언성이 높아지고 사람들은 쳐다보고 난리가 난다. 너 같은 게 며느리 들어오면 집안이 망해!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양쪽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정말 크게 싸움이 날 판이다. 바로 그때 넥타이를 펄럭이며 젊은... 아니 아주 젊지는 않은 중년.. 이기엔 꽤 젊은 하얀 와이셔츠의 신사 남자가 조용히 할머니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옆칸으로 모신다. 가면서도 할머니는 소리를 있는 대로 질렀고 그 아가씨는 아가씨대로 할머니를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다짜고짜 그 신사 아저씨가 할머니를 옆칸으로 모시고 가는 바람에 모든 게 정지되었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푹 떨어졌는데 그러니 매수도 할 수 없고 매도도 할 수 없었다. 지켜만 보았다.
내겐 이천만 원 현금이 있다. 파이팅!
(사진: 꽃 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