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뜰 Jul 17. 2024

92세 엄마의 도전

하하 난 그걸 92세 엄마의 도전이라 말하고 싶다. 아니 92세 엄마의 위반? 푸하하하 어쨌든 귀여운 도전이랄까. 무엇이냐.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소강상태일 때 재빨리 은행일과 장보기 모든 일을 마치기로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수박은 먹고 싶은데 엄마랑 나랑 둘 뿐이고 우린 곧 내려가야 하므로 큰 수박을 살 수 없었다. 그래서 살까 말까 고민하다 큰 거 옆의 작은 수박을 고르고 어쩌고 하느라 살짝 늦었다. 조금만 일찍 왔으면 폭우가 쏟아지기 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을 텐데. 엄마! 조금만 조금만 더! 폭우 속에 엄마가 작은 우산을 쓰고 어쩔줄 모른다. 나는 가득 짐을 들고 재빨리 상가 안 쪽으로 들어왔다. 아슬아슬 위태위태 엄마도 곧 내 곁으로 오셨다. 우리 집에 가려면 끝으로 가서 돌아나가야 한다. 비를 좀 맞게 생겼는데 엄마가 씩 웃더니 따라오란다. 무인 빨래방이다. 앞 뒤로 길게 문이 있는데 그리로 들어가 나가면 비 맞는 시간이 반은 단축된다. 푸하하하 남의 장사하는 곳으로 길이 아닌데 엄마가 슬쩍 나를 잡아 끈다. 오늘 같은 날은 이용해도 돼. 하하 끌려 들어갔는데 비가 더욱더 심하게 쏟아진다. 지나가는 소낙비라며 비가 좀 그치길 기다리잔다. 엄마는 무인 빨래방 의자에 자리 잡고 앉는다. 중년의 남자가 빨래를 건조하고 있다. 쏴아 쏴아~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건조기를 돌리는 중년의 남자와 중년보다 조금 더 나이 먹은 여자와 92세 할머니가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비를 바라본다. 지나가는 비 아닌가 봐. 엄마가 이제야 정정한다. 그래 엄마. 장마야 장마. 그냥 달려가자. 엄마도 안 되겠는지 나를 따라나선다. 우아아아 폭우를 맞으며 우린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내려가려는 것 아닐까? 오늘도 난 엄마랑 비 오는 거리에서 바빴다. 그래서 장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그러므로 매매도 하지 않았다. 

괜찮다 이천으로 매달 백. 한 달 동안이고 아직 시간은 많다 하하 오늘도 파이팅!

(사진: 꽃 뜰)


이전 23화 나도 모르는 걸 외국인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