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경관이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해 기분이 상쾌해지는 곳이라는 뜻의세연.1637년 윤선도가 지은 정자다. 들어오는 길도 정말 아름답지만 드디어 세연정 그 정자에 다다르니 운치가 대단하다. 정자 안에까지 들어 가 보기로 한다.
헉. 신발을 벗고 들어 오란다. 쪼매 귀찮지만 그래도... 윤선도가 51세부터 13년간 머물며 글과 마음을 다듬은 이 곳. 세연정에 안 올라가 볼 수야 없지. 신발들을 벗고 정자 안으로 사뿐사뿐.
"와우. 이게 모야?" 넓은 판때기가 지붕에서 밖을 향해 쭈욱 쭉 뻗어 있다. 돌아가면서 다 있다. 매우 희한한 풍경. "문이야. 문. 널빤지로 만든 문이 사방에 있었던 거지. 그걸 모두 위로 올려 처마에 달아 놓은 거야." 아항. 길쌤 설명에 모두 끄덕끄덕. ㅋㅋ
와. 멋지다. 여기 있으면 절로 글이 되겠는 걸. 윤선도가 책을 읽고 뱃놀이도 하며 자연과 벗을 삼았던 곳."요 방이 특별히 온돌까지 되었단 말이렷다?" "엇둘엇둘 자~ 누워볼까?" "아... 좋다. 헤헤." 닭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 독서를 하고 후학들을 가르쳤다는 윤선도.
오후가 되면 술과 음식을 담아 가마를 타고 무희와 함께 이 곳, 세연정으로 향했다고 한다.
아궁이가 있는 것을 보라. 쪼~ 위에 정자랑 선옥이랑 두 팔 쭈욱 뻗고 누워보던 바로 그 방 아래 모습이다. 부슬부슬 비라도 내리는 추운 때에는 따끈따끈 몸을 덥힐 수 있는 이런 온돌까지. 아. 얼마나 완벽한가.
쪼~기 뒤에 한바탕의 남자들 보이는가? 우리 친구들을 화장실 안에서 꼼짝 못 하게 했던... ㅎㅎ 그렇게 관광객이 많았다. 이곳 세연정엔.
악공들의 연주 소리를 들으며 인공의 연못 사이로 작은 배를 띄워 무희들의 춤도 감상하며 술과 음식을 즐겼을 윤선도.
"그러니까 여기서<어부사시사>를 지었단 말이지?" "왜 아니겠어. 여기선 그 어떤 글도 기막히게 써지겠는 걸." 주거니 받거니 우리는 그 옛날 윤선도 놀이터의 멋을 함께 느낀다.
앞바다에 안개 걷고뒷산에 해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썰물은 물러가고 밀물이 밀려온다. 찌그렁찌그렁 어사와 강촌 온갖 고지먼 빛이 더욱 좋다.
호홋<어부사시사>의봄노래 앞부분 조금을 읊어 본다. 입시 앞두고 한밤중 우리 공부하던 그곳 3층 신관.
찌그렁찌그렁 어사와...
요 대목을 김중렬 선생님의 쩌렁쩌렁 큰 목소리와 함께 딸딸 딸딸 외우던 기억이 난다. 이 곳 저곳 길쌤의 이야기와 어우러져 우리는 마치 윤선도가 즐기던 그때 함께 있는 듯, 정자 안에서 그가 보았을 아름다운 풍경을 담느라 여념이 없다.
떨어진 동백에 눈이 간다. 떨어져서도 저렇게 이쁠까? 우리나라 전통 동백. 작고 야물딱지게 생겨 전혀 빈틈없어 보이는... 헤벨레 벌어진 요즘 흔히 보이는 커다란 동백과는 정말 다른... ㅎㅎ
예쁜 동백 한 번 더 보구. 이 동백들은 세연정에서 바라보이는 곳에 가득 있다.
특히 이 곳. 요 거이 동대였나 서대였나... 세연정에서 바라보자면 왼편 동대에선 주로 남자 악사들이 연주를 했고 오른편 서대에선 기생 무희들이 춤을 추었단다.
세연정 주위로 예쁜 동백이 아주 숲을 이룬다. 참 예쁜 우리 전통 동백.
"이 바위를 잘 봐봐. 어때? "
"글쎄. 무언가 웅크리고 있다가 껑충 뛰어오를 듯 보이는 걸."
"맞아. 윤선도가 지금은 비록 웅크리고 있지만 언젠가는 크게 도약하리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