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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쟁이 Oct 29. 2020

시리우스 블랙은 사실 위스키가 땡겨서 탈출했을지도 몰라

에딘버러에서 본 해리포터

 런던에서의 바 투어를 마치고, 나는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로 향했다. 런던에서 저가항공을 타고 약 1시간 반 정도, 그 와중에 면세점은 온갖 위스키들이 즐비하다. 에딘버러는 낯설다면 낯설고, 은근히 여기저기서 한번즘 접해봤을 도시다. 그 유명한 셜록 홈즈의 저자인 코난 도일의 출생지이기도 하고, 또 해리포터의 작가가 집필한 카페가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실제로 해리포터의 배경지가 되기도 했고, 에딘버러에 J.K. 롤링의 성이 있기도 하다. 이 사실들을 나는 에딘버러를 가는 기차 안에서 알게 됐는데, 술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각종 판타지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없이 흥분되는 행선지였다.

아아... 이곳은... 천국인가... 혼자 여행하니까 바틀을 못 사는 게 너무 고역이었다.

 

시리우스 블랙이 아즈카반을 탈출해서 더프타운으로 숨어들었대!!


 혹시 이 대사를 완벽하게 기억한다면, 당신을 진짜 해리포터 덕후로 인정하겠다. 필자도 해리포터 시리즈를 소설로도 읽고 영화로도 여러 번 봤지만, 사실 에딘버러에서 해리포터를 다시 보면서 알게 된 대사이니. 에딘버러의 한인민박에 4박 5일을 예약했지만, 그중 하루는 맥캘란과 글렌피딕 증류소가 있는 더프타운(Dufftown)을 다녀올 일정이었다. 더프타운을 가는 길목에도 내가 들어본 온갖 위스키들의 증류소들이 즐비했고, 무엇보다도 이 여행을 결심하게 한 맥캘란 증류소가 그 근처였다. 여러모로 술냄새가 진동을 하는 동네가 아닐 수 없다. 가서 알았지만, 발베니(Balvenie) 증류소도 바로 글렌피딕 증류소 옆에 있었다.

호그와트의 실제 위치를 궁금해하는 글들이 생각보다 많다. (https://scifi.stackexchange.com/questions/110098/where-is-hogwarts)

 참고로, 더프타운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Fogwatt라는 동네가 있다. 필자는 그 근처 지명들이 전부 호그와트의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외에도 해리포터 시리즈에는 은근히 술과 관련된 드립들이 많이 나오는데, 어려서 볼 땐 당연히 몰랐지만 커서 보니 대사 하나하나가 피식 터지게 된다. 특히 불의 잔 편을 보면, 트리위저드 경기를 치르기 위해 보바통 마법학교의 학생들과 교장(거인 혼혈)이 입장할 때에 해그리드가 교장에게 한눈에 반하는 씬이 있다. 보바통의 교장은 그때 해그리드에게 자기 말들의 먹이를 좀 챙겨달라고 부탁하는데,


생각해보니 날개도 달렸고, 날아다니고 특별한 말이긴 하다... 근데 그럼 음주 운전이잖아?
우리 아이들은 고급 위스키만 마셔요


 해당 장면의 번역이 "고급 위스키"라고 되어 있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single malt whisky"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https://pottermore.fandom.com/wiki/Beauxbatons_horses) 아니 무슨 말들이 싱글 몰트 위스키야... 아니면 말한테 싱글 몰트 위스키를 마시게 하면 하늘을 날 수 있는 걸까? 어렸을 때 보던 영화를 술꾼의 시점으로 다시 보니, 또 색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에딘버러는 도착하자마자 감탄부터 나올 만큼 너무 멋지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도시 전경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성이란... 이러니 해리포터 같은 소설이 탄생하지 싶었다. 이외에도 여러 영화나 소설의 배경으로도 등장하고, 어벤저스 엔드게임에도 한번 나온 적 있다. 비전과 스칼렛 위치가 숨어 지내다가 습격당하는 바로 그 도시가 에딘버러다! 이후에 엔드게임을 보다가 비전을 도우러 온 캡틴 아메리카와 타노스의 부하들이 에딘버러 역에서 싸우는 씬에서 어?! 저기는??... 하면서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 막 겨우 도시에 도착했을 뿐인데, 사설이 너무 길었다. 런던에서 했던 바 투어는 바텐더 샘(Sam)의 추천으로 에딘버러에서도 이어졌다. 내가 에딘버러에서 처음 한 일은 지하에 숨겨진 술집, 스픽이지 바(Speak easy bar)를 찾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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