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eauty와 그녀들- 소중한 것은 보이지 않고 측정하기 어렵다
화장품의 품질을 검토해 보는 방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합니다. 방법도 다양하지만 테스트의 주체도 다양합니다. 브랜드 내부에서 검증을 하기도 하고, 잡지사나 파워 인플런서들이 주요 제품들을 비교 테스트를 합니다. 물론 이 결과들은 잡지든 Youtube든 그들의 콘텐츠에 활용됩니다.
이런 테스트를 통해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중소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는 뜻밖의 기회를 잡기도 합니다. 아마 이런 기사나 멘트는 한 번 정도 접해 보셨을 것 같습니다. “보습력, 흡착력을 테스트해 보니, 우리가 기대했던 OO 브랜드가 아닌 최근 출시된 신제품은 OO 브랜드가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없지만 좋은 품질과 사용감을 가진 중소기업의 제품들을 홍보하는 창구가 되고 소비자들에게는 현명한 구매를 할 수 있도록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것이 이런 테스트의 명분이자 긍정적인 측면입니다. 특히 단번에 이름을 알리고 싶은 브랜드들은 그 카테고리에서 가장 센 놈들과 비교 테스트를 하고 자극적인 제목을 달죠.
예를 들면 니베아 크림과 라메르 크림, 미샤 에센스와 에스티로더의 갈색병 등과 같은 비교 기사가 있습니다. 이 두 브랜드는 사례일 뿐 같은 카테고리라는 공통점으로 묶어 프레스티지 제품과 매스 마켓의 제품을 비교하는 경우를 모두 말합니다. 과거의 <미샤와 에스티 로더의 에센스> 비교 등등 이런 비교 테스트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라기보다는 이 결과를 가지고 해석하는 방식에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만 원도 안 되는 니베아 크림과 35만 원이 넘는 라메르 크림을 여러 가지 속성별로 테스트해 보니 두 제품의 결과가 큰 차이가 없었다 혹은 어떤 속성에서는 니베아 크림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런 설명과 함께, 현명한 소비자라면 1/10도 안 되는 가격으로 동일한 효과를 내는 니베아 크림을 사라 혹은 당신이 라메르 크림 고객이라면 여태껏 속은 것이다. “
우선, 이런 내용이 니베아 고객이나 라메르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일까?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가치를 제외하고 무언가를 논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 이유는 이런 결론은 제품이 모두 Branded라는 전제를 무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밀가루, 설탕 같은 저관여도의 제품에도 브랜드가 있듯이 대다수의 소비재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존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의 여러 요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어느 소비자들에게는 이 브랜드가 <신뢰>라는 도장으로 느껴지고, 어떤 이에게는 프리미엄이라는 금딱지로 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제품을 평가할 때는 품질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요소를 포함해야 합니다. 실제로 고객들도 그렇게 브랜드를 선택합니다.
브랜드에는 그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철학과 또 언제 원재료를 사용하는지, 어떤 세계를 추구하는지 등등의 여러 요소들이 응집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화장품 회사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오일을 본인들 제품에 넣기 위해 다른 제품 대비 10배 높은 원재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오일에 대한 가격뿐만 아니라 이 회사의 이런 철학을 구매하는 겁니다.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유통기간이 다른 브랜드의 절반인 줄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다른 브랜드 대비 배송 보관비가 2배 이상 올라가게 됩니다. 환경 보호를 옹호하는 소비자들은 당연히 이 브랜드를 선택하겠죠. 프리미엄 가격이라 해도….
라메르 크림 고객들은 어떤 반응이었을까요? 수치에 고개를 한 번 정도 까우뚱 했을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라메르 브랜드의 효용성은 매장의 환대, 마지막 선물 포장, 브랜드 철학, 향기 등등 물리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가치들 까지 포함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음식을 볼 때 냄새와 함께 보게 되면 더 입맛을 다시게 되는 원리처럼 화장품도 오감 이상의 여러 가지로 평가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우선순위는 있겠지만 만족이나 불만족은 복합적인 감각과 효용의 한데 어우러져 나에게 오는 것이죠.
재화나 상품이 브랜드를 갖는 순간, 물리적 가치와 정서적 가치로 구성된 인간처럼 복합적인 ‘무엇인가로’ 나에게 인식되는 것입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다양해진 이 순간은 브랜드의 철학이나 가치관 라이프 스타일을 사게 되는 거죠. 소중할수록 수치화하기 어려운 법이죠. 이것은 억지로 숫자로 만들고 비교하려고 하면 자가 당착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싸움은 급고 수준이 동일한 그룹 내에서 해야 공정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