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박하 Jan 19. 2024

집이 정돈되면 삶이 정돈될까

미니멀라이프에 도전하며 

도미니크 로로의 책부터 이나가키 에미코의 책까지 잔뜩 빌려다 보고는 생각했다. 역시 가볍게 살려면 버리기를 시작해야지라고 말이다. 버리기는 미니멀라이프의 시작과 끝이다.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 공간을 내어주지 않는 것, 그것이 미니멀라이프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세탁기까지 내버리고 손빨래를 하는 에미코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이즈가 안 맞아 입지도 못하는 청바지를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처음 카메룬에서 돌아와 10개 정도의 짐 가방을 24평 집에 풀면서 집이 참 넓다고 생각했다. 최소한의 가구만 놓고 살아야지 여백의 미를 즐기며 살아야지 결심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미 집은 꽤나 많은 물건들로 가득 차있다. 특히 책과 장난감, 그리고 5년 전부터 박스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던 가을겨울 옷들이 잔뜩 쌓여있다. 


이 중에 아이 장난감과 만들지 재료들, 아이가 학교에 들고 온 것들, 아이가 집에서 그리는 것들은 도통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 쓰레기인 줄 알고 버렸는데 아이가 울면서 엄마가 작품을 버렸다고 한적도 여러 번 있어서 도저히 버려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들을 알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정한 것은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었다. 거실에 바스켓을 하나 두고 아이가 그린 작품을 충분히 감상하고 그 후에 넣어둔다. 그리고 한 달 정도까지 아이가 그것을 찾지 않으면 사진을 찍고 버리는 것이었다. 아니면 작품이 너무 훌륭할 경우에는 아이의 작품을 모아두는 파일에 넣는 것으로 정리했다. 아직까지 바스켓 가득히 뭔가가 많은데 정리할 엄두가 안 나서 버린 것은 없다. 다만 한 군데에 모아 놓으니 아이가 자신의 작품을 찾을 찾기가 수월한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의 장난감과 책들은 정리가 진행 중이다. 이미 여러 차례 옮겨 다니며 책들을 정리해서 많이 남아 있지는 않은데 아이가 도통 읽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책들도 정리를 해야 할지 아니면 기다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 또 아이의 장난감도 이제는 찾지 않는 것들은 정리를 하려고 커다란 가방에 넣어두었는데 가끔씩 찾아 꺼내주고 있어 고민이다. 


정리와 버리기, 이 두 가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 정리가 잘 안 되어 있으면 물건을 찾기 어렵고이 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또 사게 될 확률이 높다. 그렇게 되면 짐이 늘어나게 되고 정리가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또 버리기 위해서는 정리를 해야 버릴 물건들이 나온다. 따라서 정리와 버리기는 떼어 놓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면 드는 생각은 수납장에 대한 생각인데 최근데 아이의 비즈나 색연필 등을 정리하기 위해서 결국은 나도 국민수납장을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정리를 해도 도대체 아이가 사 오는 자질구레한 찐득이나 도통 쓰임을 알 수 없는 장난감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색종이나 색연필, 비즈, 반짝이 등은 자주 쓰지는 않지만 필요한 것들이라서 정리가 필요한데 여전히 커다란 수납함에 막무가내로 쌓여있다. 이 부분에 대한 정리와 수납장에 대한 생각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https://store.hanssem.com/goods/803701?wlp=00577797


그리고 옷들에 대해서도 정리가 필요하다. 특히 멀쩡한데 입은 지 5년도 넘은 코트들과 블라우스, 정장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전에는 썼던 글 중에 <옷을 사지 않기 위해 옷을 버렸다>라는 글을 다시 읽어보니 조금은 감이 오긴 하지만, 앞으로 어떤 직장을 가게 될지 아니면 계속 이렇게 집에 있을지 알 수 없어 5년 된 블라우스를 버리려고 꺼냈다가 다시 넣곤 한다. 옷장정리에 진로 고민까지 여러모로 고민의 시기인 것은 맞는 것 같다. 


https://brunch.co.kr/@seoparkha/51


집을 정리하려고 보니 역시 혼란의 연속이다. 뭔가 나의 정해지지 않은 삶들이 집안에 혼재되어 있는 것을 느낀다. 삶이 정돈되면 집이 정돈될까, 아니면 집이 정돈되면 삶이 정돈될까. 이 혼란을 어떻게 정리해서 미니멀라이프로 나아가는지, 이 과정에서 소비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번 기록을 해보려 한다. 




사진: UnsplashBench Accounting

이전 02화 쿠팡 끊으려다 쿠팡 주식 알아본 이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