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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집왕 Mar 20. 2023

"아이를 낳으라"는 거짓말

[19화] 우리 사회는 어떻게 비혼을 장려하게 되었는가

이번 19화는 지난 화에 이어서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 그런데 정확히 이 문제는 <2000년대생>만의 이슈는 아니기 때문에 이번화까지만 언급할 예정입니다!



저출산과 관련하여, 정책 당국자 혹은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물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젊은 세대는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요??


‘왜(Why)를 알아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는 저도 동의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미 지난 수십 년 동안 ‘왜 아이를 안 낳는지’에 대해서 수 백번 넘게 세미나를 열고 논의를 하고, 심층 인터뷰를 통해 당사자의 의중을 물어보았겠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매년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 있어서,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저출산의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매년 기록적인 저출산율을 기록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저는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추억의 영화 <올드보이>를 통해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대수: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대체 뭐냐?”
이우진: “잘 모르겠지? 아마 그럴 거야
하지만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았기 때문이 아냐”
오대수: “뭐?“
이우진: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네? 질문이 틀렸다고요? 그렇다면 “아이를 왜 낳지 않느냐?”를 묻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아이를 왜 낳아야 하는지?”를 물어봐야 하나요?”

“아니요. 저는 ‘왜 아이를 안 낳는지’에 대한 이유(Why)를 묻는 것이 아니라, 본질로 돌아와서 ‘아이가 어떻게(How) 생기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이런 거? 여기 무슨 성교육 브런치인가요? “

“아.. 아니요? 뭐 물론 같은 문장이긴 한데”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아이는 어떻게 생길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남녀가 사랑을 해야지 생깁니다”


그러면, 가장 본질적인 이야기로 돌아와서 아이가 많이 태어나기 위한 기본 조건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이 단순히, 육체적 사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더 프로세스적인 의미를 말하는 것입니다. 즉,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가정을 이루고(결혼), 그 사랑의 결실로써 생겨나는 것이 아이(출산)라는 뜻입니다.


물론 저는 남녀 간의 혼인관계를 통해 태어나는 출산 방식만이 ‘정상적’이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소위, 우리 사회가 믿는 “정상가족” 아닐지라도 모든 삶의 방식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단지, 출산율 문제에 있어서 가장 인과관계가 높은 통계치가 ‘혼인율’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죠. 결혼 후에 아이를 가지지 않는 딩크족의 증가하는 등 ‘혼인 대비 출산 비율‘이 떨어진 것도 분명 문제지만, 그전에 근본적으로 결혼 자체를 하지 않으니 아이를 낳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겠죠. 게다가 우리 사회는 전 세계에서 혼외자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이기도하고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분명,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해서 결혼까지 하게 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우리 사회에서 진짜 결혼을 해서 산다는 것이 사랑을 의미하라나요? 그 반대 아닌가요?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박동익 사장(이성균 분)의 운전기사로 일하는 주인공 기택(송강호 분)이 “그래도 사모님 사랑하시죠?”라는 유명한 대사를 던진 적이 있습니다.

이 “사모님 사랑하시죠?”는 영화 상에서 일종의 ‘선을 넘는(Crossing the line)’ 대사가 됩니다. 그런데 왜 배우자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이 선을 넘는 의미로 활용된 걸까요?


극 중에서 아랫사람이었던 주인공이 감히(!) ‘고용주’의 사생활을 침해했기 때문에 선을 넘었다고 말하는 걸까요?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저를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내를 사랑하냐는 말이 선을 넘었다’는 상황을 바로 이해했을지 몰라도, 다른 나라 사람들은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혼자들이 보통 “결혼생활”을 어떤 식으로 느끼고 있는지를 대변할 수 있는 짤은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2015년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니들은 결혼하지마라.jpg’에서, “왜?“ 라는 물음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쌍욕을 박아버리는 흐름은 일종의 밈(Meme)이 되어 다양한 드립을 낳았죠 (ex: 이 띠1X새끼야!! -> 왜 결혼하지 마? ㅋㅋ 등등)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결혼을 결코 추천하지 않는다“인 것 같군요.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기혼자들이 결혼을 추천하지 않는 다양한 표현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실생활과 미디어에게 가장 흔하게 나오는 표현으로는 “자식 때문에 산다”가 있습니다. 이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고 이 결혼을 파탄내고 싶지만, 이미 낳아 놓은 사랑스러운 자식을 키우기 위해 오늘도 참고 산다”라는 뜻이죠. 최근에는 더 다채로운 표현들이 추가되었습니다. “비혼주의는 결혼으로 완성이 돼요.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거든“ 와 같은 표현 말이죠.


저는 이러한 우스갯소리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람 간의 사회적 계약인 ‘결혼’이 우리 사회에서  ‘자식 없이는 이어나가기 힘들거나’, ‘그 자체로 고통을 뜻하는 단어’로 여겨진다는 점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바보가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시도합니다. “결혼과 출산은 선택”인 시대에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그 선택지가 매력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집이나 육아환경 같은 지극히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지금 많은 수의 기혼 ‘경력자’들은 비혼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뜻 결혼이라는 선택지를 꺼내드는 것은 어렵습니다.

 ‘의무방어전’ 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이는 ‘부부 사이에 상대방이 잠자리를 요구하거나 혹은 눈치가 보여서 피곤하거나 감흥이 없어도 의무적으로 관계를 가진다’하는 의미입니다. 창작극과 미디어에서 이런 의무방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나오죠.  최근 유튜브의 육아예능을 봐도 “가족 사이에 그러는 것 아니야”라는 대사나 상황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실제적으로 어느 누구도 ‘결혼을 해라”라고 장려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배우자를 지속적으로 사랑한다는 의미로 결혼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결혼은 인간의 의무’, ‘자식을 키우는 기쁨’, ‘노년의 외로움을 막아주기 위한 장치’로서 결혼을 추천하는 경우는 종종 보지만, ‘아내와 남편을 사랑하기 위해’ 결혼을 장려하는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결혼과 출산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랑’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출산 전에 이뤄져야 하는 결혼에는 ‘사랑‘이 없습니다.

지난주에 제 아내가 겪은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연히 아파트 옆집에 사는 어르신과 아내가 길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자신의 남편이 길에서 ”옆집 남자가 길에서 머리가 긴 여자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레 전달 주셨다고 합니다. 그 말에 제 아내는 당황하지 않고 “아. 그날 제가 머리를 풀었나보군요^^”라고 답을 했다고 합니다 ㅋ


저는 평소 와이프랑 같이 딸들을 등원시키고, 동네에서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손을 잡고 다니는데, 가끔 그 모습을 의아하게 보는 주위의 시선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중년의 남녀가 손을 잡고 다니면, 그 둘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불륜‘으로 의심하곤 합니다. 실제로 불륜이 있으니 그런 의심도 있는 것이겠지만, 왜 우리는 친밀한 중년 남녀의 관계가 기본적으로 부부라고 생각할 수 없는 걸까요??



그렇다면 우리 기업에서는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 있을까요?

몇 년 전, 임신한 어린이집 교사에게 “피임을 해야죠!!”라고 윽박지른 원장이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보육하는 어린이집에서 조차, 피고용인의 임신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주 충격적이었죠.

또, 우유를 만드는 한 업체에서는 저출산으로 매출 하락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정작 직원들에게 ‘임신포기각서’를 쓰고 입사를 하라는 등의 갑질을 시전 한 일도 있었죠.


저 또한 회사를 다니다가 1년 육아휴직을 사용한 일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흔치 않은 남성 육아휴직을 쓰는 과정에서 (자세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가지 절망적인 상황을 겪은 적이 있는데, 그 이후에 아이를 키우면서도,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지극히 친육아적이지 않다는 점을 느끼곤 합니다.




결국 지금 “아이를 낳아주세요“라는 말은 죄다 거짓말입니다. 우리 사회의 개인, 기업, 정부는 모두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척’만 하고 있습니다.


아. 정부는 아니라고요? 진심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고요?


그렇다면 간단한 해결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이 한 명을 낳을 때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딱 1억씩만 주십시오’


너무 허경영 같다고요? 하지만 저는 정부가 아이당 1억이 아니라 5천만 원도 주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미 COVID19 긴급재난지원금을 인당 25만 원씩 줄 때도 손이 벌벌 떠는 것을 봤는걸요.


그리고 궁극적으로 애초에 정부가 개인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이유 자체가 ’아이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국가 재정의 파탄을 막기 위해서‘ 아닌가요? 돈 때문에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데,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먼저 줄리 없지요. .



그러니 포기하세요. 국가는 더이상 특단의 대책 같은거 세우지 마세요. 아무리 200-300만원씩 쥐여줘도 그것은 푼돈에 불과하다니깐요? 애초에 1억씩 못줄거 다 알고 있으니 포기하세요.


나라가 소멸되고 어쩌고는 젊은 세대에게 타격감 Zero라는 기사 보셨죠? 90년대생이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구요? 오 노노. 오히려 포기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도움이 될겁니다.


지난 화에서 말한 우리사회 특유의 ‘무한비교 문화’ 그리고 이번화에서 말한 ‘비혼을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축적된 것입니다. 고로 이와 같은 문화를 바꾸는 것에도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지만 말이죠.


기나긴 시간이 지나,

우리의 자식들이 ‘부모의 소유물 혹은 수확물’이라고 믿는 ‘자식 농사’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여전히 80-90% 사람들이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나이가 많아도 쫓겨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직무에서 일을 할 수 있고, 공공장소에서 조금은 아기가 찡찡거리더라도 모두가 너그럽게 받아줄 수 있는 사회가 될 때, 그 때 우리는 사랑의 결실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그저 앞으로도 아내의 손을 잡고 길을 걷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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