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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집왕 Mar 06. 2023

'탈회사인간'의 탄생

[17화] 2020년대에 새롭게 시작될 '회사인간'의 새로운 유형

일본의 단카이 세대「団塊の世代」 (*출처: 時事通信フォト)

'회사인간' 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이는 ‘회사 중심으로 사는 사람’ 혹은 ‘회사가 삶의 전부’인 직장인을 말하는 것으로, ‘회사인간’이라는 용어는 월리엄 화이트(William H.Whyte)가 1956년 출간된 저서를 통해 미국 사회의 조직에 충실했던 화이트칼라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Organization Man’을 제안하면서 처음 등장했죠.         

       

하지만 이후 ‘회사인간’은 전쟁 이후 경제 성장기를 거치면서 자신의 헌신이 조직의 성장, 나아가서는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가진 일본의 단카이 세대(団塊の世代)의 회사 중심적 삶을 지칭하는 대표명사가 되었습니다. 1960~1970년대에는 이런 조직에 순응적이고 집단주의적 일본식 형태가 (개인주의가 압도하고 있던) 서구 조직 문화의 대안으로 각광받았던 적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비록 공식적으로 ‘회사인간’이 학술적인 용어로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소위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는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의 주축이 되었던 회사에 충성심 높은 1950~60년대생 베이비부모 세대 직장인을 ‘회사인간’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회사와 자신의 삶을 동일시하며, 회사의 성장이 곧 자신의 성장이라는 믿음, 그리고 조직 안에서 성취를 통해 가족을 부양시키고 그를 넘어 국가를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데 밑거름이 됐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죠.

[유튜브 영상] 활원 CF - 샐러리맨은 쉬고싶다 편 (1993)

하지만 1993년에 TV CF에서 탤런트 유동근님이 "피곤하니까!!"를 외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선배님들도 죽어라 일하는 것을 그렇게 달갑게만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초중반부터 거대한 조직에서 톱니바퀴처럼 일해야 하는 문제, 학연과 지연에 문제, 기술직의 승진 한계, 회사인간으로서 살아야 하는 강박 등 '회사 중심 사회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듯이) 1997년 대한민국이 IMF구제금융을 받는 나라로 전락하며 회사 인간의 삶도 큰 타격을 입게 되었죠. 물론 IMF를 기점으로 모든 회사인간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IMF라는 위기에서도 상당 수가 생존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오히려 고난에서도 살아남았다는 생존 자신감이 생겨났으며, 조직 안에서 기존의 문화를 유지 혹은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1997년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겪은 후인 2000년대 입사한 80년대생,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시 구조조정 체제로 변한 2010년대 조직에 입사한 90년대생은 현실적으로 ‘회사는 바로 나’라는 등식을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완전히 회사인간에서 벗어난 행태를 보이지도 않죠. 왜냐하면 이들이 커리어를 선택하는 형태는 다양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 조직에 입성하는 것을 기본 옵션으로 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0년도 중후반까지 일었던 공시(공무원시험) 열풍도 결론적으로는 (국가가 고용주인) 회사에 입사하는 구조였죠. 결국 80년대생과 90년대생의 회사인간과 탈회사인간의 중간인 반(半,Half)회사인간 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1980년대생인 저는 바로 대표적인 '반회사인간'에 속합니다. 2000년대 회사에 입사할 때부터, 회사가 오랜 기간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적도 없었고, 정년을 바라지도 않았지만, 기존 회사에 암묵적으로 정해진 룰에 반기를 드는 용기도 없습니다. 위의 짤과 같이 "먼저 퇴근하겠습니다!!"를 시전 하는 사자의 심장을 가지지는 못했죠.

■ 회사형 인간의 3가지 구분 (feat. 반회사/탈회사인간)

하지만 2010년대 말 부동산, 코인, 주식 등 자산이 폭등하고, 내 주위의 나와 비슷한 환경의 누군가가 근로소득으로 따라가기 힘든 수준의 자산을 형성하는 모습을 본 새로운 세대에게는 더 이상 '회사'에 입사하는 선택이 기본옵션이 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최근 2000년대생 대학생 혹은 고등학생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그냥 돈이 많은 한량으로 살고 싶다" 혹은 "회사를 잠시 가서 배울 수는 있지만 결국은 프리랜서가 꿈이다"라는 말은 심심치 않게 듣습니다. 이들이 회사에 들어오면 당연히 기존 선배들과 같이 ‘회사가 곧 내가 아니다(회사≠나)라는 생각을 가질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회사 생활을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기존 세대와 근본적 차이가 발생하겠죠.


가장 큰 차이는 '개인보호주의'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대와 세대로 아래로 갈수록 단단해진 ‘개인보호주의’를 실천하는 데 있어서) 저와 같은 ‘반회사인간’은 회사에 입사하여, 워라밸을 중시하거나 연차 등 과거에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던 권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켰다’라고 한다면, 탈회사인간은 궁극적으로 그렇게 "권리침해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회사라는 곳을 애초에 가지 않으면 된다"라고 인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즉, "나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회사에 가지 않는 것'이죠.

좀 극단적인 분석인가요? : )  물론 그럴수도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회사를 생각하는 태도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저는 우리의 인생에서 개인과 회사는 딱딱 떨어지는 물리적인 관계가 아니라 복잡하게 엮여있는 유기적인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회사는 ‘혼자서 해낼 수 없는 일을 협동하기 위해 생긴 조직’으로 보기 때문에, 요즘에 회사를 일종의 ”우리를 수탈하는 악의 소굴“ 정도로 여기는 이들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죠.


차주에는 지금 시대의 ”저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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