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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집왕 Feb 27. 2023

더 이상 불가능하게 돼버린 '동기○○'

[16화] 2020년대 조직 사회가 마주하게 될 기본적인 생각의 변화 ②

오늘은 산뜻한(?) 질문으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자. 여러분의 머릿속에서 5초 안에 떠오르는 답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이 질문을 예전에 받았을 때, 처음으로 떠올렸던 단어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네. 바로 사랑과 낭만이 넘쳤던 20세기에 태어난 저는 바로 [사랑]을 택했습니다. (사랑의 하츄핑)

만약, 저처럼 ○○(땡땡)의 공란에 [동기사랑]이 생각나신 분이 있다면, 요즘 세대랑 거리가 먼 낭만의 세대(?)에 속하실 것 같군요^^. 자동완성으로 나오는 "동기사랑 나라사랑"이란 말을 실제로 학창 시절에 자주 들으면서 자랐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보통 단체 기합 같은 것을 받을 때 들었던 말이지만 ㅠㅠ)


그렇다면, '동기'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넣었을 때, 가장 상단에 뜨는 자동완성 Keyword는 뭘까요?


네이버와 다음 검색창에 [동기]를 넣으면 나오는 키워드들

네. 그것은 바로 [동기부여]입니다. 보통 motivation이라고 번역되는 동기부여는 사전적으로 ①학습자의 학습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일 혹은 ②자극을 주어 생활체로 하여금 행동을 하게 만드는 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Motivation 이란 단어도 "to move"에서 유래하여, "움직이게 하다"는 의미를 내포하죠. 사람의 내면의 상태의 움직임과 관련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동기부여는 현대 회사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죠. 조직행동이론에서 이 동기부여를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 강도와 방향과 지속성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끄는 일련의 과정” (Organizational Behavior /Robbins and Judge)으로 정의합니다.


이 동기부여이론은 크게 ①내용이론과 ②과정이론으로 나눠지는데.... 여기까지만 하고 그만하도록 하겠습니다. (학교도 아닌데 굳이 여기서 이론적 내용을 왈과왈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쉽게 말하자면, 핵심은 회사에서 직원 개개인을 동기부여시켜서 풀파워로 일하게 하는 것이 무진장 중요하다는 것이겠죠.


그런데, 최근 기업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한 동기부여가 잘 이뤄지고 있을까요?

2021년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은 기업 403개사를 대상으로 1980년~2000년생 직원의 동기부여 현황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이 조사 결과, “동기부여하기 어렵다”라는 응답이 85.1%로 조사됐다.

 

젊은 직원들에게 동기부여하기 어려운 이유는 '장기근속 의지가 적고 애사심이 약함'(71.7%, 복수응답)이 1위였습니다. 다음으로 '이전 세대에 비해 원하는 보상 수준이 높음'(47.8%), '일정 수준의 성취만 달성하고자 함'(40.5%), '수직적 조직문화를 못 견딤'(34.1%), '협동심, 배려 등이 약함'(28.6%), '승진 등의 보상에 관심 낮음'(14.3%) 등의 순으로 나왔죠.


이와 같은 조사 결과는 크게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존 시대와 달리 지금의 젊은 사원들의 동기부여를 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대부분의 현장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마침 해당 조사에 그 질문도 했네요. 기업들은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서 겪는 문제들로 'MZ세대 직원들의 퇴사 발생'(57.7%, 복수응답)을 첫 번째로 꼽았으며, 뒤이어서 '조직 문화의 퇴행 및 결속력의 약화'(43.1%), '해당 조직의 업무 성과 저하'(33.8%), 'MZ 이외 세대 직원들의 불만 증가'(31.5%), '전사적인 경쟁력 약화'(16.6%) 등을 들었다고 합니다.


결국, 이 조사의 결론은 "동기부여가 되어야지 퇴사 등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로 귀결되는 것 같군요. 평범한 결론 같지만 직관적으로 봐서 딱히 틀린 점이 없어 보이네요, 하지만 뭔가 찝찝한 뒷맛이 남지 않나요?

 


여기에 대한 작은 해답은 몇 년 전, 젊은 직장인과 나눈 문답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9년 말, 스타트업 모임에서 강연을 마치고 난 후의 일입니다. 당시 강남 테헤란로 부근의 여러 회사들의 현직자들이 모였고 강연이 끝난 후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묻고 답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강남 주변 회사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한 분(94년생)이 저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작가님은 애초에 동기부여라는 것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이 갑작스러운 질문에 '준비 없이 비를 맞은 것'처럼 아무 대답을 하지 못하자, 질문자는 자신 있게 “동기부여는 원래 안 되는 겁니다!”라고 자문자답을 시전 했습니다 ㅋㅋ 그는 이후 부연설명은 통해서 왜 동기부여라는 것이 애초에 안 되는 것인지를 이야기했는데, 그 요지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질문자는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중견기업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근무지도 집에서 가깝고, 월급 또한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처음 입사를 했을 때부터 회사를 다닐 수 있는 “동기부여”가 이미 충족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애초에 회사로부터 요구하고 싶은 추가적인 동기부여책이 별도로 없었던 셈인데, 그가 수년간 해당 회사를 다니면서 느낀 것은 “회사가 동기부여를 안 해줘서 불만이 아니라, 있었던 동기를 앗아간다” 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동기를 앗아간 것은 회사가 만들어내는 이런저런 동기부여 이벤트였다고 합니다. 가령, 분기마다 빼먹지 않고 이어지는 단체 워크숍과 대표이사 간담회 같은 것들이 그의 '있었던 동기'를 앗아갔다는 것이죠.


20세기와 21세기의 '직장인의 라이프 사이클'을 단순 비교하자면, 위와 같은 도식이 가능할 것입니다. 정년이란 것이 존재했던 낭만의 (IMF이전) 20세기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60세 정년에 은퇴를 한 이후에 삶의 마지막까지의 공백이 지금처럼 그렇게 길지도 않았죠. 하지만 21세기인 지금은 K-직장 생활의 길이는 점차 짧아지고 있고, 100세 장수시대를 맞이하여 공백기는 더 길어지고만 있죠.


이러한 직장 생활 사이클 전체가 달라진 상황에서는, 이제 더 이상 애사심 혹은 장기근속의지 그 자체를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직장에서 누군가의 동기를 부여한다는 개념조차도 이제는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위의 사례처럼, 최소한으로 '있는 동기만 뺐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현대 회사 조직에 있어서 동기부여라는 관점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한 일련의 과정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자칫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그러한 의미로 이 글을 쓴 것은 아닙니다.


단지, 시대의 흐름이 달라진 시점에서 기본적인 세팅 자체를 "회사는 삶의 주요한 부분이고, 오래 일하고 싶어 한다"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회사는 중요한 부분도 안 하고, 가급적 우리는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만"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기본 세팅 구조가 바뀐다면 오히려 우리는 새로운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S. 이렇게 말해놓고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라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모두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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