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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붓한일상 May 19. 2024

일상. 삶.

세명의 자녀를 하버드에 보냈다는 어떤 엄마. 학원비를 아껴서 세계일주를 했다는 엄마 등등 인스타에 등장하는 대단한 엄마들.


나는 매우 평범한 엄마이기에 특별히 준이에게 새로운 교육방법을 시도하지 않는다. 그저 같이 살고, 먹고, 웃고, 울고하는 일상의 시간을 잘 살아내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겠고, 사실 그 마저도 휘청거릴 때가 있으니 하루하루 성실한 것만이 정답이라 생각한다.


석가탄일일이었던 지난 수요일. 준이에게 밀린 공부를 하라고 하고  한참 무기력한 상태에서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던 중 넣어둔 옷이 다 말랐다는 건조기 알람에 몸을 일으켰다. 따뜻해진 옷을 한움큼 안고 침대에 펼쳐놓고 주섬주섬 접기 시작. 영어공부를 마친 준이가 엄마 뭐하나~ 궁금해하며 방으로 왔길래 너도 너의 옷을 접고 가져다 넣으라며 일거리를 주었다.



“자, 수건이 쉬우니까 넌 수건을 맡아. 접는 방법 알려줄게.”

“이렇게? 여기? 봐바! 잘했지?!”

“아 그런데 이건 좀 어렵다. 나 내 팬티 접을래!”

“어떻게 접어야해?”

“잘했지?! 다했다!“

“이제 가져다 넣어.”


가져가지 않은 옷들이 있길래 방으로 가져다줬더니 반듯하게 잘 접어놓은 팬티들을 서랍에 꾸깃꾸깃 쑤셔 넣어뒀더라. 잘 접었으니 깔끔하게 잘 넣어둬야 꺼내입을 때 기분이 좋지~ 넣는 방법까지 알려주고 수고했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별거 아닌데 뿌듯해하고, 별거 아닌데 기특해한다.

별거 아닌걸로 서로의 애정을 느끼고 마주보며 웃는다.

그런 삶이 행복이겠지 막연히 생각해본다. 별거 아닌 것에서 행복을 찾아내고 스스로를 기특해하며 서로를 보듬어가는 것이 참 소중하다고 느낀다.


비록 화려하지 않아도 복작복작 부대끼는 삶 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잘 살아내는 성공한 삶이고, 위대한 것임을. 감당할 수 있는 자기 일들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돕는 것이 가장 큰 교육이겠지. 엄마가 없어도 혼자 겁내지 않고 당황하지 않고 해야할 것을 생각해내어 문제를 풀어가는 것. 그렇게 일상을 잘 살아내보자. 그렇게 하루하루 성장해보자. 엄마도 이제 무기력을 털어내고 하나하나 다시 시작해볼께.



#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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