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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붓한일상 Dec 12. 2024

두번째 국면을 맞은 ADHD

너무 빠른 엄마 조금 느린 아이

준이가 ADHD 진단을 받은지 2년 반이 되어간다.

그동안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 얼마 전에 약 용량을 한단계 높이면서 틱이 심해졌다. 소리를 크게 내거나 큰 행동이 있는 건 아니라서 괜찮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힘들다는 말을 한다.


우연히 학기 마무리를 하면서 선생님께 준이의 생활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1학기 때는 괜찮았는데 2학기에는 수업 시간에 멍~하더니 제출해야 하는 것들을 시간에 대부분 못 맞춘다는 말이었다. 가끔 준이의 가방에 들어있던 빈칸 많은 종이 학습지가 떠오른다. 학기를 마무리하며 단원평가를 보는데 학원을 보내기 보다는 딱 붙어서 옆에서 챙겨야 한다고 하신다.


9월달에 약 용량을 올린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면서 내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건가? 학교에서는 그래도 그럭저럭 지내고 있으니 선생님께 전화만 안오면 된다고 생각하는건가? 가르치면 곧 잘 했으니 잘 하고 있겠거니 했는데...뒤늦은 후회를 한다.


수학학원에서도 집중을 어려워한다며 진도를 빼는게 힘들다 한다. 학군지에 살고있으니 선행을 우선하는 학원에서는 준이가 쉽지 않은 학생이었나보다. 그만두기로 하고 별도로 교과서를 구매했다. 그 날부터 교과서 익힘책 복습을 시켰고, 틀리던 맞던 관계없이 끝까지! 풀어내기 연습을 시켰다. 어려운 문제를 못 넘어가는 것도 해결해야 했기에 다시 돌아오기도 연습시켰다. 그렇게 단기간 집중훈련을 하고나니 단원평가는 끝까지 다 풀어서 제출했고, 틀린 문제는 집에서 다시풀기로 하면서 잘했다고 칭찬을 마구해줬다.


계속 이렇게 생활을 하는건 준이도 너무 힘들거라 다니던 병원 진료에 증상 말씀을 드렸는데 선생님은 약 때문은 아닐꺼라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을 하셨다. 그대로 처방을 해주시며 한달 뒤 보자는 말로 진료는 마무리. 오랜시간 준이를 봐주신 분이라 신뢰는 있었지만 그 반응은 매우 불편했다. 


그 시기 매달 케이스 관리를 받고있는 지역 아동청소년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약 조절을 할 때는 진료 시기를 짧게 잡고 증상을 면밀히 봐야한다며 동네에 괜찮은 병원 몇개를 추천해주셨다. 그동안 다녔던 곳은 거리가 멀기도 하고 새로운 곳에서 증상을 다시 보면 준이에게 잘 맞는 약을 찾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ADHD 아동이 늘면서 예약 잡기가 쉽지 않은데 다행히 빠른 시기에 예약을 할 수 있었고 어제 새로운 병원에 다녀왔다. 선생님은 준이를 따로 만나 살피셨고, 부모를 따로 불러 그 간의 고민들을 듣고 상세히 설명해주셨다. 약효가 발휘하는데 걸리는 시간, 발휘되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 떨어지는 시간 등등 설명을 듣고 지금 먹는 약의 용량은 그대로 하되 멍하게 할 수 있는 약을 저녁에 더 먹고 아침에는 적게 먹는걸로 시간을 조절해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계속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다른 약도 있다며 설명해주셨다. 검사 결과를 보면 지능에는 문제가 없고 언어에 재능이 있다는 수치가 있으니 잘 하는 것을 더 독려할 수 있다면 큰 탈 없이 잘 클꺼라고 한다는 말과 함께. 


처음 듣는 이야기들. 병원을 바꾸기로 결정하고 2주 기간으로 예약을 잡았다. 괜히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준이의 마음을 더 들어다 봐야겠다는 결심을 다시한다. 그러고 저녁에 또 혼을 내기 했지만... 다시 마음을 잡는다.


아이가 크면서 ADHD는 새로우 국면을 맞았다. 새로운 증상과 반응에 예민하게 챙겨야 하는 것들도 생겨 쉽지 않을 때도 있지만 준이의 생각도 자라고, 스스로를 보는 시각도 생겨서 이 아이가 잘 자라날 것이라는 걸 믿는다. 감사한 것은 폭력성은 없고, 미디어에도 관심이 별로 없어서(가장 즐겨 보는 건 한국사대모험) 지금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잘 챙기기로 마음을 다진다. 


다시 노력, 다시 반성, 다시 회복... 끝없는 시도로 단단해져 간다.

우선 내가 더 건강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자. 

우린 행복할거다. 



#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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