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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Oct 08. 2022

코로나 시대가 준 선물

수업을 온라인으로 하게 되다니. 대학교에서 19년 간 일하면서 처음 경험해 본 일이었다. 나는 대학에서 수업 진행에 필요한 업무를 담당한다. 교육과정 편성하기, 수강 신청, 강사 위촉, 강의실 배정, 강의계획서 입력 관리 등 교수와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듣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행정 업무이다. 


2020년 3월,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할 때 하루가 멀다 하고 교육부로부터 공문이 내려왔다. 

‘비대면 수업 권장, 온라인 수업 확대’

사회적 분위기와 감염 위험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시스템을 다시 정비해서 각 수업마다 비대면을 위한 온라인 클래스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시작해,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수업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학과 교수님들을 끊임없이 괴롭혀야 했다. 게다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우왕좌왕하는 학생들의 민원까지 처리해야 하는 정신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대학에는 젊은 강사들만 있는 게 아니다. 은퇴를 앞둔 노교수나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교수들도 많다. 여기저기서 교수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처음 경험해보는 수업방식에 혼란스러워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 학기를 마치고 다음 학기를 보내는 동안 비대면을 위한 시스템이 갖춰지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절대 불가능해 보이던 비대면 수업에 모두가 익숙해졌다. 그러한 시간을 겪으면서 잃은 것과 얻은 것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출처 : 픽사베이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큰 아이는 개학 후 내내 학교에 가지 못했다. 잠들기 전 자리에 누워 아이와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코로나로 변한 일상으로 바뀌었다.     

“엄마, 학교를 안 가는 건 좋은데, 학원을 못 가서 슬퍼.”

“윤아, 엄마는 학교를 안 가는 것도, 학원을 못 가는 것도 다 슬퍼.”     

 

일하는 엄마에게 돌봄 공백은 무엇보다 두려운 일이다.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며 아이를 맡겨야 했고, 휴가를 자주 써야 했으며, 정시 퇴근하느라 눈치를 봐야 했다.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 대해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으면서 나는 자꾸 코로나 이전의 시대를 생각했다. 아이가 매일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고, 손을 잡고 거리를 걷고, 사람들과 만나 차 한 잔을 마시던 날들에 대해 생각했다.   

   

‘온택트(Ontact)’ 시대가 나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모른 척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닥쳤다. 학교는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했고, 근무는 재택으로, 회의는 화상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점점 온라인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서로 눈을 마주할 수 없지만, 생각보다 두려운 곳은 아니었다. 오히려 눈을 마주하지 않아서 할 수 있는 말들이 있었고, 보이지 않아서 나눌 수 있는 감정들이 생겼다. 눈을 마주했다면 어색해서, 낯설어서 선뜻 용기 내지 못했던 일들에 용기를 내게 해주었다.    

  

만약 직접 마주해야 했다면 모임을 시작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다. 그랬다면 ‘목요일 그녀’라는 부캐는 아무도 모르게 내 블로그 속에서만 살고 있었을 거다. 직접 만나지 않고도 독서 모임이나 글쓰기 모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내지 못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 작은 용기가 나의 일상을 그 이전과 다르게 바꿔놓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 후로 2년의 시간이 흘렀다. 2학년이던 아이는 4학년이 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되었다가 다시 확진자가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고, 이제는 실외에서는 마크스를 벗어도 되는 시기까지 왔다.  누군가는 여전히 코로나는 오래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이제는 예전만큼 두렵지 않다.  

    

힘들고 두렵게 느끼던 시간이 내게 힘을 북돋아주고, 용기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처럼, 지금 당신이 어두운 시간을 건너고 있다면 거기서 멈추지 말고 용기를 내보면 좋겠다. 처음에는 힘들지 모르지만, 일단 시작하면 그 용기가 당신의 일상을, 삶을 이전과는 다르게 바꿔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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