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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gular Han 싱귤러한 Mar 25. 2024

오늘은 좀 쉬었다 갈게요

백번 떨어져도 백 한번 도전하려면 충전해야 해요

사업체를 운영해 간다는 것은 고로 쉬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도 저에게 알려주지 않은 사실입니다. 특히나 저처럼 일인체계의 사업체라면 더욱더 명백합니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서 특별히 말해 줄 것이 없기 때문일까요? 


싱귤러한의 해바라기4 입니다.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친구입니다. 

미국에 있을 당시 만나던 구 남자 친구는 architecher입니다. 정확하게 근무시간에 일을 마칩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 뉴저지에 있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제 강사였습니다. 건축설계사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돈 잘 벌고, 거기에 대학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치니 돈 걱정은 없을 것 같지만, 미국인에게도 워낙 비싼 대학원을 나왔기 때문에 그 학자금이 30년은 더 갚아야 한다고 했어요. 즉, 월급을 받으면 집세와 학자금대출을 갚고 나면 남는 게 없을 정도이죠. 그런 그가 꿈꾸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회사를 차리는 것이죠. 구남자 친구의 말로는 건축설계사는 변호사처럼 어느 정도 위치가 높아지면 파트너가 되어 회사의 오너가 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파트너 말고 본인이 직접 사업체를 차리고 싶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늦게 출근하고 직원들에게 모두 일 시키고, 자기는 놀 거랍니다. 음.. 좋은 계획이야.라고 대답했죠. 영혼 없이. 


이전의 포스팅에서 언급한 제 '1억 레이디'는 회사를 차리면 직원들에게 일 시키면 된답니다. 그 친구는 이미 회사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래서 망한 건가 했었죠. 다른 친구는 직원을 고용해서 상품 소싱이나 업로드를 시키고, 그 시간에 기획적인 일을 하라는 조언을 줍니다. 맞는 말인 거 같은데, 이게 직원을 고용해서 소싱을 시킬 만큼의 일일까? 현재 매출을 생각하면 아르바이트생 정도 수준도 안되는데, 그런 친구들에게 소싱을 하라고 하면 판매가 나올만한 상품을 소싱할 능력이 될까? 이런 고민들이 제 머리를 꽉꽉 채우고 있습니다. 답이 없는 상태로 위탁판매는 위탁판매대로 틈틈이 소싱하고 제품 업로드를 하면서, 제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는 창구를 열심히 찾아다니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서울어워드에도 참가했는데 미선정되었습니다. 실적이 너무도 미약하죠. 그래도 지원했습니다. 왜냐하면 해 봐야 뭐가 부족한지 알 수 있으니까요.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을 거예요. 한번 할 때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신 분들이 있는 반면, 저는 경험을 해야 다음엔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첫 번에 되면 무엇보다 좋겠지만, 그렇게 되는 것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으니 시도를 계속해 보는 거죠. 


한 폐쇄몰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는 이메일의 일부입니다. 


쿠션/방석커버는 비인기상품입니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져도 저는 이곳과는 안 맞나 보다 하고 다른 기회를 노립니다. 절대 우울해하지 않습니다! 우울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라는 말과 같지는 않게 마음은 절망적이게 되고, 이게 진심 내 길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또 포기해야 하나 하면서 링크드인을 뒤집니다. 



근무 당시 한 직원이 옷에 위트 있는 마크를 해서 동료들이 함께 웃픈 기억이 있네요. 

그것도 잠깐. 뒤지다가도 금세 내려놓고 다시 제 일을 시작합니다. 얼마 전에 세포라가 국내에서 사업철수를 한다는 기사가 났었죠. 입사하자마자 국내 철수를 하다는 발표를 해 버린 JD스포츠도 해외에서는 탑티어 브랜드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 기업도 그렇게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접어버리고, 올리브영의 가격경쟁, 마케팅 파워를 넘지 못한 세포라도 그렇게 가 버렸네요. 마케팅 담당자를 자주 구인하는 회사들은 피하고 보는데 그중에 하나가 세포라였습니다. 한국의 전형적인 기업에 입사하고 된통 데인 이후로는 한국 기업보다는 외국계 기업을 선호하는데, 한국에서 철수하는 기업들을 두 번이나 경험하고 나니 일자리 뒤져보기만 하고 말기 일쑤입니다. 



이런 집콕해서 일만 하는 일상을 반복하다가 드디어 일이 났습니다. 지난주에 화실에 가려고 차를 빼려는데, 차에 시동이 안 걸리는 거죠. 바로 이전에는 스마트키가 작동을 안 해서 바테리를 교체했는데도 작동이 안 되더라고요. 그 이후, 한 자동차용품 업체에서 제공해 준 타이어공기압 충전기를 사용한 후에 타이어 측정장치 센서가 4개 모두 나가버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차의 시동도 안 걸리네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차에 문제가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아마도 차를 너무 안 가지고 다닌 것이 이 모든 사단의 원인인 듯해서 이걸 핑계 삼아 주말에 서울 근교에 드라이브를 가야겠다 결정을 했죠. 제 차가 위험해서 안 타겠다고 고집하는 남자 친구에게 같이 안 가면 다른 남자 만나겠다고 협박을 해서 지난 주말엔 함께 꿀 같은 휴일 같은 휴일을 보내고 왔습니다. 


안 간다고 버틴 남자 친구인데 나오면 자기가 더 좋아해요. 

회사에 다닐 때의 주말과 내 일을 할 때의 주말은 다른 기분입니다. 회사에 다닐 때의 주말은 다음 주에도 오는 휴식의 기회이지만, 내 일을 할 때의 주말은 내가 쉬기로 결심하고 주는 휴식의 기회이니 더 소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잠깐의 외출이 저에게 주는 충전의 힘은 어느 때보다 큰 것 같아요.


그 마음을 알리없는 남자 친구를 모시고 오래간만에 봉주르에 다녀왔어요. 서울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찾던 중에 봉주르가 좋을 것 같아서 선택했습니다. 대학시절 데이트 장소로 갔던 봉주르와는 완전 다른 장소가 되어 버린 봉주르여서 어떤 감회도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걸 원해서 간 것도 아니고 추억할 것도 없어서 괜찮습니다. 그곳에서 밥을 찾는 남자 친구 덕분에 옛날 치킨 맛나게 먹고 왔습니다. 출발 전에 연어스테이크에 야무지게 밥 먹여 왔건만 한 시간 동안 소화가 다 된 건가요? 한국인 패치 완벽하게 되어서 3시 세끼 모두 밥만 먹는 남자이지만, 안타깝게도 여긴 밥이 없네요.


넓고 탁 트인 마당 앞으로는 강이 잔잔히 흐르고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도 복잡한 마음을 잠시 놓기에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봉주르에는 밥 종류는 없고, 라면이나 즉석조리 음식들은 있더라고요. 가격은 좀 있는 편이에요. 바닐라라테가 7500 원했고, 옛날 통닭은 19,000원이었습니다. 장소를 이용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겠죠. 이곳은 밤에 조명이 참 이뻐요. 사진을 찍었으면 좋으련만, 그 넘의 설거지 주제로 2시간을 설전하느라 분위기 감상은커녕 사진도 못 찍었네요. 이제 와서 보니 사진이 없어요. ㅎㅎ 저 쉰 거 맞습니다. 설전으로 스트레스 좀 받았지만, 서울 밖으로 나갔다 온 것에 만족합니다. 다음에는 석모도 노천탕에 가 보려고 합니다. 주말에 잠깐 다녀오기 좋은 장소나 팁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스트레스받으면 이젠 링크드인이 아니고 주말에 갈만한 곳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진하게 충전을 하고 오늘도 동행축제 참가기업 신청, 라이브커머스 파트너사 신청 등 할 수 있는 지원신청은 모두 했습니다. 일인기업 사장님들! 모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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