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연축 극복기 마지막 글.
2023년 12월 7일.
첫 번째 글을 '장마의 시작'으로 써 내려간 이후, 벌써 꽤 긴 시간이 흘렀다.
마치 '절망'의 정체구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으면서
'치유의 기적'이 지속되는 구간에는 이전의 절망을 까맣게 잊은 것처럼
아이를 무섭게 혼내는 내 모습을 문득 자각하는 순간마다,
인간이란 한없이 미련하고 가벼운 존재인가 싶었다.
완치의 과정을 글로 쓴 순간부터 어떻게 이 글을 마무리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마지막 글을 쓰기가 참 두려웠다.
우리 가족은 이제야 비로소 삶의 레이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기분이라,
'결말'이나 '맺음'을 담은 글을 쓰기가 두려웠던 것이다.
오늘을 행복한 결말로 맺으면 내일이 보장될까? 하는 불안감,
혹여 겸손하지 않은 부모가 되어 우리 운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지금까지의 긴 과정으로
아기가 극복을 한 것일까. 부모가 극복을 한 것일까.
아직도 퇴근길마다 언제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혼자만의 질문이 가득하다.
2024년의 장마도 보내고 가을을 맞이했다.
미루던 맺음 글을 가을볕 가득한 오늘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장마의 끝. 장마의 마지막 줄기엔 무엇이 달렸을까.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든지
참으로 세찼던 장마의 마지막 줄기는 평온함을 달고 온 것이기를.
지금까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또 다른 관점과 에피소드를 담은 글로 찾아뵙고 싶네요.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