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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르씨 Apr 04. 2024

뇌전증을 마주한 엄마의 선택

영아연축 극복기 5.  



| 육아일지 |


영아연축 판정받고 2022년 6월부터 약을 복용하여 
1년 가까이 사브릴로 치료하고, 

2023년 4월 26일 완전히 약을 끊었다.

그리고 추적관찰 시간을 보내고 

2024년 3월 13일 드디어 '졸업'



T 엄마 VS. F 아빠


남편이 이제야 나에게 말한다.

멘털이 센 것 같다고.


그동안 주 양육자였던 남편의 우울증 척도는 매우 높았다. 그에 비해 나는 

비교적 이 상황을 잘? 받아들였다고 생각한 남편이다. 


병을 마주한 충격의 차이보다는 성향의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만났을 때,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이 상황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 사고의 영역은 아니며, 아마도

남편은 안타까움과 아이에 대한 연민, 슬픔, 미안함이 스스로를 괴롭혔을 것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성격상 그래 이제 그럼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라고 시선을 돌렸을 뿐.

우리에게 주어진 슬픔의 총량은 같지 않았을까.


아, 이것이 요즘 말하는 F와 T의 차이일까? 


나는 교수님이 뇌전증 판정을 내릴 때에도, 뇌전증으로부터 완벽한 '졸업'을 선언할 때도, 

울음이 터져 나오는 엄마는 아니었다. 

내 감정을 추스를 수 없을 때는

출근, 퇴근길 운전 중에 듣는 라디오에서 음악이 나올 때다. 


우리 아기는 이렇게 좋은 음악을 온전히 듣지 못하겠구나. 

(뇌전증보다 앞서 우측 중고도 난청을 판정받았고, 보청기착용이 권고되며, 언어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죄책감에 볼륨을 낮춘다. 


그러기를 일 년, 나는 다시 볼륨을 높인다. 

일 년 동안 아이도 성장하고 나도 성장한다. 


'정상'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인생에 있어서 디폴트 값이 사실 '비정상'이라면?

힘든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면 관점이 전환된다. 


매일이 힘들지만 잘 되면 그 순간 기분이 좋은 것.

매일이 슬프지만 아이의 발달을 목격하면 물비늘처럼 반짝이는 행운을 찾은 것.


관점을 바꾸면 사소했던 일상은 특별한 순간이 된다.


오늘은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까. 

나를 평온으로 스스로 이끄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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