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워킹맘으로 살 수 있을까? 2번째 글.
작년부터인가, 유독 노출수가 많아지는 자기 계발 글과 감성 문구들로 몇 초 만이라도 힐링이 되곤 했다.
내 알고리즘, 내 마음상태가 위로의 글을 불러 모은 결과일 테다.
이런 알고리즘이 무색한 몇 달을 보냈다.
모든 소셜미디어를 끊고 혼자만의 생각 굴로 깊이깊이 들어갈 필요가 있었다.
만 나이 39세 / 여성 / 육아병행 / 직무 16년 차 팀장역할
이 4개의 타이틀을 가진 대한민국 여성분들 참 많을 것 같다.
저 4개의 타이틀을 쥐고 처음 맞이하는 연봉통보(?)를 마주하니 참 씁쓸하더라.
운이 나쁜 것이라고 남의 탓을 하기에도 이제 막다른 벼랑에 선 느낌이라
초조함에 불현듯, 정신이 번뜩인다.
어떤 선택이 가장 용기 있고 지혜로운 선택일지 끔찍한 고민앓이로 미간이 펴지지 않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해맑게 쪼르르 무릎에 와 눈 맞춰주는 아기를 보면 어쩜 그 순간만큼은 또 천국인지
주변이 환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정신없는 육퇴를 하고 나면 또 침울.
현재 두 가지 선택지가 내 앞에 생겼다.
이것은 기회일까? 스쳐가는 선택일까?
첫 번째 용기. 비슷하거나 천만 원 플러스된 연봉을 제안받는 지인의 스타트업으로 바로 옮기기. 단 3년 한정이고, 야근은 없는 곳이지만 회식이 잦다.
두 번째 용기. 앞으로도 이 금액으로 동결될 연봉에 만족하며 조금씩 내려놓기. 자르는 회사는 아니다 보니 자존심과 일에 대한 책임감, 재미, 열정을 내려놓고 잉여가 될 용기. 야근은 있겠으나 하지 않을 용기.
지금의 나이와 경력이 참 애매하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고민과 선택을 할 수 있어 한편으로 고맙다.
이제라도 온전히 나에 집중하고, 미래를 그려볼 시작 점이 된 것 같아 두렵지만 단단해진다.
앞으로 또 무엇이, 어떤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을까. 무엇이 우리를 기다려줄까.
우리는 또 어떤 선택을 하고 해결해 나갈까.
나이가 들수록 판단력보다 고민이 점점 많아지는 것.
행복한 기억의 축적보다 고민의 시간이 많아지는 것에 대한 초조함.
어떤 방향을 선택하든 오늘은,
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