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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색 Jan 24. 2023

벼룩

뛸 수 없을 때 다시 뛰려는 마음

  2016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16년도 이전에는 편한 인생이었느냐 하면 그것도 그렇지가 않다. 그 전까지는 가정사로 인한 슬픔이 잦았다면 16년도부터는 개인사로 슬픔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단한 슬픔은 아니다. 누구나 겪는 사랑의 실패, 사회에서 자리잡지 못할 때 갖는 패배감 같은 것들을 연이어 겪은 것뿐이다. 그렇지만 슬픔이 또 뭐 그리 대단한 데서 오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인 슬픔이랄 수도 있다.

  언젠가부터는 희망이란 것이 희미해졌다. 설욕의 날이 오리라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너무 늦된 현실 인식일지도 모른다. 다들 자기객관화를 적절한 시기에 해서 내가 겪은 일들을 좀 더 빨리 겪었을 수도 있다. 나는 뭐든 늦게 배운다. 요령은 금세 터득하지만 그 일이 가진 본질적인 의미를 보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린다. 그래서 되지도 않을 일에 마음을 키우고 한 번 몰입한 뒤에는 옆에서 하는 말을 조금도 들을 줄을 몰라 일까지 크게 키우는 것 같다.

  글을 쓰며 곰곰 드는 생각이 있다. 지금의 내게 만족하지 못하기에 힘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의 전환이다. 사랑에 실패했다든가, 좋은 커리어와 높은 수입이 없는 것 자체에만 너무 마음이 기울어진 탓은 아닐까? 내게 있는 것들을 나열해보면 그 두 가지만으로 슬픔에 빠지기엔 감사한 것들이 훨씬 많다.

  사람은 왜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할까? 없는 것에만 안달내고 조급해할까?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과 환상이 나를 놔주질 않고, 거기에 온 마음이 함몰되어버려서 이토록 고독하고 딱해진 것이다. 오늘따라 내 모습이 벼룩처럼 생각되었다. 자꾸만 천장에 부딪혀서 더는 뛸 생각을 안 하는 벼룩 같았다. 그 생각이 일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었다. 실제로도 거듭된 실패의 경험이 마음을 많이 위축시키고 자신감을 저 아래로 저하시켜놓긴 했다. 떠올리면 실패만이 있지는 않았음에도 유달리 실패의 경험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잘한 기억만 가지고서 스스로를 미화시키고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것도 위험하다. 지금의 나도 위험한 상태인 건 마찬가지이고.

  다 알면서도 이런 말이 듣고 싶다. '실패해도 괜찮아. 잘 되지 않을 때도 있는 거야. 그게 너의 전부를 설명하는 건 아니야.'

  좀 더 깊고 유연하게 생각을 정리하기를 바란다. 마음도 재활치료가 필요한 것 같다.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을 기르도록 노력해야 한다. 건강한 마인드를 가지게 되길 바라며 언젠가 힘차게 뛰어오르는 벼룩이 되도록 힘을 길러야겠다. 특히 개인 경건의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고 주께 버틸 힘을 달라고 매일 기도해야 한다. 매일 출근 전에 기도를 드리고 있지만 경건의 시간은 빼먹는 날이 더 많다. 여차하는 순간 내 마음은 부정의 쓰나미에 휩쓸려 정신을 못 차리곤 한다. 정신 차릴 힘은 내게서 나오지 않는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꽤 힘든 훈련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훈련은 말도 못하게 고통스럽고 순간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만이 간절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잘 견뎌왔다. 더 큰 시련이 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시간일 거라 생각한다. 마음은 또 다른 마음을 낳고, 지난 과거는 매번 새로운 이름으로 불린다. 실패에 연연해하지 않기란 힘든 일이지만 다시 뛸 준비를 이제 해야만 한다. 징징대고 앓는 소리와는 영영 이별하고 싶다. 천장에 부딪힐 각오는 이제 단단히 해두고 뛴다. 다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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