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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원 May 29. 2024

긍정의 물결 속에서의 성숙

2016년 9월 17일

누나의 하나뿐인 딸.

서연이가 크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들었던 생각이다.


태어난 지 28개월 된 서연이는 가끔 집안에서 뛰어다니다가 자기 물건에 걸려 넘어지거나 장난을 치다가 자빠지곤 한다. 이 꿋꿋한 아가는 웬만해서는 울지 않는데, 소파에서 떨어지는 등 심하게 아플 때만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그럴 때면 할미, 할미, 엄마, 엄마, 하면서 두 여자를 번갈아 찾아가 품에 폭 안긴다.


언젠가는 그렇게 아파 울면서 할미한테 안겨 있는 서연이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얼굴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번져있지만, 어른의 몸을 향해 자신의 얼굴부터 발끝까지 작은 몸을 밀착한 채로, 작은 손을 계속 꼼지락거리면서 할미의 살을 만진다. 나를 무조건 긍정해주는 누군가에게 내가 보호받고 있음을 끊임없이 촉각으로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발갛게 상기된 채로 아파하면서 눈물 흘리는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저런 보살핌 속에서 아이가 조금 아픈 것쯤은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겁이 적은 어른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거나 상처 입었을 때 나를 꼭 안아준 채로 말없이 등을 쓸어주는 따뜻한 손길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아이뿐 아니라 할미나 엄마 같은 어른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중 누구도 더 이상 불필요할 만큼의 완성된 관심을 받아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어른의 삶이란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하고 안기고 싶을 때 다가와 안아주는 사람도 없는 척박한 삶이다.


꼭 영화 주인공들처럼 길고 고통스러운 좌충우돌을 거치고 나서야 좀 더 강해진 사람으로 성숙하는 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넘칠 듯 찰랑거리는 긍정의 물결 속에서 보내는 보살핌의 시간이 멈춰있던 성장의 시계를 흐르게 만드는 것 아닐까. 아이든 어른이든 노인이든 모든 연약한 인간들에겐 충분한 아이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아이의 시간을 가져보지 못했던 어른의 상처를 비판하지는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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