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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은바다 Sep 11. 2023

휘카스 움베르타

  휘카스 움베르타.

  휘카스 고무나무라고도 부르는 내 옆자리 나무 이름이다. 잎이 내 얼굴만큼 큼직해서 공기정화 식물로 유명하다. 실내에서 키우기 쉽다고 한다.

  이 나무가 내 책상에 옆에 있는데 갑자기 얼굴만 한 잎을 하나 툭, 떨구었다. 잎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직 바다처럼 너른 녹색 위에 노랗게 바랜 흔적이 조금 묻어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게 나무로부터 일찍이 버림을 받은 것이다. 이 나무는 새순이 돋을 때 가끔 이렇게 멀쩡하게 붙어있던 잎을 버린다고 한다. 키우는 입장에서는 잎 하나가 바래면 물이나 영양제를 줘서라도 튼실한 규모를 지키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 겨를도 없이 잎을 버렸다.

  익숙했던 몸의 한 부분이라도 자기가 흘러가는데 방해가 된다면 이렇게 과감히 쳐내는 박력. 무수히 잎을 틔우고 순환하면서 낡은 존재로 머무르지 않기 위해 굳은 살을 잘라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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