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해결해 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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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라고 말하려다가 도무지 두루뭉술하게 끝내서는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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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사실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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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본질은 흐르는데 있고, 때문에 시간에 내포된 실존체들이란 흐르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것들 뿐이다. 때문에 시간의 바깥에 있는 것들은, 흐르질 못한다. 그들은 가라앉았다가 떠오르고, 다시 가라앉으며 수직의 진자운동을 거듭할 뿐. 대개 트라우마란 놈이 그렇다. 시간이 아닌 사람 그 자체에 남아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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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있어서 실존은 본질에 우선하는 것이다. 때문에 사람에게 내포된 것이란… 결국 사람에게 달렸다. 그러니 조금 적게 트라우마를 만들고, 조금 많이 행복한 기억을 새기는 것이 문제를 그나마 봉합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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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언제고 흐른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이 원한다면, 언제고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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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는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소중한-행복한 곳에 서 있기를 바란다. 그런 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시간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
2022.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