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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 Nov 29. 2020

벌써 겨울 냄새가 난다

겨울에 대한 시선

벌써 겨울이다. 따뜻한 집에 있다가 나갔을 때 코끝을 스치는 차가운 공기의 냄새가 난다. 어두울 때 출근해서, 햇빛 보려 산책하고, 다시 깜깜할 때 집에 오는 게 그리 낯설지 않다. 붕어빵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드는 계절이다.



겨울은 따뜻한 계절

코가 시린 차가운 공기에 얼굴도 따가워진다. 손이 시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도 한 손으로 폰을 보려고 손을 꺼냈다가 이내 손이 얼기 직전에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연락을 주고받는데 손 시린 건 문제가 안 된다.


몸이 차게 얼었을 땐 전기장판으로 따뜻하게 데워진 이불에 들어가는 맛이 있다. 이불 속에 웅크려 온기를 품으면 몸이 녹는 것 같은 기분은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옆에 귤까지 있다면 이곳이 무릉도원이지



겨울은 사색의 계절

올 초 2월쯤일까 코로나가 터졌을 땐 다시 겨울이 오면 변할 것 같았다. 코로나가 사라져서 인제 자작나무 숲도 가보고, 스키장도 가고 싶었는데 변하지 않은 겨울이 왔다.


내년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선물 받았다. 다이어리가 생기면 지난 한 해를 회고하며 내년을 생각하게 되는데 올해는 좀 다르다. 어차피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못 했다며 대충 위로하고 내년을 두 가지 버전으로 생각한다. 코로나가 사라진다면? 하나와 코로나가 지속된다면? 버전으로 계획을 세운다.


혼자 피식거리는 시간이 많아진다. 겨울마다 듣게 되는 김진표의 로맨틱 겨울, 누가 팥을 먹을지 슈크림을 먹을지 장난쳤던 신림역 7번 출구 붕어빵 등 겨울엔 추억의 매개체가 너무 많다.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어제 일인 듯 시간의 개념을 망각하게 만드는 마법이다.



겨울은 낭만적인 계절

그래도 세상은 연말이다. 거리는 텅 비었지만 백화점과 호텔엔 트리가 반짝인다. 유튜브엔 홈파티 브이로그가 가득하고, 애플 뮤직엔 캐롤이 있다.


무채색 겨울 사이로 반짝이는 트리를 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이럴 땐 사소한 것에 크게 감동받는다. 감동은 영감, 영감은 창조로 발현된다. 그제는 출근길 버스정류장 주변의 담배꽁초를 줍는 아주머니를 봤다. ‘좋은 일 하시네’에서 그치지 않고 나도 따라 주웠다. 일렁이는 감정을 안고 출근하는 기분이 꽤 좋았다.


취향도 여행을 간다. 나한텐 그게 성시경, 터보다. 평소에 듣던 해리스타일스, 조셉살바, 캘빈해리스는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졌다. 그리고 이미 세 번이나 본 이터널션샤인을 또 본다. 분명 2020년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은 몇 년 전 겨울이다.


고마웠어요, 보고싶어요 라는 말이 간지러워도 연말엔   있게 된다. 연말이라는 핑계로 전화할  있어서 좋을 때도 있다.  온다는 핑계로 연락하고 싶어지는 순간도 있을 테지. 사실 그런 말을 하는 데는 핑계가 없어도 되지만.



겨울이 좋다. 좋은 데 이유 없다지만 곱씹어 보니 이유가 엄청 많다.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감정들이 많아 기대되는 계절이다. 집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 성시경의 목소리, 다시 봐야하는 영화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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