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성내에서 21g 솝플레이트까지 ep.1
동네에서 작은 플라스틱을 모으기/제품 만들기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플라스틱을 직접 모아 재활용하자는 운동을 하는 글로벌 커뮤니티예요. 재활용할 수 있는데,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이 많으니까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모인 것이죠. 프레셔스 플라스틱은 지역 커뮤니티에서 플라스틱을 수거하고 가공하여 플라스틱 재활용 제품을 만드는 전 과정에 대한 노하우를 전하고 있어요.
이 커뮤니티를 참고하면 누구나, 개인이든 작은 모임이든 큰 모임이든 기업이든 단체든 직접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가 타 선진국에 비해 다른 건 몰라도 재활용은 잘하고 있다고 말들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소각해 화력발전을 하는 '에너지 회수'도 재활용률로 계산합니다. 그래서 비율이 높아 보이는 것이고, 실제로는 재활용률에 약 1/3만 플라스틱을 원료로 바꿔 다시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물질 재활용'에 해당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있는 플라스틱 중 대략 20% 정도만 진짜 재활용을 하고 있는 셈이죠.
국내에서는 서울환경연합이 선도적으로 프레셔스 플라스틱 운동을 하고 있어요. 서울환경연합에서 페트병 병뚜껑 모으는 것 알고 계시죠? 환경을 지키는 데 일조하고 싶은 우리의 참새들이 열심히 병뚜껑을 모으고 있답니다. 서울환경연합에 병뚜껑을 모아 보내면 병뚜껑을 재활용해 만든 치약짜개를 선물로 받을 수 있어요. 선택지도 이 움직임에 힘을 보태기 위해, 재작년 가을 서울환경연합에서 진행하는 ‘둥지클럽’ 활동을 같이 했었답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플라스틱 수거 제대로 해보자! 싶어 선택지 매장에 재활용 플라스틱 수거함을 설치했어요. 우리는 이 공간을 "PP성내(프레셔스 플라스틱 in 성내)"라고 부릅니다. 깡아리라고 불리는 노란 농산물 박스를 벽에 고정하여 수납장을 만들고, 골판지 종이로 수납장 커버를 씌웠지요. 깡아리는 선택지 조합원 쟌느로의 아버님 농장에서 공수했어요. 배 농사를 지으셨는데, 과수 화상병이 배 농장을 덮쳐 농사를 더 이상 지을 수 없게 되셨어요. 이게 다 기후변화의 탓입니다. 배나무는 전부 베어져서 파묻어지고, 배나무밭은 이제 한동안 과수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 되었어요. 깡아리만 쓸모를 잃을 채 남겨졌고요.
PP성내에서 우리가 모으는 건 “작은 플라스틱”이에요. 작은 플라스틱의 기준은 손바닥! 홍수열 박사님이 이야기해주셨죠. 손바닥보다 작은 플라스틱은 재활용 선별장에서 재활용품으로 선별되지 않고 그냥 버려집니다. 선별장 컨테이너에 재활용품이 쌓이고, 돌아가는 컨테이너 앞에서 숨은 보물찾기 하듯 사람이 일일이 건져! 내는 방식으로 재활용품을 선별하기 때문에, 산더미처럼 쌓인 재활용품 속에서 작은 플라스틱까지 일일이 살려낼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재활용률을 높이려면 재활용 선별장에 자동화 시설이 갖추어지면 좋지만(예전에 영상으로 독일의 재활용 자동화 시설 사례를 보고 이럴 수가!!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을.. 하고 놀란 적이 있었는데, 도봉구에 재활용 첨단 설비가 올해 초 도입되었다고 하네요!), 여하튼 대부분은 아직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선택지가 나서게 되었습니다.
PP성내에서는 PS, PP, PE, PET 이렇게 네 가지 종류의 플라스틱을 수거합니다. PS, PET는 해당 재활용업체로 보내고, PP, PE는 색상별로 분류해 분쇄 후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작업공간으로 보냅니다. 말은 쉽지만... 이렇게 재활용품을 작업장으로 보내기 전 플라스틱 종류가 섞이지 않게 재질을 다시 확인하고, 색상별로 분류하고, 라벨이 붙어 있는 건 떼어내는 작업을 한답니다.
선택지에 들어오는 플라스틱 중 10% 정도는 이런 과정에서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으로 남습니다. 재활용 마크와 함께 플라스틱 종류 표시를 대부분 라벨에 하기 때문이에요. 라벨이 벗겨진 플라스틱은 어떤 종류인지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플라스틱 자체에 재질 표시하는 것을 의무화했음 합니다.
이렇게 하여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모은 플라스틱 양은 총 20.5kg. 이것은 약 102.7㎏CO₂eq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냅니다. 성내동 동네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또 멀리 경기도에서도 저희 매장을 찾아와 ‘작은 플라스틱'을 전해주시는 소중한 분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특히 고덕중학교 학생들! 선생님! 무려 5630g을 가져와주셨어요.
선택지가 PP성내를 하고 있는 건 무엇보다 ‘작은 플라스틱이 재활용되고 있지 않다는 실상'을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작은 플라스틱도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플라스틱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쓰자!’
하지만 또 무엇이든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선택지앙들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물건을 만드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물건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꼭 플라스틱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 말고, 충분히 훌륭한 대체 소재가 있는 종류의 물건 말고, 플라스틱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물건은? ‘비누받침'. 물기가 자주 닿는 물건이니, 다른 대체 소재보다 플라스틱만 한 게 없죠. 사용하기 좋고, 위생적이고, 관리도 편하고. 그래서 만든 것이 I was a bottle cap_21g 솝플레이트 입니다.
'PP성내에서 21g 솝플레이트까지 ep.2 : 비누받침 메이킹 스토리’가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 선택지는 현재 21g 솝플레이트 와디즈 펀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선택지의 공익활동을 펀딩 참여로 응원해주세요. suntackz lov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