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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Nov 09. 2021

그릇 닦는 비누들

설거지 비누 3종 리뷰

나의 첫번째 설거지 비누는 기름기를 제대로 씻어내기엔 나약했고, 습기엔 속절없이 무너졌다. 친환경은 그러려니... 하는 씁쓸한 마음으로 끝까지 쓰긴 했다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다시 액체세제로 돌아갔다. 


그러나 액체나 고체나 하늘 아래 같은 세제임을 나에게 증명하고 싶어 열심히 설거지 비누를 찾아헤맸다. 그 결과 역시 비누는 겪어봐야 안다고, 다음 도전부터는 줄줄이 성공해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첫 만남은 별로였지만 갑자기 로맨스가 펼쳐지는 멜로드라마의 클리셰는 여기서도 통한다.


뭐, 여전히 액체세제와 번갈아 쓰고는 있지만(제로웨이스트샵에서 리필해서 담아옴!) 설거지 비누를 처음 만나고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나의 오랜 최애였던 곡물향 퐁퐁과 이별했다. 오늘은 그동안 맘에 들었던 설거지 비누들을 소개한다.



마마포레스트

150g / 9,500원 / 바로가기

종이포장

eve 비건인증


두 번째로 만나 설거지 비누가 바로 얘다. 설거지 비누에게서 희망을 보게 해준 마마포레스트의 내추럴 디쉬바. 일명 김나영 설거지 비누로 유명한데 난 그전에 구매한 터라 사용감에 대한 의심을 가득 안고 구매했었다. 그래놓고 이벤트에 홀려 2+1을 샀지만… 



다행히 망한 첫 번째 설거지 비누보다 훨씬 잘 씻기고 덜 무르는 제품력을 보여주었다. 세 개 모두 오백원 동전만해질 때까지 잘 썼다. 정육면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큼직한 모양새에 병뚜껑을 박아 받침으로 사용했을 때 가장 만족스러웠다. 비누가 작아질수록 보통 병뚜껑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데, 높이가 있다 보니 편하게 잘 쓴 제품. 적당히 단단해 부드러운 면수세미에도 잘 묻어 나오고 거품도 풍성하다.


시트러스 계열의 세제가 음식물과 만나면서 풍기는 오묘한 냄새를 싫어하는지라 레몬글로리는 써보지 않았지만 그린하모니, 핑크헤븐 모두 세척력이나 사용감의 차이는 못 느꼈다. 세 가지 모두 향은 호불호가 없을만한 향이니 강력하게 추천한다. 


가치솝 

100g / 8,000원 / 바로가기 / 대용량(400g) 바로가기

FSC MIX 인증 종이상자

USDA 유기농 인증


사무실에서 사용할 손 씻을 비누를 사러 제로웨이스트샵에 갔다가 가치솝 설거지 비누를 사왔다. 가치솝 비누는 비누를 만들 때 필수 재료인 오일, 가성소다, 정제수 외에 계피 분말, 베이킹소다, 밀가루가 전성분의 끝인 순비누다. 사실 모든 비누는 여기에 무엇을 추가하냐에 따라 조금씩 특징이 달라지는 거라 설거지나 손 씻는 거나 ‘다 같은 비누다.’라는 설명을 듣고는 덜컥 구매했다.



암만 그래도 세제는 세제인데 이 비누로 손을 씻으면 엄청 건조하고 피부에 안 좋은 건 아닐까 의심은 되더라. 의심은 엄청 하는 주제에 잘도 도전한다. 하지만 이번 확률게임에서도 난 승리했다. 성분이 심플해서인지 피부에 무리 없이 손도 씻고 설거지도 잘 했다. 물론 설거지가 뽀득뽀득 잘되는 만큼 손이 조금 건조해지긴 하나 내 손은 원래 물만 닿아도 건조하다.


비누가 작은 편이라 금방 쓰는데, 아무래도 손 씻으면서 동시에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진정한 올인원 비누라 더 빨리 사용한 듯. 공식 스토어에서 대용량도 판매하니 우선 사용해보고 대용량으로 갈아타는 것도 좋다.


샘크래프트

120g / 6,800원 / 바로가기

사탕수수 부산물로 만든 종이상자


샘크래프트의 샴푸바를 사용 후 호감도가 상승해 사본 샘크래프트의 설거지 비누 밥. 샘크래프트의 설거지 비누는 총 여섯 가지인데 1종 세정제로 세정력은 비슷하니 향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되겠다. 진저그라스, 팔마로사 등 주방세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향들이 있지만 나는 무향인 밥을 선택했다. 쌀도 아니고 밥이라니. 이름이 귀엽잖아.



습도 관리가 관건인 천연비누는 자칫하면 비누가 무르면서 훅훅 닳아 없어질 때가 있다. 이 비누는 그 걱정은 싹 덜었다. 밥이라는 귀여운 이름에 반해 이 비누는 마치 화덕에서 구운 도자기처럼 바슬거리는 질감과 단단함을 가졌다. 그 단단함을 표현하자면 누워있는 비누 위를 수세미로 몇 번 문지르는 걸로는 묻어 나오지 않을 만큼이라고 하겠다. 힘줘서 문지르다 비누 받침 떨어뜨린 게 한두번이 아니다. 이제는 얌전히 비누를 들고 수세미로 문지른다.


조금씩 묻어나는 비누라 해도 어려움 없이 깨끗한 설거지가 가능하다. 집에 라면은 없어도 파스타면은 쟁여두는 사람이라 주식이 알리오 올리오와 크림 파스타인데, 설거지한 그릇에서 말라붙은 기름막을 발견한 적은 없다. 


설거지 비누를 쓰면서 하얀 물자국이 생기는 문제를 많이 겪는 것 같더라. 이 물자국은 수돗물의 미네랄 성분, 그러니까 금속이온과 비누의 지방산이 만나 반응해 생기는 것. 시중의 액체세제는 금속이온 봉쇄제가 들어가 있어 이 반응을 막는다. 그러니까 애초에 생기는 건데 천연 비누에는 금속이온 봉쇄제가 없으니 그대로 흰자국이 보이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각 가정의 수돗물의 상태에 따라 다른 거라 연수기를 설치하면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모두가 연수기를 설치할 순 없으니 다른 방법을 알아봤다. 


1. 설거지하고 물기를 닦는다.

선택지의 ‘쟌느’는 설거지를 끝낸 식기가 쌓여있는 꼴을 못 본다. 전부 닦아서 제자리에 돌려놓는 깔끔쟁이. 그래서인지 한 번도 물자국을 본 적 없다.


2. 헹굼용 수세미로 한 번 더 확실하게 헹군다.

선택지의 ‘임PD’가 주로 하는 방법. 헹굼용 수세미라는 개념을 처음 들어봤는데, 역시 설거지 비누를 쓰면서 흰자국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 적 없다고 한다.


3. 구연산, 식초 등 산성분으로 헹군다.

식초를 소분해서 싱크대 옆에 두고 대충 휘리릭 부어서 사용하면 된다. 다른 건 몰라도 스텐은 정말이지 자국이란 자국은 다 취약한데, 써먹어봐야겠다.


4. 뜨거운 물로 헹군다. 

이건 내가 지금 사용하는 방법. 사실 이게 물자국을 줄이는 방법인지는 몰랐는데, 설거지에서 세제보다 중요한 게 뜨거운 물이라고 들었다. 살균에도 좋으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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