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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Sep 30. 2022

함께 살아가고 있구나

생애 처음으로 행복한 생일을 통해 느낀 교훈

내 생애 이런 생일은 처음이었다. 서른다섯 번의 생일 중 가장 많은 선물을 받았다. 팔찌, 수제 케이크, 후드티, 선크림, 핸드크림, 커피 원두, 영양제, 향수, 그리고 각종 기프티콘과 손편지까지. 축하 연락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간 나의 생일은 이런 형태가 아니었기에, 축하와 선물로 가득 찬 하루가 낯설게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선물 포장을 풀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왜 이렇게 많은 축하를 받고 있는 것일까.


성인이 된 이후 나의 생일은 고요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온전히 홀로 보낸 건 아니었다. 조촐하게 가족과 케이크에 꽃은 촛불을 끈다거나, 친구에게 선물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 역시 특별하다면 특별한 생일이지만, 이번 생일에 비하면 무척이나 소박한 생일이었다. 사실 나는 그동안 생일을 함께 보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축하를 받으면 나는 늘 혼자 있고자 했다. 문학적 열망이 너무나 뜨거웠기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책을 읽고, 소설을 쓰는 것 이외에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생일이 되면 서둘러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오히려 챙겨주는 걸 거추장스럽게 여기기까지 했다.


또 당시는 문학적 치기에 가득 차 있던 시절이라 생일에는 나만의 의식을 치러야 했다. 바로 당시에 내가 가장 사랑하던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었다. 모두에게서 벗어나 홀로 카페나 공원 가로등 아래, 혹은 차에서 책을 펼쳤다. 문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호흡해서 읽는 것만으로도 나는 경이에 가득 차 올랐고, 이 세상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거기에 저녁 무렵에는 소설을 집필하면 정말 완벽한 생일이 되었다. 이렇게 멋진 생일이 어디 있겠냐는 생각마저 했다.


이제 나는 소설가가 되었다. 뜨거운 열망 속에서 네 권의 책을 출간하며 느낀 게 있었다. 홀로 꿈에 도달하는 건 어쩌면 허망한 일 일지도 모른다고. 두 번째 책을 출간했을 적이었다. 그동안의 노고는 물론 꿈과 열정이 집약된 책을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공허했다. 그것은 첫 번째 출간 때와의 극명한 대비 때문이었다. 첫 번째 책을 출간했을 적에는 함께하는 연인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꿈을 좇겠다며 사랑을 쉬이도 버렸다. 사랑보다는 꿈만을 바라보며 빠르게 달려가고 싶었다. 그렇게 홀로 맞이한 두 번째 출간에서야 깨달았다. 꿈에 도달한다 한들, 행복을 나눌 사람이 없다면 그건 꿈을 이룬 거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2022년 나의 새해 목표 중 하나는 바로 사람과 사랑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세상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문학적 열망 못지않게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 기쁜 일이 있을 때는 함께 나누었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서로 도와주었으며, 서로의 존재에 서로 공감했고, 함께 호흡하며 일하고, 함께 먹고 마셨다. 그러다 보니 곁에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중한 사랑도, 소중한 우정도 생겼다. 이번 나의 생일을 가득 채운 축하 메시지와 선물은 이러한 관계들의 징표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나는 선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세상을 살아가고 있구나.



글의 영상버전은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https://youtu.be/CwoaqfcPC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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