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우의 2024 대한민국 보고서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문제라고 하지만, 이에 대해 크게 경각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피부로 와닿지 않기에 추상적으로만 느껴졌다. 그런데 얼마 전 영등포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하게 되면서 인식이 달라지고 말았다. 며칠 전 소설가인 나는 업무차 영등포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교감 선생님과 함께 교정을 거닐다가 체육시간을 맞이한 학생들을 보게 되었다. 나란히 줄 지어 선 학생들은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체조를 하고 있었다. 운동장이 어딘가 텅 보인 것처럼 느껴졌다. 교감 선생님께 묻자 이제 한 학급에 20명이 조금 넘는 학생들이 있다고 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40명을 웃돌았는데 이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래도 교육의 질은 높아지지 않았나요?" 교감 선생님께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예상과는 달랐다. 교사 1인이 가르치는 학생 수와 수업의 질이 완벽하게 반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교사가 마냥 수업의 질과 학생 지도에만 힘을 쏟을 수만은 없다고 했다. 교사는 과거보다 오히려 일이 더 많아졌다고 했다. 학생 수의 감소로 인해 교직원도 줄어들다 보니 그동안 분담되어 있던 행정 업무들이 한 명의 교사에게 과중되는 실정이라는 것이었다. 학교도 적절한 수의 학생과 교사가 있어야 건강하게 운영되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국가로 확장해 보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단해 볼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학생수의 급감은 통계적으로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 볼 수 있었다. 통계청의 자료를 통해 지난해인 2023년을 기준으로 10년 단위의 출생아 수의 추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93년은 71만 명, 2003년은 49만 명, 2013년은 43만 명, 그리고 2023년은 22만 명이 태어났다.(천 단위는 생략) 2023년을 30년 전과 비교해 보면 70%가 급감했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올해인 2024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 현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학생들이 교실에 앉아 있을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10명이 앉아있을 수는 없으니 많은 학교들이 통합되거나 폐교가 될 게 분명했고, 이는 이미 진행 중에 있었다.
"그렇다면 요즘 다문화 학생들의 추세는 어느 정도가 될까요?" 나는 교감 선생님께 물었다. 다문화 학생들은 급증하는 추세라고 했다. 가령 영등포의 영림초등학교와 대동초등학교는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70%를 훌쩍 넘었다고 했다. 이러한 학교 같은 경우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다문화 학생들은 가정환경부터 생활 문화까지 달랐기 때문에 기존의 교육 방식과의 충돌이 많다고 했다. 수업 방식과 생활 지도도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 필요한 것이었다. 또 학부모와의 소통 방식도 큰 문제라고 했는데, 가령 가정 통신문 같은 경우도 각 가정의 국적에 따라 전달이 되어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는 영등포 지역의 학교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교육통계서비스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대한민국의 초중고 학생들에서 다문화 학생들의 차지하는 비율이 0.7%로 총 4만 6천 명이었지만, 2022년에는 3.19%로 증가해 16만 8천 명이 되었다고 한다. 근 10년 동안 꾸준한 추세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이러한 현상은 도시의 다문화 가정 밀집 지역과 다문화 가정이 주로 형성된 농어촌에서 더 두드러진다고 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실의 자료에서는 전남 함평군과 경북 영양군에서는 초중고등학교의 다문화 학생 비율이 이미 20%를 넘었고, 15%를 넘은 도시는 스무 곳에 달했다.
나는 학교에 업무차 방문했지만 예기치 못하게 대한민국의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현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찾아보곤 머지않아 도래할 대한민국의 미래도 예측해 볼 수 있었다. 문득 프랑스에서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남부 프랑스를 홀로 여행하다가 어느 노부부의 집에 초대된 적이 있었다. 프랑스 이름을 짓고 싶어 내게 멋진 이름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웃으며 내게 물었다. "프랑스에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어린아이 이름이 뭔 줄 아나?" 내가 모르겠다고 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무함마드." 이슬람의 예언자의 이름이었다. 이건 프랑스의 신생아들이 대부분 무슬림 이민자들의 자손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말이었다.
프랑스는 2차대전 이후 인종 구성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과거 자신들의 식민지었던 모로코, 알제리 등의 국가에서 이주민들이 대거 유입되었고, 이제는 다민족국가가 되었다. 프랑스 축구 대표팀도 이를 반영하는 지표이다. 그 유명한 지단은 알제리 출신이고, 음바페는 알제리와 세네갈 출신의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다. 프랑스는 이제 걷잡을 수 없이 이민자들에 의해 민족적으로 국가 구성원이 바뀌어가고 있다.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프랑스는 1958년 제5공화국 헌법에 의거하여 출신, 인종,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시민이 법률 앞에서 평등함을 보장함을 헌법에 명시했다. 1978년에는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인종이나 출신 민족을 국가적으로 통계조차 낼 수 없도록 정보 수집을 법으로 금지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떠한 모습일까. 이제 합계출산율은 이제 0.6명 대에 도달했다. 이 수치를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다음과 같다. 가령 1,000명의 여성이 있다면 이중 600명만 아이를 낳는다는 의미이다. 아이 600명의 성비를 5:5라고 가정했을 때,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인구는 여성 300명이다. 다음 세대에도 출산율이 0.6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300명 중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은 180명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인구 절벽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인구 급감을 가까스로 보충하고 있는 건 대한민국에 뿌리내리고 있는 다문화 가정과 계속해서 증가하는 외국인들(2024년 기준 17만, 전년 대비 6.2% 증가-통계청)이다.
대한민국은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태동했다. 20세기만 하더라도 일본 제국주의에 반발하는 저항 민족주의와 민족자결주의 속에서 독립과 건국을 했고, 이승만 정권은 일민주의를 내세우며 한민족 내의 분열을 없애고자 했다. 이어 군사정권 아래 민족중흥과 조국 근대화를 기치로 내세우며 경제적 민족주의 아래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헌법에서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이 대한민국 국적을 결정하지는 않지만, 한국인이라면 대한민국이 단일민족이라는 정체성을 집단 무의식 속에 갖고 있음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은 민족국가의 정체성을 종식해야 할 때가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그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맞이할까.
소설가 이우 : iam@theleew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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