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뽀송한 수건 쓰려고 한 거 아냐?

-생각의 한 끗 차이.

by 코알라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한 잔씩 하다 보니 수다가 길어졌고 이대로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자고 가기로 했다.

예전엔 밤샘 수다가 가능했었는데, 지금은 새벽 1시가 조금 넘어가기 시작하면 너 나 할 것 없이 자세를 바꿔 잘 준비를 하듯 들눕게 되고, 말이 느려지고 눈이 반쯤 감기게 된다.


이날도 새벽 1시가 조금 넘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건은 화장실 서랍장 안에 있으니 꺼내 쓰면 된다는 친구의 말을 뒤로한 채 화장실로 가던 중, 아까 저녁쯤 친구가 베란다 빨래건조대에서 걷어오기만 했을 뿐 개지 않고 던져 놓은 수건들이 눈에 띄었고 나는 그중 하나를 건져 올려 어깨에 걸쳤다.


"왜? 뽀송한 거 쓰려고?"

던져 놓았던 수건을 가지고 화장실로 향하는 나에게 친구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

"뽀송? 이건 화장실 수건이랑 다른 재질이야?"

"아니, 같은 거야. 난 네가 화장실에 진열된 세탁한 지 시간이 좀 지난 수건보다 방금 빨아서 말려놓은 뽀송한 수건 쓰고 싶어 하나~싶어서 물어봤지."

"아닌데? 난 네가 수건 개기 귀찮을까 봐 한 개라도 줄여주려고 이거 가져가려던 건데?"

"엥? 그런 거야?"

"엥? 넌 그렇게 생각했어?"


그녀의 생활 노동을 줄여주고자 나름의 세심한 배려라 생각하고 으쓱했던 행동이었는데, 친구는 더 뽀송한 수건을 쓰고 싶어 하는 나의 치밀한 행동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 이처럼 사소한 것에서도 생각의 차이가 생길 수 있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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