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오션 Jun 25. 2024

나는 아이를 학대하고 너랑 시간을 보낼 거야

내가 그녀에게 내뱉은 허상의 한마디(?)

대학시절에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아동놀권리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아동인권에 대해 열심히 배웠던 나는, 지금 누군가에 의해

'여자'에 미쳐 아동학대를 예고하는 잠재적 아동범죄자가 되어 있었다.






확실히, 나는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응~ 학대할게 ㅋㅋ 애 말고 너랑 시간 보낼게 ㅋㅋ"

이런 느낌으로 말을 했었다.










당연하죠 진심일리가요




때는 23년 9월(혹은 8월 말), 나는 친구라 생각했던 B(가칭)에게 내 미래의 포부를 전했다.

"나는 미래에 아이를 입양할 거야! 결혼은 할지 안할지 모르겠지만 입양은 하고 싶어!"




그 이후로 B는 나한테 줄창 얘기했다. 진심, 지겨울 정도로...

"입양하려는 이유가 외로워서라면, 의도가 괘씸한 거 아니야?"

"아이 키우려면 그 아이한테 온 시간을 다 쏟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아동학대야. 너 그럴 자신 있어?"

"네가 아이 키우기 시작하면 너랑 멀어질 것 같아. 분명해."

"내 주변에 결혼한 사람들 보면 결혼하고 애기 낳고부터 대화가 안통하고 이상해지더라. 사람이 애밖에 생각안하게 돼."




B의 주장들이 내게는 이런 뜻을 내포하는 것으로 들렸다.

"너는 애를 돌보느라 너 자신을 잃어버릴 것이며 커리어우먼으로 잘 살고 있는 나와는 말이 안통할 정도로 망가져 버릴 것이다."




그래서 매번 나는 설명해야 했다.

1. 입양은 미래에 대한 포부일 뿐 어찌 될지 모르는 거다. 어차피 먼 미래라 깊게 생각도 안해봤다.

2. 입양하고 싶은 이유는 미래세대와 연결/후원 + 확실한 가족 만들기 + 한 아동이라도 도우려는 공익적 목적 이다.

3. 육아는 부모의 일생을 통째로 투자해야 하는 희생이 아니다. 애초에 그런 사회는 옳지 않다.

4. 나를 그런 사람으로 보지마라. 나는 ~한 성향 때문에 그런 오해를 특히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계속 얘기를 꺼냈다. 그리고 나랑 B는 종종 말다툼을 했었다.

나는 생각했다, 언제까지 같은 얘기를 반복해야 하는거지? 왜 알아먹질 못하지? 내가 말을 못하나? 없을지도 모르는 단순 가정일 뿐인데 왜 뭐 때문에 나를 이렇게 추궁하는걸까?


(카톡 내역 찾아보니 B 때문에 짧은 기간에 몇번이나 관련 주제로 말다툼을 했더라... 한달간 대충 찾아도 8일 이상은 이런 내용을 반복해서 언급했다. 사실 찾을수록 더 나와서 8일보다 더 할지도 모르겠다. 진짜 나 그때 어떻게 버틴거지.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다.)



그리고 B가 이런 얘기를 자꾸 언급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목적이 뭐지? 입양의 꿈을 접어야 그만하는 건가? 내 꿈을 포기해야 만족하는 건가? 합당한 이유가 없는데?'

 



변명하다하다 지쳐서 짜증난 나는 애교스럽게 말했다.


나는 아이를 학대하고 너랑 시간 보낼 거야

나는 아이를 학대하고 너랑 시간 보낼

거야


즉 B한테 짜증 나서 내뱉어버린 농담에 불과했다.



제발 나는, 인간이지 같은 말 반복 머신이 아니다!

웬만하면 진지하게 반복 설명해주는 나조차 인내심을 잃게 만들다니 대단한 여자가 아닐 수 없다.







무수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저 농담을 한 직후는 그녀가 시비를 그만 거는 듯 하여서 마음이 편했었다. 하지만 전혀 끝이 아니었다.



B는 어느 날, 아무리 농담이라도 그런 말을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면서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자기가 아동학대 피해자라고 밝혔다.



나는 B가 비정상처럼 '입양'에 버튼 눌려서 같은 소리 반복하는 이유가 개인의 아픔에 귀인한다는 것을 전혀 추측하지 못했다.

나는 바로 사과를 했다. 그럴줄 몰랐다고. 너무 미안하다고. 피해자 앞에서 할 농담이 아니었다고.

얼마나 제대로 여러 번 사과를 했었는지 참...

애초에 다른 사람이었으면 B처럼 같은 주제를 반복해서 따지지 않았을 거고, 저런 일도 없었겠지만 말이다.




그런 무수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B는 끝까지 놀라울 정도로 말귀를 못알아먹고, 결국에는 이렇게 주장하게 되었다.





나한테 집착해서 아이를 학대하겠다고 하는 거잖아!!
너는 역시 잠재적 아동학대범이야!!




나는 본인한테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없으며 가질 계획도 딱히 없는 상상 속의) 자녀를 방임할 인물이다 이 말이다. 이해 안간다고? 나도 이해가 안간다.

내가 결혼을 했냐, 근 몇년 안에 입양을 계획 중이냐, 아님 조카를 맡아 키우기라도 하냐... 도대체 누구를 학대하면 좋단 말인가.



어디서 귀인한 논리인지 그 피해망상을 따라갈 수가 없어서 정신이 혼미해진다.





여담


내 삶을 돌이켜보면 평범한 사람들 중에서는 꽤나 약자에 진심인 삶을 살아왔었다.


고등학생 때는 '인권동아리' 활동을 했었다. 인권이란 매우 범위가 넓고 포괄적이라는 사실을 이때 배웠다. 아동인권의 중요성도, 아동의 경우 챙겨야 할 인권이 더 많다는 사실도.


그리고 난 몇년 전부터 매달 아동복지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오늘도 후기 문자가 날라왔다. 이 단체에서 매년 다이어리도 선물받아서 늘 그걸 들고 다닌다. 친언니가 나의 이런 점을 좋게 보고 몇년 전에 유니세프에 기부를 시작했다.



아동단체에 기부하거나 봉사하지 않고도, 아동관련 활동을 안해봤어도

아동학대를 할 거라는 의심을 안받는 어른들이 많은데!

왜 나는 순수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런 억까를 당해야 하는 걸까!





추가적으로, B와 나눴던 카톡 원문을 올린다.




이렇듯, 여기 적힌 거 다 실화다. 없는 얘기 지어내기는 B의 특기지 내 특기가 아니다.  



마지막 장에서 나와있지만 본인도 이해해놓고 왜 악의적으로 짜집기해서 날 괴롭히는데 쓰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끝까지 나한테 사과하지 않았다.



+)

참고로, 그가 아니라 일일이 그녀그녀 이러는 이런 애한테

존중하는 어휘는 조금이라도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라고 표현하기 싫어서 굳이굳이 그녀, B, 걔라고 쓰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락이 올 때마다 몸이 떨리고 눈물이 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