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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오션 Oct 02. 2023

이름

삼키지 못하고 뱉지도 못하고 우물거려야 하는 두 음절



자음과 모음이 유독 날카로워서

소화되지 않는 이름이 있다

충분히 씹어 삼켜도 금세 구역질이 난다

산을 역류시켜 이름을 녹였지만 

다시 부풀어 오른다

목구멍을 넘기기에 그것은 너무 크다


이왕 오물거릴 거 맛이라도 빨아보자

입 안으로 이리저리 굴려서 음미한다

달다 그리고 쓰다 

안 먹으니만 못한 것 같다


이전에는

이빨 자국을 찍어 뱉었다

이름의 주인이 받아먹었다

두 번 찍은 이름, 혓바닥 밑에서 눅진눅진 녹인 이름,

입술로 눌러찍은 이름, 침 묻혀 늘린 이름

소화되지 않을 모양을 계속 바꿔서 게웠다

이름의 주인이 오물오물 잘도 주워 먹었다


이제는

토해낼 사람이 없어졌으니

이 골칫덩이를 어떻게 처리할까


삼키지 못하고 뱉지도 못하고

입 안에서 우물거려야 하는

찌릿한 두 음절


언제라도 나올 것처럼

혀 끝에 묻어 따끔거리기까지 한다

아무리 달아도 역겹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부를 때 

상상 속에서 혀를 낼름거렸다

주인을 못 찾아간 토악질은

떫은 맛 독일 것을 알면서


아직 대접하지 못한

요리법이 남아있어서

어떤 것을 낭송하더라도

오명을 묻혀버리는 상상을 한다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많이 먹여둘걸


그러나 역시

삼켜서 넘기기에 그것은 너무 크다

산을 역류시켜 이름을 녹였지만 

다시 부풀어 오른다

입 안이 가득찬 느낌에 곧잘 불편감이 든다

받침 같은 것이 유독 까끌거려서

소화하기 힘든 이름이 있다







23.10.02 완성

2년?만에 쓴 시



시상이 짧나...

나도 좀 잘쓰고 싶다 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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