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 이야기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했었는지는
역설적이게도 그 사람을 떠났을 때야 알게 된다.
우리네 존재의 가치를 가장 정확하게 증명하는
방법이 오직 상실뿐이라니,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이별하는가, 아님 이별하기 위해 사랑하는가.
매몰차게 떠나보냈던 너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너는 잊기 위해 살아야 하는가, 잊혀지지 않기 위해
울어야 했던가.
너와의 시간이 한 줌 재마저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려 더 이상 아프지도, 슬프지도 않은 진공의 시공간감은 상실이 남긴 부유물인가 혹은 그저 흘러간 시간이
치유해준 망각의 산물인가.
아님 열렬히 사랑했던 자에 대한 신의 마지막 은총인가. 그 모든 상실감마저 산화시켜 또 한 번 사랑을 믿어보려 하는, 그런 우둔한 낭만의 씨앗과도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