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라이프 스토리 4화-학생은 무엇으로 사는가 : 공부, 연애, 그리고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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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생 같이 재미없는 일을 대체 어떻게 해요?”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작품이 있다. 삶은 단지 돈도, 명예도, 욕망만으로도 살아가지지 않으며 ‘사랑’이 필요하다는 작품이다.
물론 우화일 뿐 현실에서 그렇게 이상적으로만 인생을 살기는 없다. 당장 톨스토이 본인부터 귀족으로 태어나 젊은 시절 도박으로 시간을 허비할 여유를 가졌던 사람이다.
로스쿨의 시간, ‘3년’을 살아간다는 것은 3년의 시간 동안 학교에 갇혀 공부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 사법시험 시절에도 ‘고시생’은 신림동에 갇혀 공부만 하는 시험준비생을 의미했는데, 로스쿨 재학생의 생활도 마찬가지다.
날로 낮아져 40%대 후반대에서 수렴될 것으로 예측되는 변호사시험 합격률, 변호사시험에 맞춰 엄격해져가는 로스쿨 졸업시험, 각 대학에서 상위권의 학점을 받아내던 학생들끼리 경쟁하는 중간/기말고사에 이르기까지 공부에 전념해야 할 이유는 넘쳐난다.
게다가 이전과 달리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로스쿨 입학생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법학 자체에 익숙해질 때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로스쿨 재학 시절 공부만 하며 살아가는 재학생은 드물다.
심지어 신림동 고시촌이 성행하던 사법시험 전성기 때도 고시생들은 연애도 하고, 게임도 하고, 가끔은 헬스클럽에서 건강도 다지며 지냈다.
마찬가지로 로스쿨 재학생과 졸업 후 박사 과정을 밟는 변호사들도 재학 기간 동안 공부만 하며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다. 연애는 물론이고 공익활동이나 봉사 활동, 취미 활동, 그리고 자신의 장래를 미리 준비하는 진로 탐색 활동까지 다양한 일을 하며 3년 동안 노력하고 살아간다.
잠깐, 그들의 3년을 엿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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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장 유명해진 로스쿨 세대 변호사라면 단연 장천 변호사를 들 수 있다.
<女心 흔든 훈남 (하트시그널 장천) 변호사 "멀티탭男? 멀티탭 변호사 되고파", 머니투데이, 2017. 9. 11.>
장천 변호사는 훈훈한 매너와 태도, 그리고 친밀감으로 연애 예능프로그램 ‘하트시그널(채널A)’에서 많은 인기를 끈 바 있다. 장천 변호사의 경우에는 재학 중에는 연애보다는 공부와 함께 주로 축구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천 변호사도 졸업 후 이미 변호사가 된 재원이기 때문에 ‘훈남’으로서 인정받는 것이다. 만약 로스쿨 재학생이었다면 이렇게 각광받으며 미디어의 주목을 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로스쿨 재학생은 어떻게 연애를 하며 지낼까.
[혹자는 로스쿨생을 군복무 중인 단기 장교에 비유하고는 합니다. 일과시간이 끝나면, 혹은 주말이 되면 부대를 떠나 자유롭게 영외로 나갈 수 있지만, 정해진 시간 이내에 부대로 복귀해야만 합니다. 다시 복귀할 생각을 하면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 친구와 마시는 술 한잔이 그리 달지도 않습니다.
로스쿨생 역시 오늘 하루 짝과 데이트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마음 한 구석이 무겁습니다. 오늘 못한 복습과 예습은 고스란히 내일 할 일로 쌓이게 되는데 그 하루치 공부량이라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학기 중 주어진 시간에 비해 소화해야할 학습량이 비대칭적으로 많은 로스쿨의 커리큘럼 상 학기 내에 기본서 1회독 해내기가 녹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로스쿨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주위에 많은 연인들이 헤어졌습니다.]
(이 글의 필자는 현재 성과 높은 변호사로 활약 중이다. 연애사는 어떻게 되었는지는 사생활이라 알지 못한다.)
3년의 시간 동안 로스쿨 학생들은 사실상 ‘학교’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수도권 로스쿨을 다니는 지방 출신이나 지방대 로스쿨을 다니는 타향 출신은 물론이고, 같은 지역 내 로스쿨을 다니는 경우에도 ‘기숙사’ 생활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1분 1초가 아깝고 통학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는 만큼 낮아진 성적으로 실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화여대 로스쿨(물론 성소수자의 경우는 예외로 한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로스쿨은 남녀공학이기 때문에 대체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청년남녀들이 좁은 공간에 갇힌 채 공부를 해야하는 공간이다. 좁은 곳에 갇혀 입시 공부에 열중하다보면 당연히 스트레스도 많아지고 외로움을 심하게 느끼기 마련이다.
과거 신림동 고시촌 시절에도 예기치 않은 동거 커플이 많이 발생한 바 있는데, 로스쿨의 경우에도 연애사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편이다.
하지만 위 글에서 볼 수 있듯이 로스쿨 재학 시절의 연애는 ‘공부’와 병행되어야 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하지 못한 법학 학습량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특히 이 부분은 외부에서 많은 오해를 사고 있는 부분인데, 로스쿨의 법학 공부량은 기존 법과대학 시절의 공부량을 훌쩍 뛰어넘는다.
명목상으로도 1학기에 법학과목만 18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현재 남아있는 법과대학은 물론 폐지된 이전의 법과대학들도 1학기에 보통 전공 과목은 6~9학점 정도를 이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사법시험 준비는 전공 공부와 별도로 준비(보통은 신림동 고시학원)했기 때문에 이른바 법대생들이 공부를 많이 하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로스쿨은 이러한 변호사 시험 준비 과정까지 로스쿨 재학 중에 모두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습득해야 하는 지식 학습량이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변호사시험은 사법시험 과정에 비유하자면 사법시험 1차, 2차, 그리고 사법연수원 1년차 시험 과정을 포괄하여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준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로스쿨 재학 시절의 연애는 대학교 시절의 CC보다 어려운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반대로 상당히 나이가 든 상황에서 시작하는 연애이기 때문에 결혼을 전제로 연애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헤어진 뒤의 여파도 상당히 커서 시험 합격까지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왕왕 볼 수 있다.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빠른 감정이입은 동질혼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대형로펌에서 일하는 5년차 변호사 이하준(가명ㆍ35)씨는 로스쿨에서 함께 공부한 동기와 결혼해 22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부부 변호사다.]
위 기사처럼 변호사시험 합격과 결혼까지 완료된 커플이 있는가 하면, 로스쿨 재학 시기에 헤어져 결국 파경에 이른 커플도 존재한다. 물론 아래 기사와 같은 비극은 굉장히 예외적인 케이스에 해당할 것이다.
(이 기사에 실린 케이스는 연수원 출신 변호사 남편과 로스쿨 재학생이었던 부인의 경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재학 시절 미혼남녀들의 연애는 피하기 어렵다.
이 글을 쓰고 있는 9월의 어느 하루도, 2학기를 맞이한 로스쿨 학생들의 연애가 대학교정 어딘가에서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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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만 하며 3년의 시간을 모두 보낼리는 없다.
<제7회 전국 로스쿨 축구대회, 연세대 우승·고려대 준우승, 법률저널 2017. 8.24>
앞서 장천 변호사의 인터뷰에서도 보았지만, 남학생의 경우 여가를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운동이다.
헬스클럽을 가는 경우도 있고 혼자 달리기를 하기도 하지만 ‘축구’와 ‘야구’가 동기간의 우애를 다지면서 즐길 수 있는 좋은 방편이다.
그 중에서도 축구는 각 로스쿨 학생회끼리 유대를 하며 전국 로스쿨 대회를 열기도 한다. 2018년에는 성균관대가 우승했다고 알려져 있다.
게임도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제2회 서울지방변호사회장배 'e스포츠대회' 성료, 법률신문 2018. 7.10.>
위 기사의 대회는 로스쿨을 이미 졸업한 변호사들의 e스포츠 대회지만, 대부분의 경우 학창 시절부터 로스쿨 재학 시절까지 다양한 형태로 e스포츠를 이미 즐긴 변호사들이다. 이들은 재학시절부터 게임으로 여가를 보내며 동시에 로스쿨 내 학내 e스포츠 대회에 참전해 투지를 붙태우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쳤던 로스쿨 학생들이 변호사가 되어서도 ‘e스포츠대회’를 열게 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여학생들은 여가를 잡담으로 보내거나 공부에 더욱 전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공익인권 활동이나 각종 로스쿨 법률 연구회 활동은 여학생들이 활발한 경우가 많다.
<지역 로스쿨생, 예비 법조인으로 공익인권활동에 '한걸음', 법률저널, 2014. 2.21>
위 기사는 국내 4대 대형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태평양이 공익법률활동을 위해 만든 공익재단, ‘동천’에서 주최한 공익인권활동에 응모한 사례를 소개한 기사다. 기사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 로스쿨생들이 응모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단계 나아가 로스쿨 재학 시절 향후 법조인이 된 이후 경험할 법률 상담과 소송을 먼저 경험해보는 재학생들도 많다.
<경희대 로스쿨 리걸클리닉, 무변촌 대청도서 무료 법률상담, 법률신문 2018. 2.12>
리걸클리닉 제도는 미국 로스쿨 제도를 본따서 만든 제도다.
로스쿨생들이 담당교수의 지도 하에 실제 사건을 무상으로 직접 수행하면서 소송실무를 습득하는 교육방법인데, 미국의 경우 ‘리걸 클리닉’이 실제로 소송을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 출신 교수’가 주로 하는데 반해 한국은 교수와 변호사를 겸직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외부의 변호사를 초빙해 리걸 클리닉에서 사건을 배당해 운영하는 형태로 구성되는데 여러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재학생들이 실무를 경험하게 한다는 취지는 긍정적인 점이 크다.
다만 로스쿨 교육을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교육부이고 이러한 실무 교육을 중시하는 곳은 법원이나 법무부이기 때문에 서로 충돌이 자주 일어나는 점은 앞으로 로스쿨 제도 발전을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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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로스쿨 재학 시절 ‘웹소설 스타트업 기업’들에 법률 자문을 시작했던 일이 기억에 남아 있다.
본래 웹소설은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이전의 장르소설이나 대중소설이 플랫폼에 맞게 변화해 만들어진 콘텐츠다. 현재는 카카오페이지를 선두로 네이버웹소설과 조아라, 문피아 등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고 북팔이나 피플앤미디어 등이 중위권으로 따라잡고 있다.
<웹툰·웹소설 산업 확장기 진입…디앤씨미디어 등 주목, 이데일리, 2018. 1.10>
본래 웹소설 작가를 지망했고 현재도 쓰고 있는 처지에서 ‘법’을 공부한다는 것은 꽤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특히 내 권리만큼이나 남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고 때로는 ‘회사’의 권익을 지키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현재 상당히 이름을 떨치고 있는 웹소설 기업과도 연이 닿아 법률 자문을 해준 적이 있었고, 그 경험은 나중에 콘텐츠 기업에 입사해 사내변이 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로스쿨 재학 시절 취미삼아 했던 일이 진로에 도움이 된 셈이다.
아마도 로스쿨에 입학하면 시험 공부에 바빠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될 것이다. 하지만 톨스토이가 단편으로 이야기했듯이 인생은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지만 ‘사랑’ 없이도 살 수 없는 것이다.
시험 합격과 성공은 이른바 직업학교라고 할 수 있는 ‘로스쿨’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아무리 80세 인생 시대라고 하더라도 청년 시절의 3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연애든, 취미든, 혹은 진로 탐색이든 다른 무언가를 하며 3년의 시간을 보낸다면 그 시간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예컨대 앞서 살펴본 ‘e스포츠대회’만 해도 겉보기에는 무의미한 시간처럼 보이지만, 이 대회를 주관한 변호사들은 국회에서 e스포츠 관련법을 준비할 때 자문을 맡기도 하고, e스포츠를 주관하는 거대 게임회사의 협찬을 받아내기도 한다.
공익 활동을 하던 로스쿨 재학생들은 졸업 후 사회 곳곳에 법률적 조력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우며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로스쿨 재학 시절 연애를 하던 커플이 어느새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알려온다.
인생은 결코 단색이 아니다.
3년의 시간을 보내는 로스쿨 재학생들에게 오늘도 유의미한 하루였기를 바란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