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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최 Aug 11. 2017

서른다섯이라 놀리지 말아요

여자나이, 서른다섯 上

2017년 오늘, 당신은 몇 살을 살고 계신가요?


    언젠가 흥미로운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여러 연령층을 상대로 '언제부터가 노년인가?'라고 물어보니 40대는 50대부터, 50대는 60대부터, 60대는 70대부터, 70대는 80대부터 노년이라고 했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누군가는 노년이겠지요... 일단 나는 아님' 이라는 거겠죠.


청춘인 모두가 청년입니다. 당신도!



    2015년 UN에서 새로운 연령 기준을 제시했는데요.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 등을 고려해 생애주기를 5단계로 나눴습니다. 현재 당신의 생애주기는 어디에 속하시나요?

0세~17세 까지는 미성년자

18세~65세 까지는 청년

66세~79세 까지는 중년

80세~99세 까지는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


    우리 사회는 여전히 만 60세를  '환갑(還甲)' 또는 '회갑(回甲)'이라 하여 축하합니다. 태어난 해의 천간지지가 60 갑자를 꼬박 거쳐 다시 돌아왔다는 것, 과거에는 그것이 곧 '장수(長壽)'를 의미했기 때문인데요. 지금은 하나의 문화로 남아있을 뿐 누구도 '환갑이라니 정말 장수하셨구나'하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를 맞이하는 시대에 65세(정년이 가장 늦은 대학교수 기준입니다. 공무원은 60세 전후, 기업은 더 말할 것도 없죠) 정년퇴직은 너무 이른거죠.



우리의 천하무적 '삼순이'도 그때 겨우 서른이었습니다


    그 나이를 지나 본 사람은 압니다. 서른도 마흔도 지나고 보면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가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되는 성장통을 겪을 때 제 나이는 스물다섯이었습니다. 20대가 지나고 30대가 오면 뭔가 달라질까. 달라진다면 대체 뭐가 달라질까. 겁없는 20대이기도 했지만 곧 다가올 30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기에 삼순이에게 그리도 감정이입을 했었을 겁니다.


<내이름은 김삼순>은 어느 나이대가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드라마입니다. 스물다섯, 서른, 서른다섯이 다 다르더라구요


    구남친에게 차이고 결혼정보회사를 찾아갔던 삼순이에게 커플매니저였던 남자가 말합니다. '여자 나이 서른에 연인을 만나기란 길 가다 원자폭탄 맞을 확률보다 낮다.' 1994년 영화 <파니 핑크>의 대사를 인용하며 나이 스물아홉에 번듯한 직장도, 돈도, 미모도 없고 성형하는 '예의'마저 없다며 삼순이를 핍박하는 매니저를 보며 함께 분노했고 '턱 쳐지고 배 나와서 영계 찾으면 안 비참하니?'를 날리던 삼순이의 사이다에 열광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더 날립니다. '요즘 서른은 옛날 스물이란 걸 아셔야지!' 암, 그렇고 말고!


    하지만 그렇게 말했던 삼순이도 그때 겨우 스물아홉이었습니다어렸다. 그때가 벌써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이었고요. 드라마 속 2005년의 삼순이를 바라보는 2017년의 삼순이들은 그래서 지금, 새로운 세상을 살고 있나요? 혹은, 여전히 파니 핑크의 시대를 살고 있나요?



노산이라 놀리지 말아요, 젠장


    여성의 건강, 특히 자궁질환이나 임신 출산과 관련된 지표를 적용할 때 꼭 등장하는 나이가 '서른다섯'입니다. 제가 공부할 때에도 '만 35세'가 무슨 악마의 허들이라도 되듯이 그 나이를 넘으면 무시무시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마구 높아진다고 교과서에 쓰여 있었거든요. 의학적으로도 임신, 분만, 출산을 포함한 여성 생식기 건강과 관련된 기준 나이를 35세로 보고 있고 그 이상의 연령을 ‘고령’이라 명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1958년 미국의 The Council of th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Gynecology &Obstetrics의 기준에 따르는 것인데요.** 무려 60여 년 전 기준에 따르는 셈입니다.

    *하주영·윤지향·이영숙·이현정, 고연령 미혼여성의 건강검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Korean J Women Health Nurs(여성건강 간호 학회지) Vol. 20 No. 1, 92-104, March 2014

    **이소영(인구정책연구본부 부연구위원), 임산부의 고령이 출산결과에 미치는 영향, 한국 보건사회 연구원(보건복지 Issue&Focus), ISSN 2092-7117 제 256호 (2014-35)


열심히 공부했을 뿐이고, 능력있어 취직했을 뿐이고, 일하다보니 결혼 늦었을 뿐인데 노산이라 놀리지좀 마요 좀.


    한의학 이론에도 여자의 나이에 관한 대목이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35세에 대한 언급도 있는데요동서양의학은 은근히 통하는데가 있습니다. <황제내경>이라는 아주 오래된 책에 실려있는 내용입니다.


    여자는 7살에 신기(腎氣)가 왕성하여, 이빨이 새로 나고 머리털이 길게 자란다.

    14살이 되면 천계(天癸)라는 물질이 몸 안에 생기며, 임맥(任脈)이 소통하고, 태충맥(太衝脈)이 왕성해서 월경을 때맞추어 하게 되고, 임신도 가능하다.

    21살이 되면 신기(腎氣)가 평균하게 되고, 이빨이 모두 나서 튼튼하게 된다.

    28살이 되면 근육과 뼈가 단단하게 되고, 머리털이 길게 자라며, 몸이 장성하게 된다.

    35살이 되면 양명맥(陽明脈)이 쇠퇴하기 시작하여 얼굴이 초췌해지고, 머리털이 빠지기 시작한다. 

    42살이 되면 삼양맥(三陽脈)이 위에서부터 노쇠하기 시작하여 얼굴이 모두 초췌하고 머리가 백발로 변한다.

    49살이 되면 임맥(任脈)이 허약하게 되고, 태충맥(太衝脈이) 쇠약해져서 천계(天癸)가 고갈하고, 지도(地道)가 통하지 않게 되며, 몸이 헝클어지고 임신이 되지 않는다.  


    이 내용은 동양에서 아주 오랫동안 여자의 생애주기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 왔습니다. '양명맥'이니 '천계'니 하는 건 한의학적 해석이 들어가야 하는 다소 어려운 내용이지만 천계는 아마도 호르몬 쯤 될겁니다, 만 35세에 얼굴이 초췌해지고 머리털이 빠진다는 것은 실제 증상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가 됩니다. 전체적인 흐름에는 물론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기준연령은 조절이 되어야 하는데 그냥 쓰이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양방이나 한방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지요.



서른다섯,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 진부한 말은 나이가 많아도 젊게 사는 것만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나이가 어려도 엉망인 생활관리로 인해 노인보다 더 노화가 진행된 몸을 갖고 사는 경우도 요즘에는 드물지 않아요. 요즘 시대에 서른다섯은 서른넷보다 많고 서른여섯보다 적은 나이일 뿐입니다. 서른다섯에게 노산이라고 겁줄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해요. 제가 아는 임산부들은 나이 때문이 아니라 '노산'이라는 말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든요 그리고 주위 대부분의 임산부가 서른다섯 이상입니다.


    '바디 버든(body budden)'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우리 몸에 들어와 쌓이는 유해물질과 화학물질의 총량을 의미합니다. 공해물질을 축적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환경호르몬과 함께 피할 수 없는 새로운 병리적 지표 중 하나일 거예요. 몸이 갖고 있는 고유의 노화 속도만큼이나 환경의 영향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스트레스는 또 어떤가요? 생활습관 역시 다 같지 않지요.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20대는 웰빙을 실천하는 40대보다 난소기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김삼순 양에게 서른이란 몸의 나이인 동시에 마음의 나이이자 사회적 나이였을 겁니다. 몸의 건강, 마음의 건강, 사회적인 스트레스와 자율신경의 관계, 모든 것이 공고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현대인의 건강 아니던가요? 여자로서 '만 35세'가 갖는 의학적 위험지표에 대해 알아는 두되, 그 나이를 악마의 허들처럼 여길 필요는 1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어쨌든 현실은 산모 넷 중 하나가 만 35세 이상인 시대이니까요.***

***[고령 산모가 넷 중 한 명꼴…25~29세 엄마 처음 앞질렀다], 중앙일보 2016.8.25


2015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출산연령에 관한 자료



    만 35세 이상의 여자가 의학적으로 겪을 수 있다고 알려진 여러 위험요인과 대처 방안에 대해 다음 글에서 상세히 알아볼 생각이에요. 하지만 그 글보다 현재의 이 글이 훨씬 핵심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여자나이, 서른다섯 下 로 찾아오겠습니다)



미미최(최혜미)

전직 패션 에디터, 현직 마르지엘라를 입은 한의사입니다.

요즘 여자를 위한 한의원, '달과궁한의원'에서 진료하고 있습니다.

여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진료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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