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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최 Aug 18. 2017

서른다섯, 내 몸 관리법

여자나이, 서른다섯 下

    노화는 필연입니다. 시간은 붙잡을 수 없고 살아있는 몸은 착실하게 세월을 반영하죠. 노산은 옵니다. 우리가 모두 언젠가는 노인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다만 누군가의 나이를 가늠할 때 '노산'을 기준으로 삼는 시선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기준에서는 서른다섯 이전부터 이미 기능의 노화가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위험요소들을 좀 더 나은 의료기술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 노산을 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오게 될 겁니다. 그 시대에도 우리는 노산을 말하게 될까요?


    누구에게도 진시황의 불로초는 없습니다(참, 그건 진시황한테도 없었죠). 늙지 않을 순 없지만 우리 몸과 우리가 속한 사회와 환경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다면 몸도 마음도 조금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생리학적인 '여자나이 서른다섯'의 위험을 직시하되, 그 틀에 박힌 시선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나 보자는 겁니다. 

 


자, 일단 악마의 허들을 넘어봅시다


    여성이 만 35세 이상이 되면 겪을 수 있다고 알려진 위험을 지금부터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어디 한번 작정하고 가시밭길로 들어서는 악마의 허들을 넘어봅시다.


임신과 출산

    가장 영향이 큰 카테고리입니다. 난소의 기능 저하 영향 때문인데요. 


    여자는 태어날 때 이미 몸에 난자가 세팅 완료되어있습니다. 언제든 정모 세포의 감수분열을 통해 정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남자와 생물학적 구조 자체가 다르죠. 이미 갖고 있는 약 40만 개의 난모세포가 계속해서 소비될 뿐 더 이상 생산되진 않는다는 겁니다. 일생 동안 4백50~5백 개의 난자를 배란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우성 난자를 배란시키기 위해 40~50개의 난포가 같이 성숙되었다 퇴화합니다. 

난소기능 저하는 난자 개별의 질 저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임상에서 가임력 저하란 난소개수의 저하를 의미해요.


    그러다 보니 건강한 난자가 하나둘 불려 나가고 나면 가임기의 후반부쯤에는 아무래도 좋은 난자가 확률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겠지요. 염색체들이 너무 오래 몸속에서 붙어 있었기 때문에 세포분열 때 잘 분리되지 않아 다운증후군과 같은 기형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난자의 품질은 35세를 기준으로 하강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궁은 외부에서 호르몬 주사 투입으로 기능을 되돌릴 수 있지만 난소는 그것도 힘들다는 게 정설입니다. 


- 난임 진단에서 임신이 안된 기간에 대한 기준이 여성이 만 35세 이상일 경우에 6개월(만 35세 미만은 1년)

- 35세 이후 여성의 자궁 착상률은 30세 이전의 절반 이하이고, 유산율은 4배

- 유산이나 조산은 약 2배, 다운증후군 등 기형아 출산의 비율은 9배

- 30세 이전에는 염색체 이상 난자가 배란되거나 채취될 확률이 2~3%지만, 35세부터는 30%, 45세가 되면 거의 90%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음


자궁 질환

    자궁 근종, 자궁 내막증, 자궁 선근증 등 자궁질환도 30대에 가장 흔하게 관찰됩니다. 다만 임신 관련 지표와는 달리 자궁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지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폐경을 전후로 유병률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가장 흔한 자궁 근종은 여성 호르몬 중 에스트로겐에 반응하는 경향이 있고 호르몬에 오래 노출될수록 발견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매달 월경을 겪는 것이 호르몬에 노출되고 있다는 증거예요. 하지만 35세 이후에는 여성 호르몬이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유병률이 오히려 줄어드는 거죠. 그래서 자궁 근종을 갖고 있는 분들도 폐경이 머지않은 경우에는 보존적인 치료가 우세합니다. 호르몬이 점차 줄어들면서 어차피 호전되리라 기대하는 겁니다. 그 외에도 임신과 수유 기간이 있어서 가임기 내에 월경을 덜 경험한 이들도 같은 이유로 근종의 확률이 줄어듭니다.     

자궁근종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에스트로겐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는 것입니다


- 35세 이상 여성의 40~50%에서 자궁근종 발견(30대가 전체의 86%, 40대 이상에서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

- 자궁내막증은 30대에 가장 많고 35세에 정점을 찍은 뒤 오히려 감소


유방 질환

    유방의 섬유선종은 양성종양 중 가장 흔한 경우인데 오히려 젊은 여성, 특히 20대 초반에서 30세의 젊은 여성에게 흔히 발생합니다. 주변에도 '여고생 혹은 여대생 때 가슴에 뭔가 만져져서 병원에서 맘모톰 시술을 받았다'는 경우가 꽤 있어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반응에 의하여 생기는 조직 이상으로 생각되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모릅니다. 


    유방암은 40대에 가장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발생 평균 연령이 한국 여성은 45세, 미국 여성이 55세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발생빈도는 나이가 많을수록 증가한다고 합니다. 


유방암의 국가 암 검진 권고안에서는 30세부터 매월 자가검진, 35세부터 2년 주기로 의사에 의한 임상진찰, 40세부터 1~2년 간격으로 유방촬영술을 권장함 (일부 전문의들은 만 35세 이상 여성의 경우 년 1회 정기검진 및 매달 자가진단이 필요하다고 주장)

35세 이상인 고령 산모의 경우 35세 미만인 산모보다 3년 내 유방암 발생 위험이 2배 상승


기타 - 여자의 경우 만 35세부터 실시하는 건강검진 항목

유방암 검진    2년 간격으로 의사에 의한 임상 진찰(X선 검사 포함)

자궁근종 검사    1년 간격으로 임상 진찰(초음파)

갑상선 진찰    30대에 급증하는 질환이므로 기능 저하 및 결절, 암 등에 대해 주기적인 검진 필요



어른들의 성장호르몬, 노화를 부탁해


    하루하루가 노화의 나날들이기 때문에 이 글을 쓰고 있는(혹은 읽고 계신) 지금 이 순간이 우리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입니다. 무정하게 흘러가는 세월은 내버려둡시다. 대신 시간이 흘러도 덜 늙는 법을 익히면 됩니다. 노화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호르몬, 그리고 자율신경이에요. 그리고 그 둘을 지배하는 인체의 신비로운 기능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수면입니다. 


    영화 <인턴> 보셨나요? 수면을 연구하는 어머니가 우리의 주인공에게 전화를 걸어서 말합니다. 하루 여섯 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지 않는다면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요충격이다. 영화 대사일 뿐 아니라 실제로도 일리가 있는 주장인데요. 그건 다이어트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코르티솔' 때문입니다. 체지방의 연소를 돕는 이 호르몬은 양질의 수면을 취할 때에 원활하게 분비되거든요. 비만이 노화는 아니지만, 노화만큼이나 여자들을 사로잡는 주제죠? 

충격받은 앤 해서웨이! 하지만 그러다 과로사합니다...


    수면 중에는 노화에 직접 관여하는 '성장호르몬'이 분비됩니다'애들은 자는 동안 큰다'는 말도 있지요. 물론 이미 성장을 끝낸 어른은 푹 잔다고 해서 키가 크진 않죠. 다만 성인에게도 성장호르몬은 끊임없이 분비됩니다. 어른의 성장호르몬은 성장 대신 노화된 세포의 복구를 담당하는데요. 


    노화에 관한 하버드 의대의 연구를 모았다는 책 <호르몬 밸런스>(네고로 히데유키, 스토리 3.0, 2014)에서는 꾸준한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위해 '적당 삼총사'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공복감    식사와 식사 사이에 다섯 시간 정도 간격을 유지해서 '배가 고프다'는 느낌이 반드시 있도록 합니다. 자연히 간식은 삼가게 될 거고 식사는 규칙적으로 이루어져야겠지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까지 속을 비웁니다. 너무 긴 공복은 스트레스가 되니 참고하세요.

적당한 스트레스    불안, 분노, 위험 같은 부정적인 스트레스가 아니라 불편하지 않은 정도의 피로감은 오히려 몸을 회복하도록 자극합니다. 생활에서 오는 적당한 스트레스는 성장호르몬 분비를 자극하죠. 퇴직 후에 집에만 계시게 되면서 급격히 늙어버리는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건 휴식이 아니라 일이 주는 작은 스트레스예요.

적당한 운동     유산소 운동은 순환과 호흡의 장기를 건강하게 만들죠. 거기다 적당한 무산소 운동을 더하면 근육세포가 약간 손상니다.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기 위해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고요. 

    그 밖에도 운동은 수면의 질을 향상하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낮 12시 전후로 리드미컬한 운동(걷기나 달리기, 피티체조처럼 구령을 붙일 수 있는 모든 운동, 나갈 수 없다면 복식호흡이라도 좋아요)을 하면 세로토닌 분비가 원활해지고 이것이 멜라토닌을 자극해 양질의 수면을 돕는다고 해요. 


    숙면을 돕는 혈자리는 주로 머리 주변에 있습니다. 

    백회혈은 머리를 맑게 하는 대표적인 혈입니다. 손가락으로 툭툭 주변부를 함께 자극하는 것도 좋습니다. 

    태양혈은 흔히 말하는 관자놀이에 움푹 들어간 자리에 있습니다. 편두통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안면혈은 '편안히 쉬다(安眠)'는 뜻으로 수면장애에 특화된 경외 기혈입니다. 귀 뒤에 튀어나온 뼈에서 목 뒤 쪽으로 넘어가는 오목한 곳에 있어요. 태양혈과 함께 두통에도 좋은 효과를 보입니다. 

 

   한의학에서 수면장애를 치료할 때 빠지지 않는 한약재가 '산조인'입니다. 묏대추의 씨를 말하는 건데요. 의서에는 '생으로 먹으면 오히려 수면을 쫓고, 볶아서 먹을 때는 불면을 치료한다'라고 되어 있지만 어떻게 먹어도 수면장애를 돕는다는 것이 임상적으로 밝혀져 있습니다.1) 한약으로도 많이 쓰지만  성질이 평이하고 독성이 없어 차로 끓여 먹기에도 적합합니다. 산조인보다는 약하지만 보통의 대추차에도 숙면을 돕는 기능은 있다고 하니 참고해두셔도 좋아요. 

1) Lee HE, Lee SY, Kim JS, Park SJ, KimJM, YW. L, et al. Ethanolic Extract of theSeed of Zizyphus jujuba var. spinosaAmeliorates Cognitive Impairment Inducedby Cholinergic Blockade in Mice. Biomolecules & therapeutics. 2013;21(4):299-306.



여자의 몸은 체온 관리가 생명이죠


    앞에서 일반적인 노화방지의 이야기를 했다면 이제 여성의 성 기능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난소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검사가 있습니다. 혈액검사를 통해 AMH(Anti-mullerian hormone)라는 호르몬 수치를 체크하는 것인데요. AMH 수치는 난소 기능의 핵심이기 때문에 난소예비능(ovarian reserv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수치에 대해서는 나중에 난임을 주제로 이야기할 때 다시 설명할 일이 있을 거예요. AMH 수치는 난소의 질보다 개수와 더 큰 연관이 있습니다. 이 수치가 떨어진다고 해도 양질의 난자는 남아있을 수 있고, 단 한 개의 건강한 난자만 있어도 임신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AMH 수치가 떨어지는 고연령의 여성에게도 시험관 시술이 가능한 이유지요. 이 수치는 실제 연령과 무관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궁은 호르몬 분비에 따라 증식과 탈락을 반복하는 부드러운 내막과 두껍고 튼튼한 근육층, 여러 개의 인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궁이 건강하다는 것을 구조에 빗대어 말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막의 두께는 부족하지도, 과증식 하지도 않아야 합니다자궁내막증식증. 내막이 없어야 할 곳에 내막 조직이 있어도 문제가 되지요자궁내막증. 근육에는 종양이 없고자궁근종 내막에 있어야 할 분비선이 근육층에 파고들지도 않아야 겠죠자궁선근증. 자궁 내부에 폴립과 같이 착상을 막는 구조물도 없는 상태여야 할 겁니다. 


    자궁과 난소의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장기를 이루는 세포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가장 빠른 길은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겁니다.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따뜻하게 유지하는 거고요. '여자는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는 할머니의 할머니부터 이어져내려 온 충고는 의미가 있는 셈입니다. 실제 산부인과에서도 난임시술 중에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아스피린을 처방하기도 해요.  


하반신을 따뜻하게 해주세요. 하체의 혈류가 원활하지 않으면 난소도 젊음을 유지할 길이 없어집니다.

- 걷는 것만큼 난소 기능에 도움이 되는 운동도 없습니다. 하루 40분에서 1시간씩 꾸준히 해주세요.

- 흡연은 모든 게 좋지 않지만 혈관벽을 좁게 만들기 때문에 순환기능에도 최악입니다. 더불어 몸에서 수분을 빼내는 커피와 카페인 음료를 줄이는 게 좋습니다. 특히 카페인은 술의 악영향을 배가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알려져 있어요.2) 간밤의 음주로 인한 숙취를 진한 아메리카노로 달래는 게 독이 될 수 있답니다. 

2) Hakim, Rosemarie B., Ronald H. Gray, and Howard Zacur. "Alcohol and caffeine consumption and decreased fertility." Fertility and sterility 70.4 (1998): 632-637.


    매일 식단을 챙길 자신이 없다면 대신 영양제를 챙기세요. 5대 영양소와 비타민, 무기질이 두루 포함된 종합영양제를 연령에 맞게 드시면 됩니다. 특히 코엔자임큐텐이 35세 이상 여성의 난소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밝힌 논문 결과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노화되는 난자, 미토콘드리아 기능은 개선될 수 있는가? - Fetility and Sterility, 2013.01


    난소와 자궁기능을 돕는 혈자리는 대부분 하복부에 몰려있습니다. 음교, 관원, 중극 등이 대표적이에요. 배꼽 아래에 일렬로 모여있는 혈자리를 온찜질이나 뜸으로 자극해주면 좋습니다. 



    이 글은 35세가 노산이 아니라고 우기는 글이 아닙니다. 다만 서른다섯의 여자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노산'뿐이어서는 안 된다 얘기지요. 길고긴 생애주기에서 여자의 건강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가임력뿐인 건 아니니까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나이가 몇 살인지는 내가 살아온 시간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다음 글에서는 '냉증(冷證)과 열증 사이'로 찾아오겠습니다.)




미미최(최혜미)

전직 패션 에디터, 현직 마르지엘라를 입은 한의사입니다.

요즘 여자를 위한 한의원, '달과궁한의원'에서 진료하고 있습니다.

여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진료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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