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배의 노하우 Oct 22. 2017

24.부정적인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건.

어차피 할건데 즐겁게 해야지!

몇 년 전 조직변경이 있었다. 마케팅 부서도 예외는 아니었고, 인원이 줄어들게 되면서 몇 명은 회사를 떠나기도 했고, 몇 명은 자발적이지는 않았지만 운이 좋게 해외에서 근무하는 기회를 잡게 되었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줄어든 인원만큼의 업무가 늘어나게 되었다. 4개 였던 팀이 2개로 줄어들면서 나름대로 공통의 분야로 묶여 있던 브랜드들이 한 팀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다른 팀은 그래도 2,3개씩 고객층이 겹치고 영업부도 함께 활용할 수 있어서 좀 나았는데, 내가 속해 있던 팀은 6개의 브랜드가 모두 다른 고객층을 대상으로 했고, 영업부도 상당히 분리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 팀의 팀장님은 각 브랜드의 시장, 고객, 전략 등을 일일이 파악하기도 버거웠고, 위에 보고해야 하는 횟수도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다. 더 안타까웠던 부분은 다른 팀에서는 브랜드 간의 상승효과(synergic effect)를 만들어 낼 수도 있었는데, 우리 팀 같은 경우는 고객층도 겹치지 않고, 브랜드의 특성이 너무나 상이하다 보니 그러한 상승효과를 기대하기가 힘들었다. 더구나 예산도 줄고 인력도 감소하다 보니 여러모로 힘든 상황임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각자 열심히 하고자 했고, 팀장님도 얼굴이 핼쑥해져 가는 모습이 보일 만큼 밤낮없이 열심히 일을 하셨다. 나 역시 급작스레 두 개의 브랜드를 맡게 되어 주말과 밤낮 없이 정신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급작스레 발생한 외부적인 변화에 최선의 대응을 하고자 모두가 노력하고 있던 순간에 정작 문제는 안에서 곪아가고 있었다.


 이전부터 같은 팀에서 일을 하던 동료와는 호흡이 잘 맞았다. 딱히 호흡을 맞출 일이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필요한 자료 등을 공유하거나 문제해결에 대한 조언을 구하거나 할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쌓여갈 때 같이 회사 욕을 하면서 커피 한잔을 하기도 하고, 퇴근 후에 술을 한잔 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른 팀에서 온 사람들은 조금 달랐다. 모든 게 불만이었다. 예산이 줄어든 것도 불만, 다른 브랜드에 비해 자기 브랜드의 우선 순위가 떨어지는 것도 불만, 성과평가에도 불만, 이것도 불만, 저것도 불만, 이렇게 불평불만만 가지고 어떻게 일을 하나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러한 불평불만을 한 지 오래 되었는지 영업부 선후배 사이인 둘이 호흡도 잘 맞아, 한명이 이게 안좋아 라고 하면, 다른 한 명은 맞장구를 치거나 한 술 더 떠서 이것도 안 좋아 라는 식이었다. 당시 내 눈에는 이 사람들을 이렇게 불만이 많은데 왜 회사를 다니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각자가 바쁜 일정 속에 힘들게 팀 미팅을 할 때에도 이 사람들은 팀장님에게 온통 불만만을 쏟아내기 일수였다. 어차피 회사의 지침이고, 단지 국내에서만 어려운 게 아니라 본사차원에서 시작된 조직 개편이었고, 예산 감축이었기에, 어쩔수 없는 일이었음에도 모든 것을 팀장님에서 쏟아내고 있었다. 팀장님이 뭐라도 해볼라 하면, 무조건 반대부터 하곤 했다. 나는 예산이 없어서 못한다,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 결과가 안 좋을 거 같아서 못한다, 아무튼 못하는 이유는 수만 가지였다.


이런 날이 반복되던 중 또 다른 팀 미팅을 할 때였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있던 사람들이 그 화살을 팀장님에게 직접적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팀장님이 업무를잘 못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사장님이나 전무님께 말씀 드려서 새로운 팀장을 뽑아달라고 현재 팀장한테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 얼마나 신박한 x소리인가. 솔직히 내 귀에는 , ‘당신은 일 잘 못하니 새로운 팀장 데리고와, 그리고 당신이 일 못한 거니까 당신이 직접 사장님한테 이야기 해. 아님 나를 팀장을 시켜주던가’ 이렇게 들렸다. 그래도 당시 팀장님은 흥분하지 않고 본인이 더 노력하겠다는 말씀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나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 그 이후로는 그 사람들과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았다.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부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부정이 꼭 나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부정이라는 것은 동시에 위험(risk)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997년에 알파치노(Al Pacino)와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가 주연을 맡았던 데블스 애드버킷(The Devil’s Advocate)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대로 직역하면 ‘악마의 변호사’ 정도인데, 영화 내용은 유죄인줄 알면서도 돈과 명예를 위해 변호를 하다가 결국은 제대로 망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데블스 애드버킷 이라는 단어는 실제 경영학에서도 많이 언급을 한다. 직장 내에서 모두가 “Yes”라고 할 때, 누군가는 “No”라고 하면서 잠재적인 위험성에 대한 언급을 해야하는데, 실제 직장에서 높은 분들의 얘기에 “No”라고 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의 누군가를 일시적으로 “No”라는 이야기를 하는 역할을 위해 회의에 참석시키거나, 회의 참석자가 돌아가면서 이 데블스 애드버킷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그러나 이 부정적 행위는 결국 긍정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회사니까 부족한 게 당연하다.


 일을 하다 보면 우리는 항상 무언가가 부족하다. 예산도 부족하고, 인력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하다. 그나마 내 의지로 메꿀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시간과 내 스스로의 인력이기에 직장인들은 굳이 야근을 선택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그러나 거꾸로 보면 부족하지 않게 일을 하는 직장인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옆 부서에 있는 누구는 이 만큼지원을 받으면서 일을 하는데…’ 라고 비교를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회사는 효율성과 성과를 기반으로 한 투자를 하기 때문에 거저 무언가를 주는 일은 없다. 그렇기에 충분한 지원을 받는다면, 회사에서는 분명 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 때문에 더 큰 압박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부족함에 대한 불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부족한 걸 가지고 어떻게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 것이다.


뭘 해도 되는 사람


얼마 전 영국의 동기부여 전문가인 질 해슨(Gill Hasson)이쓴 ‘뭘 해도 되는 사람’ 이라는 긍정적인 사고(Positive Thinking)에 관한 책을 읽었다. 이 책에는 긍정의 힘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데, 부정적인 사고를 벗어나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과정과 방법그리고 그로 인한 긍정적 결과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긍정적 사고를 통해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나며 성공과 행복을 찾아가는 내용인데,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의지의 발현” 이었다. 아무리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고, 긍정적인 마음을 먹더라도 실제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가장 큰 문제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 낼 기회조차 만들지 못하고, 점점 더 부정의 늪으로 빠져 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긍정의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역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역시 공상과 몽상에 그칠 뿐, 아무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다. 그 동안 직장인들이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있음에도 성과를 만들어 내 온 것은 어떻게든 움직이게 만드는 상사와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움직여서 성과를 만드는 것이라면,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움직이는 것이 적어도 스트레스라도 덜 받을 것이다.  


한번은 후배가 모든 상황이 부족하고 어려워서 마케팅을 못하겠다는 푸념을 한 적이 있다. 제품도 차별화 시킬 수 없을 거 같고, 시장도 이미 포화 상태에온 거 같고, 예산도 인력도 부족한 거 같고, 모든 게 부족하고 어렵다고만 했다. 그 때 나는 이렇게 조언을 주었다.


“다른 제품보다 월등히 뛰어난 제품을 가지고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투자한다면 마케팅이 왜 필요하냐? 그건 그냥 놔두어도 잘 팔리고, 니가 아니어도 누구나 잘 팔 수 있어. 차별화도, 시장에 침투하기도 어렵고, 또 예산도 부족하니까 마케팅이 필요한 거고 니가 필요한 거지.그리고 그렇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성과를 만드는 거 보다 어렵고 힘들지만 극복해 나가는 스토리가 더 멋있지 않냐?”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누구나 조금은 더 수월하게 일을 하고 싶고, 또 부족함의 정도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정도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부족함을 극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 밖에 없으니, 부정적 사고에 빠져 들지 말고,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라도 덜 받고, 조그마한 변화의 출발점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이 가신다면 주변 분들께도 공유 부탁 드립니다
이전 17화 41.너와 나의 워라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