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글이 Apr 22. 2024

여름

 치앙마이를 처음 알게 된 순간은 유튜브에서 한 달 살기 콘텐츠를 봤을 때였다. 어떠한 일상적인 틀에도 상관없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야자수와 정원으로 감각적으로 꾸며진 카페에서 노트북을 열고 일하는 모습이 상상되는 그런 곳이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서 글쓰기와는 멀고 일상적인 틀에 점점 지루함을 느끼고 있을 때, 인스타 알고리즘은 나에게 미국 서부 여행 패키지를 보여줬다. 우리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겹겹이 쌓여왔던 시간의 흔적과 풍화가 드러나는 그랜드 캐니언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상상하며 검색한 패키지 투어 가격은 한 달 치 월급을 훌쩍 넘어갔다. 이미 머릿속에는 떠나고 싶다로 가득 차 있었고 연차를 쓰겠다고 이미 찜해놓은 상태에서 떠오른 여행지였던 치앙마이. 그곳은 가성비와 자유가 있는 적당한 도시였다.      


 수영장이 있는 4성급 이상 호텔 방을 1박에 7만 원대에 구할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에서는 아기자기한 소품, 알록달록한 소파, 하얀 이불이 깔린 침대, 햇빛이 들어오는 주방이 있는 독채도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했다. 효율적인 동선보다는 낭만으로 가득 찬 우리의 공간에서 잠을 자고 글을 쓰고 별을 보기로 했다. 아침에는 일어나서 제일 가까운 요가원에 가서 운동하고, 숙소에 들러 씻고, 자전거를 타고 예술인 마을 반캉왓에 가서 기억에 남을 소품을 사 오기, 이것이 내가 정한 계획이었다.


 5박 6일은 예측 가능하고 상상 그대로 이루어지는 시간이 될 수 있을까? 계속 바뀌는 감정과 생각이 뛰어놀며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드는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될 수 있을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에 경제 유튜브 스트리밍을 틀어놓고 2주 뒤 떠날 그곳을 그리면서 지금의 마음을 회피하고 있다. 이미 정해진 답을 알면서도 미루며 겹겹이 쌓아두는 작은 돌멩이를 끌어안고 떠나는 치앙마이에서는 묵은 감정을 버리고 올 수 있을까. 색이 점점 짙어지며 여름에 가까워지는 5월에 미리 더위를 경험하고 오는 시간여행 속에서 조금은 잔잔한 물결이 되길.

이전 02화 일단 미루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