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런 이야기 나누는 거 아니야.”
“이미 말을 꺼냈잖아.”
“2021년이면 이제 기억도 안 나. 어린 시절이었어.”
나의 2021년도, 그때 뭐 했지? 전공자도 아니고 머리가 좋지도 않은 애매한 내가 갑자기 회계사 자격증을 따겠다고 1년을 보내고 미련을 못 버려서 공부한다는 핑계로 또 시간을 보냈던 2021년에 누군가는 이미 이직했고 연애했고 이별도 했다. 동굴 속에 들어간 나는 시간의 감각을 잃어버린 채 고여있었다.
언제부터 다시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을까?
시간은 움직임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 같았다. 움직임이 클수록 정신없이 지나가 더 아득하게 먼 일이 되었지만, 반대로 가만히 있던 시기에는 시간을 느끼지 못했다. 첫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2023년 열심히 움직였다. 노는 걸로, 클라이밍, 여행, 맛집 탐방, 필라테스, 미루어 두었던 모든 것들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몰아쳤던 놀기, 또 놀기. 그러다가 문뜩 다시 불안한 마음에 작년 10월에 세무사 학원을 결제했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영어 유치원 세대가 성인이 되어서 몇 년 사이 토익의 평균 점수는 올라갔다. 나는 그 수치에 벗어난 낙오자가 되었다. 떠들기만 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말로만 시작했던 공부였기에 사실 안타깝지도 아쉽지도 않았다. 그래도 못 버리는 나의 허세를 일단 미루어 두고, 이미 지나가 버린 비용도 잊어버리고, 새롭게 나간 38만 원짜리 치앙마이 왕복 비행기표, 추가로 나갈 숙소비와 여행비를 생각하기로 했다.
여행자들을 위한 도시 치앙마이에서 길지도 않은 5일 동안 새로운 무엇가를 얻을 수 있을까? 동생은 그림을 그리고 나는 글을 쓰기로 계획을 세우며 우리는 영감을 찾기로 했다. 여전히 얼굴만 봐도 싸울 수 있는 1살 차이 동생과 함께 떠나는 자매 여행은 평화로울까. 같이 여행하다가 화가 나면 호텔에 동생을 놓고 다닐 생각부터 하는 사이지만, 한편으로는 처음으로 단둘이 가는 여행이라 기대가 되었다. 야시장도 구경하고, 카페 가서 작업도 하고, 아침에 요가도 하면서 평소보다 더 부지런히 알차게 보내겠다고 다짐하는 치앙마이 여행, 어떻게 될까? 참고로 아직 한 달이 남았고, 우리의 계획은 아직 미완성이다.